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자리 잡은 동문들의 이야기
대학가에 자리 잡은 동문들의 이야기
  • 박수희 기자
  • 승인 2018.06.05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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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동문들을 만나다

“경남대 학생을 위한 아지트를 만들고 싶었어요”

경찰행정학과 97학번 박창환 동문
경찰행정학과 97학번 박창환 동문

  우리 대학 앞에는 많은 가게가 있다. 가게들이 모여 있는 그곳은 흔히 ‘댓거리’로 불린다. 댓거리에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여전히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는 정다운 동문들이 있다. 그중 ‘아지트’ 노래주점을 운영하는 우리 대학 경찰학과 1기인 박창환 동문을 만나보았다. 그는 97학번으로 입학하여 코스모스 졸업을 했다. 코스모스 졸업이란 코스모스가 필쯤인 6월~10월, 정확히 8월에 하는 졸업을 뜻한다.

  박창환 동문은 경찰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경찰학과에 진학했다. 당시엔 경찰행정학과였다. 그는 부모님의 학비, 용돈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막노동을 시작했다. “막노동은 하루 끝에 술이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일이 힘들어요.” 그날도 그는 일을 끝내고 어김없이 동료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는 취한 동료의 차에 올라탔다. 동료는 음주 운전 단속이 보이자, 일 핑계를 대며 그에게 자리를 바꿔 달라고 부탁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그는 일에 피해가 갈까 봐 자리를 바꿔 주었다. “아버지 친구가 음주 운전은 결격 사유라고 다른 쪽을 생각하라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마음이 급해서 슬퍼할 틈도 없었어요.” 그는 그렇게도 원하던 ‘경찰’이라는 꿈을 보내야만 했다.

  박 동문은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취직을 준비했다. 노력 끝에 취직에 성공했지만,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 그는 여러 회사를 옮겨 다니며 많은 일을 배웠다. “사회로 나와 많은 일을 하면서 돈은 많이 벌었지만, 그만큼 제 몸이 너무 힘들었어요. 휴식이 필요했습니다. 딱 한 달만 쉬자고 결심하고 모든 일을 그만뒀습니다.”

  쉬는 도중에 그는 지인의 부탁으로 노래방을 잠깐 맡아 운영하게 되었다. 박 동문은 그 일에서 자신의 재능을 찾았다. “생각보다 그 일이 저랑 잘 맞아서 제 가게를 한번 차려보고 싶었습니다. 잘 운영할 자신이 있었어요.” 그는 우연히 ‘댓거리’에 자리가 난 곳을 알게 되었고, 그곳을 리모델링하여 지금의 ‘아지트’를 만들었다.

  ‘아지트’는 우리 대학과 가깝다 보니, 우리 대학 학우들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가게를 다 짓고 이름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경남대 학생을 위한 아지트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고 보니 ‘아지트’가 참 좋은 이름이었어요. 포근함, 편안함도 담고 있었거든요.” 어느새 ‘아지트’는 ‘댓거리’만의 브랜드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박창환 동문은 후배들을 향한 진심 어린 걱정과 응원을 보였다. “성인이라는 무거운 책임감 앞에서 열심히 대학 생활을 하는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자신의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더라도 자신을 믿었으면 합니다. 그 믿음으로 앞을 향해 달려가기를 바라요. 동문으로서 우리 대학 후배들이 잘되도록 응원하겠습니다.”

김수현 수습기자

 

“까마득한 후배들이지만, 가르칠 때는 친동생처럼 가르칩니다”

기계공학과 98학번 안재훈 동문(왼쪽), 경제무역학과 02학번 임규범 동문(오른쪽)
기계공학과 98학번 안재훈 동문(왼쪽), 경제무역학과 02학번 임규범 동문(오른쪽)

  취업을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뭘까? 우리 대학에 재학 중인 3학년 학우는 “취업을 위해 토익을 준비하고 있어요.”라 말한다. 당장 취업을 생각하는 3, 4학년은 너나없이 필수 코스인 토익을 시작하고 있다. 그런 토익을 책임져 주는 선생님이 대학 선배라면 어떨까? 졸업 후 토익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두 졸업생을 만나봤다.

  기계공학과 98학번 안재훈, 경제무역학과 02학번 임규범 동문. 영어와는 관련 없는 학과를 졸업한 두 사람은 학번도 4학번이나 차이나 공통점이 없어 보였다. “처음 만났을 때는 동문인지 몰랐어요. 나중에 알고 선배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우연히 만난 그들은 이제 동업까지 하는 끈끈한 사이가 됐다.

  “처음 학원을 개점할 때 마산과 창원 중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학원 위치는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들은 문뜩 생각난 대학 후배들로 인해 쉽게 결정을 내렸다. 지금도 까마득한 대학 후배들이지만 친동생처럼 토익을 가르친다고 한다.

  그들은 누군가를 가르쳐 보니 대학생 시절의 교수님들이 다시 떠오른다고 했다. 무역입론을 가르쳐 주던 김재명 교수는 정신적 지주다. “제가 그 분의 첫 번째 제자입니다.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신 교수님이라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리고 대학원에 들어가서 일하는 제자들의 취업을 책임져 주신 조상봉 교수도 기억에 남았다. 자신의 밑에서 일하는 사람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미래를 보장해 주셨다. 좋은 인연을 만난 뜻깊은 대학 생활이었다. “지금 제 나이가 40대입니다. 그래서 가끔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와요. 그럴 때 다들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자는 당부였다. 나이를 먹고 세월의 흐름을 따라가다 문득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놓친다. 또한, 그 놓친 시간을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후회가 모여서 포기라는 마음을 만들어 준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방황하고 있는 청춘들에게 말하는 응원이기도 하였다.

  학원을 개업한 지 어느덧 일 년, 그만의 교육관이 생겼다. “저는 지금보다 더 탄탄해진 학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수직적 관계가 아닌 학생들과 소통하는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의 말처럼 학생들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아닌, 소중한 인연으로 생각하며 아직까지 연락하는 학생이 많았다.

  대학을 졸업한 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들은 자랑스러운 졸업생이 되었다. 비록 자신이 처음부터 꿈꾸었던 일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일에 당당한 사람이 되었다. 자신들이 하는 일에 만족감도 대단했다. 그런 그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빛을 내고 있었다. 우리 대학 졸업생과 재학생 모두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이 졸업생들처럼 빛나길 바란다.

박예빈 수습기자

 

“대학 시절 창동의 커피집을 보며 꿈을 키웠습니다”

국어국문학과 88학번 박태욱 동문
국어국문학과 88학번 박태욱 동문

  시대가 변했다는 말은 그저 시간의 흐름만이 아니다. 사회도 사람도 흐름에 맞춰 바뀌었다. 시대가 바뀌고 댓거리로 돌아온 동문 선배를 만나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먼저 간단한 소개를 부탁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국어국문학과 88학번 박태욱입니다. 지금은 댓거리에서 ‘tea talk’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요.” 박태욱 동문은 20여 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카페를 운영한 지 4년이 되었다. “저는 대학 시절 창동의 커피집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카페 운영의 꿈을 키웠습니다. 그때 일하던 가게의 분위기에 맞춰 인테리어를 했어요.” 그의 가게는 좌식 테이블 10개, 소파 7개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신발을 벗고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대화할 수 있는 방이 있어 인상 깊다. 또한, 타 매장과 달리 ‘tea talk’는 자리 안내부터 주문 후 자리 정리까지 직원이 직접 한다. “손님은 자리에 앉아 편안히 벨을 눌러 주문을 하시면 됩니다. 뒷정리도 저희가 하므로 컵을 가져올 필요도 없습니다.” 그는 ‘tea talk’만의 서비스를 강조했다.

  그에게 30년이 지난 댓거리의 분위기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물어봤다. “개업 초기에 ‘더치페이 할게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상당히 놀랐어요. 예전에는 오늘 제가 사면 내일은 친구가 사는 게 당연하다 느꼈었죠. 예전과 달리 학우들이 개인적으로 바뀌었지만 나쁘지는 않아요.” 이후 옛 추억을 회상하며 말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학교 정문에 있는 가게를 가면 사장님에게 서비스를 왕창 받곤 했어요. 그 기억에 손님에게 자그마한 서비스를 주곤 했죠. 하지만 손님은 ‘이걸 왜 주지?’, ‘나중에 돈 받으려나?’라는 표정을 보였습니다.” 그는 사람과의 정이 없어져 가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학과 생활의 바뀐 점을 말했다. “유대 관계가 없어진 게 가장 큰 차이점 같아요. 최근에는 과 선배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때는 다른 과 선배도 알고 지내며, 학교, 학과 행사가 있으면 대부분 참가했죠. 하지만 요즘은 행사에 불참하는 학우를 많이 봤어요.” 덧붙여 그는 학부제가 유대 관계 상실의 원인으로 보았다. “한때 학부제를 운용하면서 1학년 때 선배가 2학년이 되며 선배가 아니게 되었죠. 그래서 선후배 관계를 중요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적극적인 소속감과 책임감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학우들에게 전했다. “제가 대학을 다닐 때는 카페가 많이 없어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친구들과 담소를 나눴어요. 지금은 가까운 카페에서 빙수를 나눠 먹으며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죠. 시대가 지나면서 변화는 자연스러워요.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함에 있어 자판기 커피와 카페의 빙수는 같은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맛있는 음식, 재밌는 놀이를 통해 대학 생활에서 많은 추억을 쌓았으면 하는 바람을 남겼다.

황찬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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