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에서 일명 ‘도현이 사건’이 큰 화제였다. 이 사건은 할머니가 손자를 차에 태우고 강릉에 가던 중 차량 급발진이 발생한 사고다. 사고로 손자는 사망하고 할머니는 중상을 입으며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러한 차량 급발진 사고는 처음이 아니다. 최근 5년간 국토교통부와 각 지역 소방청에 신고된 급발진 사고만 987건이다. 그렇다면 차량 급발진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차량 급발진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기에 원인과 대처법을 미리 숙지하고 대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 사회부
작년 12월 한 60대 운전자가 12세 손자를 태우고 강릉으로 향하고 있었다. 강릉으로 향하던 도중 갑자기 커다란 소음이 나더니 차량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기 시작하며 앞에 있던 차를 들이받았다. 그러고도 제어가 안 되어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질주했다. 그렇게 약 1km를 달린 끝에 왕복 6차선 도로를 넘어 지하통로로 추돌하고 나서야 차량이 멈췄다. 이 사고로 인해 손주는 목숨을 잃었고, 운전을 했던 할머니는 큰 중상을 입었다. 이 사건의 영상을 살펴보면 커다란 소음 및 급격하게 빨라지는 속도 등 운전자의 부주의보단 차량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로 보기 충분하다. 그러나 운전자였던 할머니가 교통사고 특례법 위반 혐의로 가해자로 몰렸다. 이는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판결을 받은 국내 사례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 차량 급발진, 누구의 잘못인가?
차량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는 매년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입증 할 수 있는 근거가 적고 일반인이 차량의 결함에 의한 급발진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국내에서 자동차 결함을 인정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급발진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은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기도 하지만 차량의 결함은커녕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사실 조차 규명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받으려 하다가도 금방 좌절한다.
자동차 급발진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자동차 리콜 제도 등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제도가 존재한다. 그러나 입증 절차가 까다로워 소비자 구제로까지 이어지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교통안전공단 자동차 리콜센터는 국토교통부에서 운영하는 자동차의 제작결함조사 제도로 급발진 차량에 대해 지속해서 전수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사실상 급발진 조사가 제조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국가가 공인하는 조사기관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급발진의 원인을 운전자가 증명해야 하는 현 시스템에도 개선이 필요하다. 먼저 일반 운전자들의 경우 대부분 자동차 구조나 전문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급발진 사고 시 원인을 밝혀내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고 직후 운전자는 심각한 부상을 당하거나 정신적인 충격을 입은 상태다. 피해 수습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복잡한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법정에서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전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 급발진 사고, 계속 일어나는 이유는?
차량 급발진은 차량이 운전자의 제어를 벗어나 의지와 관계없이 가속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급발진이 일어나면 엔진 성능을 초과하는 급가속이 발생하고, 브레이크 기능이 무력화 된다. 액셀 페달을 밟지 않았지만, 액셀을 최대치까지 밟은 것처럼 RPM이 최대치로 상승한다. 가장 무서운 점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은 전자제어장치 (ECU)에 의한 경우와 잦은 브레이크 사용 등으로 예측할 뿐 아직 명확하게 있지 않다. 그렇기에 사고가 나더라도 자동차 결함이 원인이 아닌 운전자의 부주의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국내에 많이 보급되고 있는 전기차도 급발진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전기차의 모터에 이상 전력이 공급되거나 회로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모터가 과하게 돌아갈 수 있다. 그 동력이 바퀴로 전달되면 급발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운전하는 자율주행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 차량의 급발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근거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하지만 시스템에 결함이 있거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등의 이유로 급발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기술이 발전하며 자동차에도 다양한 발전이 있었다. 그런데도 아직 급발진을 보완할 방안 혹은 원인조차 확실하지 않아 안타까운 사고가 계속 발생 중이다.
# 급발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차량이 급발진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브레이크를 딱 한 번만 밟는 것이다. 브레이크를 여러 차례 밟게 되면 엔진으로 들어가는 공기량을 조절하는 장치인 스로틀 보디의 진공압 문제로 브레이크 성능이 점점 떨어지게 된다. 급발진 상태에서는 브레이크 페달이 평소의 10%만 들어가기 때문에 페달이 부서질 정도로 강하게 밟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차량이 멈추지 않는다면 기어를 P가 아닌 기어를 N으로 놓아서 동력을 차단해야 한다. 기어를 P로 놓게 되면 핸들마저 잠겨 상황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과정들을 모두 해도 차가 멈추지 않는다면 최후의 수단인 충돌을 통해 차량을 멈추게 해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충돌할 때 정면보다는 측면 충돌이 피해를 최소화 시킨다. 측면 충돌을 할 때 가드레일이나 옹벽 등 주변의 지물에 부딪히면서 마찰력을 인해 속도가 줄어들게 되며 차량을 멈추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차량이 멈춘 후 2차 사고를 막기 위해선 비상 깜빡이를 통해 뒤에 운전자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차량 급발진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예방도 매우 중요하다. 먼저 시동키를 2단까지 넣어 주면 엔진 체크 램프가 점등되었다 꺼지게 된다. 이때 램프가 소등된 뒤 시동을 걸어주는 것이 좋다. 램프가 소등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엔진 시동 시 자동차의 전기 및 전자 시스템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터리 전압이 낮아서 시동이 잘 안 걸리거나, 센서나 배기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경우 등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시동을 켜도 엔진 체크 램프가 켜져 있는 상태로 시작될 수 있다. 따라서 엔진 체크 램프가 켜진 상태로 시동을 거는 것보다는 엔진 체크 램프가 꺼진 뒤에 시동을 거는 것이 더 안전하다. 이렇게 하면 엔진 시동 시 체크되는 시스템들이 초기화되고, 시스템에 오류가 있는 경우에는 더 빨리 발견할 수 있다. 차량 내외 시스템의 오류를 빠르게 인지하고, 수리하는 것만으로도 차량 급발진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길이다. 더불어 차량 급발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정비 및 검사가 중요하다는 점 기억하자.
현재로서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기는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대처 방법을 잘 숙지해 급발진이 발생했을 때 즉시 조치하는 게 최선이다. 차량 급발진으로 발생하는 사고들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막상 이런 일이 닥치게 되면 당황하여 아무 생각이 안 날 수도 있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처 방안은 반드시 숙지해두자.
정지인·문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