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한다는 ‘주경야독(晝耕夜讀)’의 말은 많이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1970·80년대의 우리나라는 경제사정으로 인해 학교 대신 일을 해야 했던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주경야독의 대표적인 상징인 야간학교(야학)들이 많이 운영되었습니다. 하지만 국민 총소득이 3만 달러가 넘어선 현재에도 우리 지역에 야학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1986년 3월 5일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 사무국장을 맡고 계시던 조민규 선생님의 노력으로 ‘애솔배움터’라는 이름의 야학이 마산에 개설되었습니다. 그동안 마땅한 교육 장소가 없어 여러 곳을 전전했던 적도 있었으나, 2013년에 경남은행의 후원으로 경남은행 산호동 지점 안에 교실이 마련되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조민규 선생님께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야학 교장 선생님을 맡아 운영해 오고 계십니다.
애솔배움터는 그동안 소외받고 어려운 처지에 있었던 수많은 지역 주민들에게 작은 등불이 되어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왔는데, 3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멈추지 않고 계속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조민규 교장선생님의 헌신적인 후원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의 교육 봉사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애솔배움터는 우리 대학과 인접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사가 우리 대학 학생들이었으며, 저 또한 교사 및 교무로 1991년부터 약 2년간 참여하여 제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그 당시 야학에서 공부하던 성인 학습자분들 중에서 한글과 숫자를 몰라 나쁜 짓을 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 앞에서 당당할 수 없었고, 버스 행선지를 몰라 버스 타는 것도 힘들었으며, 은행에 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이제는 혼자서 은행도 가고 버스도 탈 수 있게 되어 삶이 너무나 행복해졌다며, 감사의 눈물을 흘리던 분들도 계셨습니다.
이처럼 야학은 의미 없이 보내던 저에게 항상 최선의 삶을 살아가도록 만들어 준 소중한 존재이며 경험이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수업을 잠시 멈췄던 애솔배움터가 지난 5월부터 다시 문을 열었지만, 교사가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주중 하루만 저녁 7시~9시까지 시간이 있다면 누구나 교사로서 참여할 수 있는데, 야학이라는 소중한 경험과 교육 봉사를 통한 사회적인 책무이행을 통해 삶의 의미를 느끼고 싶은 분은 망설이지 말고 저에게 꼭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최선욱(제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