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한 마음이 가족을 아프게 만들었다
가족을 위한 마음이 가족을 아프게 만들었다
  • 정희정 기자
  • 승인 2022.06.08 14: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시 불러일으켜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아픔

 

  코로나19로 인해 휘청거렸던 영화계가 다시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4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공기살인’이 개봉되었다. ‘공기살인’은 갑작스럽게 아들과 아내가 연달아 죽음을 맞이하면서 이에 의구심을 품은 남편이 검사로 일하는 처제와 함께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내용이다. 영화 개봉과 더불어, 최근 유명 향초 회사의 차량용 방향제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주요 물질이 검출되었다. 이는 사그라들었던 가습기 사건을 다시 한번 수면 위로 올라오게 했다. 한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 사회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산모나 영유아 등이 폐 손상으로 사망하거나 폐 질환에 걸린 사건이다. 잇따른 피해 사례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2017년 8월 9일 시행 되었으며, 주요 책임자들은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해당 사건은 제품이 처음 시판된 1994년 이후 17년간 방치되었고, 질병관리본부가 역학 조사를 진행하면서 2011년이 되어서야 그 원인이 밝혀졌다. 사건 이후 화학 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의 규제가 강화되긴 했지만, 아직은 생활 화학 제품의 전 성분 공개와 호흡 독성안전 확인은 의무 사항이 아니다. 그렇기에 호흡 독성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들이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 실상이다.

 

+ 가습기 살균제 네가 뭐길래?

  사건의 원인이 된 가습기 살균제는 분무액에 살균 용액을 첨가한 후, 공기 중으로 분무 되도록 설계된다. 출시 당시에 해당 회사는 국내 최초일 뿐아니라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대대적인 홍보를 거쳤다. 덕분에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가습기 살균제는 ‘정부 인증 KC 마크’까지 받으며 판매가 진행되었다. 여기서 정부 인증 KC 마크란, 안전 보건 환경 품질 등의 법정 강제 인증 제도를 단일화한 국가 인증 통합 마크를 말한다. 그렇기에 정부 인증 KC 마크를 믿고 구매한 사용자들의 기업과 정부에 대한 배신감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화학 재해’로 분류된다. 살균제의 화학 성분에 노출되어 폐 섬유화 증상을 호소한 이들 중 신고된 사망자는 1,704명이고 부상자는 5,902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고가 접수된 사망자와 부상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국가 기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2018년 10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1년까지 신고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할 시 사망자 20,366명, 건강피해자 950,000명, 노출자 8,940,0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 왜 이렇게 많은 피해자를 만들었는가?

  가습기 살균제는 균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화학 약품으로, 물을 이용하는 가습기의 특성상 세균의 감염이 쉬워 자주 닦아야 한다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했다. 기업 역시 살균제를 물에 희석할 경우 손쉽게 세균을 박멸할 수 있다는 광고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모두의 눈길을 이끈 제품을 판매하는 만큼 해당 회사는 제품 출시 이전의 구성 성분에 대한 흡입 독성을 평가해야 했지만, 기업은 이익을 좇아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세계적인 초대형 화학 참사의 시발점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가장 큰 피해를 준 물질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인산염(이하 PHMG)이다. 이 물질은 구아닌 계열의 물질로 세균의 세포막을 망가뜨려 세균을 죽이는 살균제 역할에 많이 이용된다. 그러나 PHMG는 다른 물질들과는 달리 당시 흡입 독성에 대한 연구가 미흡했고, 기업은 이 점을 이용하여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및 시판하였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정부의 방조에 대한 의혹이 커지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모 회사가 1996년 제출한 PHMG 제조 신고서에 따르면, PHMG를 흡입할 시 인체에 해롭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정부는 추가 독성 자료를 요구하거나 유독물로 지정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사건으로 구속된 가습기 살균제 회사의 연구소장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정부 측 공산품 안전심의위원회 기술 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부의 방조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이외에도 사망자를 만든 다른 가해 회사의 경우 역시 PHMG를 사용한 바 있지만, 정부가 해당 원료가 유독 물질이 아니라고 거짓 고시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국립환경연구원이 직접 관보에 고시한 내용이다. 그러나 적힌 사실과는 달리 스프레이 제품임에도 흡입 독성 시험을 하지 않았으며 신청서도 조작되었다고 밝혀졌다.

 

+ 유명 향초 회사에서 유해 물질 발견

  올해 3월, 미국 유명 향초 회사의 차량용 방향제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 중 하나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이 최대 2ppm씩 검출되었다는 사실이 보도되며, 해당 사건이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CMIT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법이 개정되면서 2017년부터 금지된 물질 중 하나이다. 또한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도 검출되어 큰 충격을 가져왔다. 이 두 물품은 미생물이 증식하지 않도록 하는 살균 보존제로, 과거에는 가습기 살균제 이외에도 치약과 샴푸 등에 사용된 물질이다.

  해당 양초 회사의 한국 본사 측은 “리콜 대상이 된 제품은 한국 본사의 공식 제품이 아니며, 한국 본사는 3년 전부터 이 제품의 판매를 중단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D 업체의 수입 제품에서 발견된 후, 잇따라 L 업체의 수입품에서도 같은 성분이 검출되면서 해당 제품을 구매한 사용자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따라서, 환경부는 두 회사의 30여 개 제품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리고 전수 조사에 돌입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해당 업체뿐만 아니라 여러 병행수입업체는 수입을 지속해왔고 여전히 논란이 된 차량용 방향제를 판매 중이다. 그렇기에 이번 방향제 사건의 경우 그 피해 정도가 얼마나 될지 예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7년 8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시행되었다. 그리고 올해 5월 26일,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도하며, 입법을 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가습기 살균제 및 원료 물질 사업자가 납부해야 하는 분담금을 정할 때, 전년도까지를 기준으로 삼아 가습기 살균제 사용 비율을 가장 최신화된 시점으로 갱신하게 된다.

  기업의 이기적인 이익 추구 방식과 국민을 보호해야 할 위치인 정부의 방조가 합쳐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피해자와 유족들은 아직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평범한 학교생활, 일상생활을 할 수도 없는 피해자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된 사과와 피해 구제가 진행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역사상 가장 큰 화학 참사인 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잊지 않고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여야만 사회는 변할 수 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언젠가 나와 내 가족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아파하는 피해자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정희정 기자 h2jeong01@naver.com
정영은 수습기자 jyu2411@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대학로 7 (경남대학교)
  • 대표전화 : (055)249-2929, 249-2945
  • 팩스 : 0505-999-211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은상
  • 명칭 : 경남대학보사
  • 제호 : 경남대학보
  • 발행일 : 1957-03-20
  • 발행인 : 박재규
  • 편집인 : 박재규
  • 경남대학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2022 경남대학보.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