제4회 3·15청년문학상 현상 공모 - 동화 부문 당선작 '꿈 공장장의 하루'
제4회 3·15청년문학상 현상 공모 - 동화 부문 당선작 '꿈 공장장의 하루'
  • 언론출판원
  • 승인 2023.07.0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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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부문 당선: 이재성(강남대학교 한영문화콘텐츠학과·4)

 

꿈 공장장의 하루

 

  “자, 행복을 위하여 오늘도 파이팅!”
  공장 벽면에 걸린 시계가 요란하게 소리칩니다.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니 하늘은 온통 검정으로 물들었고 노오란 보름달이 떠올라 있습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잠에 들기 시작하는 바로 지금, 우리의 일이 시작되는 시간입니다. 
  나는 굴뚝으로 하얀 증기를 내뿜으며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이곳, ‘꿈 공장’의 공장장입니다. 꿈 공장은 빨강, 초록, 파랑 형형색색 별이 콕콕 박혀 있는 수많은 핑크색 구름 떼 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핑크색 구름 때문인지 온 하늘이 벚꽃으로 물들어 있고, 커다란 무지개가 감싸고 있어 참 아름다운 곳이지요. 우리는 사람들이 잠에 들기 시작할 때 하나둘 공장으로 모여듭니다. 시원하고 달콤한 특제 행복 음료를 마시며 신나게 얘기하다 보면 하나, 둘 신호가 오기 시작합니다. 일반적인 어른일 경우 ‘띵’하고 붉은 사이렌이 울리지만, 커다란 힘을 가진 아이들일 경우 조금 다릅니다.
  “우리 재윤이 어서 자자. 일찍 자야 착한 어린이지요.”
  엄마들이 아이들한테 많이 불러주는 이 노래와 말은 사실 우리가 인간들 귀에 몰래 속삭인 신호 중 하나입니다. 어른과 아이 신호를 쉽게 구분해 내기 위해서였죠. 이런 신호가 들려오면 조금 긴장되기 시작합니다. 물론 하루에 수백 건도 넘게 들려오는 신호지만 아이들의 행복을 끌어내는 일은 워낙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잠에 들고 신호가 울리면 우리는 그 사람을 들여다봅니다. ‘과거는 어때’, ‘넌 누구냐’, ‘원하는 게 뭐야’ 돋보기를 이용해 꼼꼼하게 하지만 신속히 말이죠. 그렇게 들여다본 내용을 바탕으로 꿈을 심어줍니다. 강력한 힘을 가진 영웅이 되어 못된 악당을 혼내주는 꿈, 원하는 것은 모두 살 수 있는 큰 부자가 되는 꿈을 말이죠. 바라던 꿈을 꾸고 일어나면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행복을 뿜어냅니다. 아이들의 행복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 크기가 어른보다 훨씬 커다랗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작은 행복, 커다란 행복이 여기저기서 풍선처럼 가득 부풀어 올라 우리 세계로 날아옵니다.
  ‘행복’이 왜 중요하냐고요? 쉿! 인간들이 모르는 엄청난 비밀 중 하나.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그들의 행복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행복은 우리를 몽실몽실 핑크 구름 위에 떠다니게 해주고, 늘 상쾌하게 유지해 줍니다. 아 가끔 먹기도 하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행복한 꿈을 꾸고 일어나 환하게 웃는 인간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큰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공장장인 저는 무엇을 하냐면..
  “공장장아 가은이 좀 봐야겠어. 벌써 4일째인걸?”
  마침 할 일이 생겼습니다. 나는 가은이처럼 꿈을 심어줘도 행복을 뿜어내지 않는 아이들을 집중 관리하고 있습니다. 가은이가 왜 행복을 뿜어내지 않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이가은. 여자아이고 6살이구나! 동생이랑 서로 장난감 가지고 놀겠다고 싸움이 났었네. 엄마가 동생한테 양보하라고 했고. 장난감 맘껏 가지고 노는 꿈을 보여줬는데도 행복을 뿜어내지 않는다..”
  “맞아! 뭐가 문제인 걸까? 좋아하는 장난감은 종류별로 다 보여줬는데!”
  “음.. 그러게. 어어 잠깐만 저거 뭐지?”
  ‘과거는 어때’ 돋보기로 살펴보다, 가은이가 잠들기 전 일기를 작성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일기에는 그날 저녁, 동생과 다툰 내용이 담겨있었죠. 나는 가은이가 원하던 것이 단순히 장난감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가은이는 언니라는 이유로 매번 동생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게 속상했나 봅니다. 또 자기보다 동생을 더 챙기는 엄마가 한편으로 밉기도 했던 것입니다.
  “가은이 엄마가 동생 몰래 장난감 사주는 꿈은 어떨까?” 
  “좋아! 오늘 해볼게!”
  이번엔 가은이가 행복을 뿜어냈으면 좋겠습니다. 가은이가 일어나 활짝 웃는 모습을 꼭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나와 우리의 ‘행복’이기도 하니까요.

  “공장장아! 여기도 봐줘야 할 것 같아!”
  “어 알았어! 금방 갈게!”
  오늘은 정말 쉴 틈이 없는 날이네요. 이번엔 또 어떤 아이일까요?
  “이 아이는 좀 이상해. 뿜어내긴 뿜어내는데 너무 작아! 어른들보다도 더!”
  아이가 작은 행복을 뿜어낸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들이 뿜어내는 커다랗고 순수한 행복은 단숨에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특별한 맛을 선사해 주곤 했죠. 사실 아까 먹은 특제 음료도 아이들 행복으로만 만들 수 있답니다. 언제나 인기 폭발인 이유가 있죠! 그나저나 대체 무슨 일일까요? 우리는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박우진. 7살 남자아이구나. 어 진짜네? 엄청 작은 행복을 뿜어내고 있어!”
  행복의 크기가 어찌나 작은지 우리 세계로 올라오지도 못하고 있었죠. 손을 쭉 뻗어 기다란 뜰채로 직접 건져 올려야만 했습니다.
  “이상하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우진이는 키가 작은 아이였습니다. 115cm로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고 바가지를 대고 자른 것처럼 둥근 머리를 한 귀여운 아이였죠. ‘과거는 어때’ 돋보기로 들여다보니 우진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금방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야 에버랜드다!”
  우진이는 어린이날을 맞이해 엄마, 아빠랑 놀이동산을 찾았습니다. 처음 가본 놀이동산이었지만, 우진이는 놀이기구를 정말 잘 탔습니다.
  “와아~ 엄마 아빠 너무 재밌어요!”
  처음 바이킹 탈 때도 무서워하기는커녕 또 타자고 졸라서 결국 4번이나 더 탔던걸요?
  “우진이 이제 회전목마 타러 갈까?”
  “아니 아니 저는 기차 타러 갈래요. 엄청 빠른 기차.”
  우진이는 무서운 놀이기구가 좋은가 봅니다. 그렇게 바이킹을 내려와 비룡 열차로 발걸음을 옮기던 우진이 눈 앞, 저 멀리 거대한 롤러코스터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수많은 나무구조물로 얽힌 거대한 놀이기구는 한 마리 사나운 공룡을 보는 것 같았죠. 가뜩이나 동그란 우진이 눈이 더 동그래졌습니다.
  “우와! 엄마 저 커다란 공룡은 뭐예요?”
  “저거는 엄청 빠르고 기다란 기차야. 우진이는 무서워서 못 탈 걸?”
  “저게 기차예요? 나 저거 탈래요! 저거!”
  가까워질수록 커지는 사람들의 비명과 꼭대기에서 아래로 순식간에 떨어지는 롤러코스터가 무섭지도 않은지 우진이는 마냥 신이나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 기구를 이용하시려면 키가 130cm는 넘어야 해서요.”
  “엄마 저 진짜 못 타는 거예요?”
  “우진이 여름 방학 때 와서 꼭 타자!”
  우리는 일단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행복이 아주 작기는 했지만 뿜어내지 않는 것도 아니고 우진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확실히 알았으니 말이죠. 사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그날 이후, 망원경으로 틈틈이 지켜봤습니다. 조금만 봐도 우진이가 얼마나 놀이기구를 타고 싶은지 알 수 있었죠. 하루에 우유 2컵은 꼭 마셨고, 싫어하는 콩이랑 멸치도 꾹 참고 먹었습니다. 아무리 비가 와도 줄넘기하는 것은 절대 빼먹지 않았죠. 
  나는 놀이기구 입구 앞, 키 기준대를 훌쩍 넘길 정도로 커버린 우진이 모습을 매일매일 보여줬습니다. 기준대를 발로 뻥 차고 당당하게 들어가, 한껏 신난 얼굴로 거대한 열차를 마음껏 누비는 모습 말이죠. 다행히 마음에 들었는지 우진이는 아침에 일어날 때 늘 활짝 웃는 얼굴과 함께했습니다. 잔뜩 신나 소리 지르며 방문을 열어젖히는 건 물론이고요. 그럼에도 행복의 크기가 전혀 커지지 않는 것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우진이가 행복하게 웃고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엄마 빨리 재주세요! 빨리요!”
  어느덧 두 달의 시간이 지나 여름방학을 맞이하고 찾아온 첫 금요일 밤. 어김없이 줄넘기를 하고 들어온 우진이는 프라이팬 위에서 톡톡 튀는 팝콘처럼 아주 야단법석이었습니다. 내일은 우진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놀이공원에 가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었죠.
  “우리 우진이 얼마나 컸는지 한번 볼까?”
  우진이와 지켜보는 우리는 긴장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한곳에 모여 우진이의 노력이 여름에 활짝 피는 나팔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우와~ 우리 우진이 많이 컸네! 5cm나 컸어!”
  잠시 생각에 빠졌던 우진이는 굳어가는 얼굴로 작은 입을 열었습니다. 
  “그럼.. 몇이에요?”
  “120cm! 우리 우진이 키 엄청 컸다!”
  “나 놀이공원 안가!”
  우진이는 울면서 방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방문을 굳게 닫고 그대로 이불을 뒤집어썼죠. 이불이 한참 동안 들썩거리길래 몰래 이불 속을 살펴보니, 우진이 눈에선 자기 눈보다 큰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키가 많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타고 싶었던 기구를 탈 수 없다는 사실에 많이 속상했나 봅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울고 그치기를 반복하다 지쳤는지 우진이는 이내 잠에 들었습니다. 
  우진이가 그동안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속상해하는 우진이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나는 오랜 고민 끝에 우진이에게 특별한 ‘꿈’을 심어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꿈이지만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꿈을 말이죠. 그 안에서 중요한 건 단순히 키가 아니라 자라난 키와 함께 쑥 성장한 마음이라는 걸, 두 달 동안 열심히 노력한 멋진 자신과 마주하기를 바라며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어 뭐야 코끼리잖아? 기린도 있네? 얘들아 안녕!”
  “안녕? 너는 누구니?”
  몸집이 큰 코끼리와 목이 긴 기린이 우진이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나는 우진이야, 박우진. 너네 정말 크다.”
  “맞아 나는 코가 엄청나게 길어. 몸집도 엄청 크단다? 뿌우우!”
  “히이잉. 맞아 나는 키가 엄청 크단다. 다 긴 목 덕분이지!”
  코끼리는 기다란 코를 이용해 물을 마셨고, 기린은 긴 목을 이용해 높이 있는 사과를 따먹었습니다. 우진이는 그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만 봤죠. 
  “나도 높이 있는 사과 따 먹고 싶은데..”
  ‘쿠구궁’. 우진이가 코끼리와 기린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천둥소리와 함께 하늘이 온통 먹구름으로 가득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곧이어 땅바닥에 커다란 구멍이 뚫릴 정도로 굵은 비가 쏟아져 내렸죠. 우진이는 근처에 있던 작지만, 잎이 촘촘한 초록 나무 밑으로 황급히 몸을 숨겼습니다.
  “갑자기 비가 엄청 오네? 코끼리야, 기린아! 너네도 어서 피해!”
  우진이 말에도 코끼리와 기린은 가만히 서서 굵은 비를 맞고만 있었습니다. 우진이는 그들이 혹여 감기라도 걸릴까, 굵은 빗방울에 아프지는 않을까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얘들아 내 말 안 들려? 왜 비를 맞고 있는 거야!”
  “우리는 비를 피할 수 없어. 우진이 네가 부러워.. 뿌우우 히이잉”
  “내가 부럽다고? 그렇게 키가 크고 멋진데도 말이야?”
  “나는 너무 커서 이렇게 비가 많이 와도 숨을 수가 없는걸.. 뿌우우”
  “나는 목이 너무 길어서 아무리 숨어도 머리가 다 젖어버려.. 히이잉”
  주변을 살펴보니 커다란 동물들은 쏟아지는 비에도 몸을 숨기지 못한 채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강한 뿔을 가진 코뿔소, 얼룩덜룩 얼룩말도 예외는 아니었죠. 하지만 작은 동물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안락한 동굴에서 맛있게 바나나를 먹고 있는 원숭이, 따듯한 나무 구멍에 들어가 편안히 쉬고 있는 다람쥐, 그리고 우진이 옆에 다가온 작고 흰 강아지가 있었습니다.
  “저거 봐! 작은 동물들은 모두 안전한 곳에 숨어있어!”
  “맞아! 우리는 작아서 비를 피할 수 있어! 왈왈!”
  “크다고 다 좋은 건 아니구나? 작아서 할 수 있는 게 있었어!”
  우진이는 신나게 소리 지르며 보드랍고 따뜻한 흰 털을 꼭 끌어안았습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비가 내렸지만 우진이는 환하게 웃으며 나무 아래서 그 풍경을 바라봤습니다.

  “우리 우진이 괜찮아?”
  어느새 눈을 뜬 우진이 곁에는, 우진이 엄마가 앉아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습니다.
  “뭐가요?”
  “우진이 그동안 열심히 했는데 놀이기구 못 타서 속상한 거 아니야?”
  “전 괜찮아요! 지금은 키가 작아서 놀이기구를 못 타지만, 키가 작아서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는걸요? 작은 나무 밑에서도 비를 피할 수 있다고요!”
  “이야 우리 우진이 다 컸네? 좋은 꿈이라도 꿨나? 맞아, 사실 키는 시간이 지나야 클 수 있는 거란다. 정말 중요한 건 우진이가 했던 것처럼 열심히 노력하는 거야. 엄마는 우진이가 키가 큰 것도 멋지지만 매일매일 땀 흘리며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고 대견했어. 최고다 우리 아들.”
  우진이는 환하게 웃으며 엄마에게 안겼고,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커다란 행복을 뿜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핑크 구름에 큼지막한 구멍이 뚫리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니까요? 어쩌면 우진이가 원하던 진정한 ‘행복’은 놀이기구가 아니라 열심히 줄넘기한 ‘노력’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한데 모여 환하게 웃는 우진이 얼굴을 보며 기뻐했습니다. 우리가 가장 기다렸던 ‘행복’한 순간이었으니까요. 앞으로 우진이 키가 얼마나 더 클지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다시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키가 크지 않는 게 우진이에게 중요한 건 아니거든요. 
  “공장장아! 여기, 여기!”
  오늘도 정말 쉴 틈 없이 바쁜 하루입니다. 특제 행복 음료 한입 먹을 시간조차 없지만, 솜사탕처럼 달콤하게 웃는 아이들 얼굴을 보니 나도 ‘행복’해지는 기분입니다. 이번엔 또 어떤 아이에게 꿈을 심어줄까요? (*)

 

 

제4회 3·15청년문학상 동화 부문 심사평

  제4회 3‧15청년문학상 동화 부문은 예심과 본심을 동시에 진행했다. 응모작들은 대부분 기본 역량을 갖춘 작품들이었고 소재도 다채로웠다. 특히 ‘꿈 공장’, ‘벼룩시장’, ‘수영장에서 만난 괴물’, ‘변신학교’, ‘감정을 먹는 늑대’를 소재로 한 작품에서는 창작자의 활달한 상상력과 고뇌를 엿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소재가 지닌 매력을 서사 구조가 받쳐 주지 못 하거나, 주제를 형상화하는 과정이 너무 도식적이거나 직접적인 작품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교훈에 발목이 잡히면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를 잃게 된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다. 아울러 작품을 창작할 때 동화의 독자인 어린이의 입장에서 흥미를 가질 만한 인물인지, 또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는 이야기인지도 고민해보면 좋겠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때를 기다려!」, 「말하지 않아서 비밀」, 「꿈 공장장의 하루」 이렇게 세 편이었다. 「때를 기다려!」는 벼룩시장에서 생긴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을 핵심 서사로 한 작품이었다. 주제는 잘 구현됐으나 갈등 구조가 촘촘하지 못했다. 갈등 해결이 주변 인물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오히려 주인공의 역할이 축소된 것도 아쉬웠다. 서사 진행 과정에서 대화뿐만 아니라 인물의 심리 묘사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길 바란다. 「말하지 않아서 비밀」은 수영장에서 만난 정체 모를 괴물과 주인공의 교감을 다룬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그러나 괴물의 상징성이 잘 살아나지 않았고 주인공의 욕망이 분명하지 않아 주제 또한 잘 드러나지 않았다.  
  「꿈 공장의 하루」는 꿈 공장이라는 판타지적 공간과 현실을 연결하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서사를 이끌어가는 힘 있는 문장과 ‘과거는 어때’, ‘넌 누구냐’, ‘원하는 게 뭐야’ 돋보기 같은 서사 장치를 활용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고민 끝에 오랜 습작으로 다져진 숨은 내공이 느껴지는 「꿈 공장장의 하루」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수상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앞으로 한국의 동화를 이끌어나갈 미래의 작가들인 응모자 모두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휘민(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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