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되고 강의 교재라 어쩔 수 없이 읽었던 책 한 권이 있다. 제레미 리프킨 『노동의 종말』이다. 노동의 종말은 무거운 책이었다. 450페이지에 달하는 길이로 무게가 무거웠다. 인간의 노동이 필요 없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 무거웠고 이해하기에도 힘들었다. 책에서 말하는 이야기들이 다른 세상의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노동의 종말이 다시 떠올랐을 때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1995년 책이라는 사실에 놀랐고 20년도 넘은 오래된 예측이 주변에서 하나둘 현실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1995년 제레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이라는 책을 발표했다. 책은 과거 미국의 사례로 인간 노동이 필요 없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책에서 소개하는 사례는 이렇다. 미국 남부 농업이 기계를 도입하면서 많은 농업 노동자가 실업자가 된다.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서 북부의 공장으로 이동한다. 이번엔 공장이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며 다시 많은 공장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는다. 이 이야기를 보면 기업이 노동자를 고용하는 이유는 노동자가 필요해서가 아니다. 목표 생산량을 달성하기 위해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달에 자동차 100대를 생산하는 목표가 있고 기존 시스템에서 노동자 1,000명이 필요하다고 가정해보자. 새로 기계가 도입되어 500명으로도 1달에 100대를 만들 수 있다면 기업 입장으로는 500명은 필요 없는 사람이 된다. 자동화, 무인화, 효율화는 우리에게 풍요를 가져다주지만, 한편으론 일자리를 줄인다. 제레미 리프킨이 1995년에 말했던 기계의 인간 노동 대체는 어느덧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 대학 주변에도 기계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근처에 있는 A 마트는 최근 셀프계산대를 확대했다. 기존에는 계산대에 직원이 위치해 손님이 오는 순서대로 계산했다면 지금은 기존 방식의 계산대는 현금전용으로 전환하고 셀프계산대를 대폭 확대해 운영한다. 기존 계산원은 여러 대의 셀프계산대 사이에서 이용 안내를 맡는다. 월영동에 있는 B 식당은 기계를 이용해 홀서빙하고 있다. 주방에서 로봇에 음식을 올려 테이블을 입력하면 로봇은 해당 테이블까지 이동한다. 손님이 로봇에서 음식을 내리고 확인 버튼을 누르면 로봇은 주방으로 이동한다. 아직은 사람의 손길이 일부 필요하지만, 현장에서는 가능성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기계를 도입한 덕분에 비교적 적은 인원으로 일정하게 가게를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대학 인근에서 요식업을 하며 키오스크(주문 기계)를 도입한 경험이 있는 김 씨는 장기적으로 현장에서 기계의 영향력은 확대될 것이라 예상했다. 노동의 종말 속 이야기들은 이제 우리의 현실일지도 모른다. 지금이 다시 한번 우리의 미래를 고민해볼 순간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