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각 기준 지난 12월 19일에 치러진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이 끝났다. 이번 대회는 사상 최초로 연말 기간 그리고 중동 아랍권에서 개최되었다. 개최 과정에서 경기장 건설 노동자들의 처우나 유치 관계자 매수 의혹 등의 논란이 존재했지만, 대회 기간에는 대형 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세계인의 축제를 마쳤다. 이번 대회에서 있었던 여러 이변과 결과 그리고 기적을 쓰면서 국민에게 감동을 전해 준 대한민국 대표팀의 성과를 알아보자. / 사회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은 아르헨티나가 36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막을 내렸다. 이번 월드컵에서 흥미로운 점은 ‘언더독의 반란’이다. 스포츠 용어로 사용되는 언더독(underdog)은 이길 확률이 극도로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의미한다. 그들의 반란은 우승팀인 아르헨티나를 사우디아라비아가 조별 예선 당시 1-2로 잡아내면서부터 주목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약체로 평가받던 아시아와 아프리카 팀들도 이번 월드컵에서 활약을 보였다. 대한민국 대표팀 역시 언더독의 반란에 거들면서 역대 2번째 원정 16강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월드컵이 진행되는 기간에는 사람들이 밤잠을 설치고 길거리가 축구로 들썩이며 연말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 이변 속출, 언더독의 대약진
이번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는 3전 전승을 거둔 팀이 나오지 않았는데, 이는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28년 만이다. 특히 2승 1패로 조 1위를 한 팀이 5팀, 1승 2패를 기록하면서 조 4위로 마무리한 3팀이 나오는 등 혼란스러운 경우의 수가 많이 나온 대회였다. 1승도 하지 못한 팀은 겨우 5팀에 불과하며 이는 32개국 체제 이후 가장 적은 수치로, 예상하지 못한 경기 결과를 보였던 조별리그였다. 그중 괄목할만한 이변을 만들어낸 참가국은 이번 대회 우승팀인 아르헨티나를 꺾은 사우디아라비아, 준우승팀인 프랑스를 꺾은 튀니지, 벨기에를 꺾고 아프리카 소속 국가 중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진출한 모로코 등이 있다.
아시아 팀들의 경기력도 상당히 주목되었다.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인 세 팀(호주, 일본, 대한민국)이 16강에 진출하며 언더독의 이변이 우연은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특히 일본은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독일과 스페인을 모두 잡으며 스타팀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12년 만에 16강 진출 목표를 이뤘다. 한편 우승 가능성이 있는 팀으로 분류되었던 독일, 우루과이, 벨기에, 덴마크는 16강에 가지 못 하고 탈락하면서 이변의 희생양으로 등극하였다.
#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4년 전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디펜딩 챔피언인 독일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희망을 보여주었던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후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하였다. 벤투 감독 체제하에서 대표팀은 아시아 국가 최초로 10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본선 첫 경기인 우루과이와의 경기는 0-0으로 끝났다. 선수들에게서 한국 대표팀의 ‘선수비 후역습’이라는 전통적인 움직임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적극적인 압박과 능동적인 역습을 보여주며 기존과는 달라진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가나와의 경기에서는 다소 아쉬운 결과인 2-3으로 패배했다.
가나전 패배 이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는 자력으로 16강에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대표팀은 세계 9위인 포르투갈을 이긴다는 전제하에 우루과이가 가나를 2골 차 이하로 이겨줘야 하는 경우의 수를 통해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주로 정치와 스포츠 예측을 진행하는 통계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포르투갈과의 경기 직전 대한민국의 16강 진출 확률은 9%에 불과했다. 그리고 벤투 감독이 2차전 종료 직후 퇴장 판정을 받아 조별 예선 3차전은 벤치에서 지시를 내릴 수 없다는 악재도 겹쳤다.
한국 시각 기준 12월 3일 자정, 포르투갈과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가 진행되었고, 후반전 정규시간인 90분까지 양 팀의 점수는 1-1이었다. 그러나 추가시간 91분에 역전 골을 넣으면서 포르투갈에 1점 차 승을 거뒀다. 비슷한 시각에 경기를 진행한 우루과이가 가나를 상대로 3점 차 승리를 거두지 못해 대표팀은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강팀을 상대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들의 모습은 응원하던 국민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16강에서는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브라질을 만나 1-4 석패를 기록하였지만 어떤 누구도 여정을 멈춘 대표팀을 비난하지 않았다. 선수단은 12월 7일 귀국하여 다음 날 윤석열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만찬에 참석하는 것으로 이번 성과를 인정받았다.
# 다가올 2026 북중미 월드컵
다음 월드컵은 캐나다, 미국, 멕시코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이다. 해당 대회는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에 이어 24년 만의 공동 개최 월드컵이자 최초로 3개국이 함께한다. 다가올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본선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이 참여하는 것으로 개편된다. 이에 따라 아시아에 배정된 본선 진출권이 4장에서 8장으로 확장되어 자국 대표팀의 본선 진출이 기존에 비해 수월해질 전망이다. 다만, 역대 최장기간인 4년 4개월 동안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끌던 벤투와 그의 사단이 재계약을 하지 않아 다음 월드컵은 다른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게 된다. 현재 대한축구협회는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자체적인 기준을 두고 엄밀한 선정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확정된 안건은 아니지만, 4팀씩 배정되던 조별리그가 3팀으로 변경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늘어난 참가국 수에 맞춰 각 팀이 공정한 조건에서 경기를 진행할 수 있도록 고심하는 중이다.
4년마다 돌아오는 세계인의 축제로 모두를 가슴 설레게 했던 월드컵은 이번에도 성황리에 막을 내리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조별 리그에서는 이변과도 같은 경기가 속출했고, 토너먼트에서는 모로코의 첫 4강 신화와 유명 선수들의 고별 무대가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피날레였던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결승전까지 명경기였던 덕에 이번 월드컵은 보는 맛이 가득했다. 카타르 월드컵은 막을 내렸지만, 한 자릿수에 불과하던 확률을 뚫고 16강 진출을 이루어내며 국민에게 주었던 감동과 희망은 여전하다. 이번 월드컵에서 배운 인내와 신뢰하는 자세를 통해 선수들을 향한 끊임없는 응원과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더불어 그들이 보여준 감동을 잃지 말고 2023년 계묘년을 희망차게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정희정 기자, 김민준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