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기자로 보냈던 2년 5개월가량의 생활이 끝났다. 학보사에서의 1년은 모든 게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높아지는 직책에 따라 부담감이 따라왔고, 그 끝은 언제나 자책이었다. 막연하게 기자가 되고 싶었을 땐, 모든 일의 끝이 정의로워야 한다고 믿었다. 부딪혀보니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스스로 어떤 기자가 되고 싶은지 답을 찾아내야 했다. ‘이 세상 모든 소수에게 도움이 되는 깡 있는 기자’, 소외되는 사람 없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살길 바라는 작은 마음이다.
기자란 개인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되, 때론 고집부릴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되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학보사는 단체 생활이니만큼 행동을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혹여 오해라도 생기게 해서 선배들이 쌓아온 학보의 신뢰도를 깎아내리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학우들이 더 나은 대학 생활을 누리고, 알 권리를 보장받도록 하는 기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최근 1년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그동안 알면서도 모르는 척, 이게 맞나 싶은데도 입 밖으로 나오려 하는 말들을 꾸역꾸역 삼키기도 했다.
‘대학 홍보지(KU NEWS)와 교내 신문(경남대학보)의 차이는 뭘까’ 반항심이 엿보이는 의문이다. 학보사는 학우들을 위한 신문이라고 배웠고, 당연시했다. 그러다 보니 학보에 실을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쓰고 있는 기사라곤 소개하는 글뿐이다. 교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쓰려고 할 땐 눈치가 보였다. 대학의 명예를 실추하는 내부고발자가 된 기분이랄까. 어느샌가 학보 1면 보도 탑기사는 학우들의 소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작년 대학부장을 맡게 되었을 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학보사 특성상 학생회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첫 기사부터 삐걱댔다.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안 됐고, 돌아오는 건 “왜 학보사에서 우리가 하는 제휴사업을 여론 조사하죠?” 난감한 질문이었다. 그 일로 주말에 카톡테러를 당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 겪는 일이라 무서운 마음에 한동안 대학부 기사를 피하려고 애썼다.
외부 요인으로 기사를 못 쓴 적도 있지만, 내부적으로도 참 힘들었다. 학생 기자니까, 외부 언론사가 전문적이니까, 이유 모를 이유도 있었다.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글을 쓰되,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할지 방향 정도는 잡아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그게 기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생 기자라는 이유로 모든 게 당연해진다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없다.
대학 생활의 전부였던 바쁜 학보사 활동이 참 소중했다. 같이 일했던 기자들이 많이 생각날 듯하다. 9월부터 학보사 기자가 아닌, 평범한 대학생이 된다. 언젠가 꼭 당당하게 저널리스트라고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