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 아고라]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하여
[한마 아고라]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하여
  • 언론출판원
  • 승인 2022.03.3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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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나는 그나마 바쁜 와중에도 불구하고, 참 행복하고 다행스럽게 내 삶의 보람을 조금씩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부의 많고 적음이 아니고, 물질적 소유가 크고 많음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좋아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중에 비 오는 날을 참 좋아했다. 왜냐하면 비 오는 날은 아버지가 오로지 막내인 나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다 해 주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반듯한 직장이 없었다. 농번기 때는 농사일을 하시고 농번기가 아닐 때는 노동일을 하시었다. 비 오는 날이면 노동 현장이 쉬는 날이라 일을 가지 않으셨다. 나는 밤마다 일기장에 “비야! 내려라! 비야! 내려라!” 하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하곤 했다. 비 오는 여름날이면, 시멘트 마당에서 맨발로 철벅 철벅 뛰어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아버지도 양말을 벗으시고 들어오시어, 같이 빗속에서 철벅 철벅 소리를 즐기면서 놀아주셨다. 다 놀고 나면 멸치로 다시 물을 우려내고, 호박, 바지락을 넣어서 수제비를 직접 끓여 주셨다. 그 맛은 지금의 그 유명한 어떤 맛집도 감히 흉내 낼 수 없었던 맛이었던 것임을......, 아버지는 작은 체구로 막노동 일을 하시다가 60세에 이미 고인이 되신, 이런 아버지의 무한 사랑과 배려가 얼마나 지독하고 애틋한 마음이었는지를! 비오는 날이면 나를 미치도록 그립게 하는, 아버지의 무한 사랑의 위력으로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느새 나도 타인의 작은 마음의 상처에도 가슴 아파할 줄 아는 그런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굴뚝 청소부의 행복한 웃음을 좋아한다. 중학교 때 오빠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찰스 램의 『굴뚝 청소부』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 평소 책 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은 나로서 낯선 제목에 눈이 갔던 것이다. 굴뚝 속 더러움이 청소부의 온몸과 얼굴이 새까맣게 되게 하지만, 청소 후 깨끗하게 바뀐 굴뚝 속을 보면서 만족하고 적당한 보수를 받는 것을 고마워하고 즐기면서 행복해한다. 굴뚝 청소부는 언제나 일을 마치고 나면, 즐거움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온다. 어린 내게 신선한 충격을 준, 굴뚝 청소부의 검은 얼굴에서 비치는 행복한 웃음을 지금도 나는 기억하고 좋아한다.

  어떤 기억들이 나를 변화시키고 있는지? 가끔 나의 기억 들을 들추어 보곤 한다. 누가 뭐라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기억 속에 너무 많아서, 나를 이런 기억 속에서 묵묵히 아름다운 영혼으로 살아가게 하는 내 가슴이 너무 좋다.

이민희(총동창회 여성위원장/장학위원, 전 창원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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