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일까지 10일간 제5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UMFF)가 자동차 극장과 인터넷 상영 형식을 통해 열렸습니다. 비록 다섯 번째 영화제이지만, 영남알프스 아래서 꿈이 시작된 산악영화제는 10년 가까이 익어온 문화예술의 향기입니다. 이른바 ‘영남알프스’란 산군은 울산광역시 울주군이 가진 최고의 문화 자원입니다.
봄에는 눈부신 신록 새잎이, 여름에는 영혼까지 씻어주는 맑은 계곡물이, 가을에는 만산홍엽과 억새가, 겨울에는 산봉에 흰 눈을 이고 의연한 자세로 침묵하는 산들의 동안거가 있습니다. 자연이라는 것, 그것은 억만금의 자본을 투자하여도 만들어낼 수도 재현할 수도 없는 신의 도량입니다.
누가 먼저 낸 생각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도량에서 산악영화를 상영하자는 화두는 많은 사람과 많은 시간을 투자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실천이었습니다. 저는 그것은 ‘영화의 산’을 만드는 일이라 이름했습니다. 1천 미터 산군들 사이에 영화의 산 하나를 새롭게, 우뚝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산악영화제는 국내외 산악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며 탑을 쌓듯 살아 숨 쉬는 자연 콘텐츠들을 쌓아 올렸습니다. 유행가 가사처럼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우는’ 영화의 장이 해마다 펼쳐졌습니다. 자연과 사람과 영화가 하나가 되어 동고동락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태풍이, 올해는 코로나19 전염병 사태가 영화제를 심하게 흔들었다.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태풍에도 영화제는 쓰러졌다 일어섰고, 올해도 코로나 19에 드라이브 스루 형식의 자동차 극장을 운영하고, 온라인 상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산악영화에는 인간의 도전이 빛납니다, 산악영화제 역시 위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성숙된 모습이 영화나 영화제가 대동소이했습니다. 나는 지난해와 올해 영화제에서 예술이 도전이며, 전염병에 대한 백신이란 생각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런 생각이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영남알프스란 이름은 겨울철이면 눈이 많이 내려 우리나라 산악인들에게는 히말라야 도전의 꿈을 꾸게 해주었던 베이스캠프며, 훈련장이었습니다. 1977년 한국인으로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섰던 고상돈도 영남알프스 훈련장에서 땀을 흘렸습니다. 도전의 현장이 이제는 산악영화의 현장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어떠한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영화의 산으로 말입니다.
코로나 19 사태가 올겨울 또 한 번 유행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어느 겨울보다 지독한 청춘의 계절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 산악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인생이란 산 앞에서 절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더욱 당당한 자세로 폭설이 쏟아지는 산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청춘이란 극장에서 바로, 여러분이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석좌교수·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