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시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체포 당시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렀다. 플로이드는 무릎 밑에 깔린 채 “I can’t breath.”(숨을 쉴 수 없어요.)라고 호소했지만 8분간 목을 짓눌렸고, 플로이드는 결국 그날 밤 숨졌다. 해당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파만파 퍼지자 사건의 진원지인 미니애폴리스와 미국 전역에서 시위가 확산했다. 미국 전역으로 시위가 퍼진 이유와 꾸준히 발생하는 인종 차별 사건을 알아보고 무릎 꿇는 제스처의 의미를 살펴보자. / 사회부
‘Black Lives Matter’(이하 ‘BLM’)는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라는 뜻이다. 문구는 2012년에 일어난 인종 차별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미국 플로리다주 샌포드시에서 17세 흑인 남성 트레이번 마틴이 마을에 기웃거리자 주민의 신고가 들어왔다. 그러자 자율 방범대원 조지 짐머맨이 총격을 가해 마틴이 사망했다. 그런데 2013년 짐머맨이 정당방위로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평결을 내린 배심원단 6명 중 5명이 백인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해시태그 ‘#BlackLivesMatter’이 넘쳐났으며 BLM 운동의 시초가 되었다.
시위 진행 상황은?
경찰의 폭력을 규탄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였다. 지역에 따라 평화로운 시위도 있지만, 약탈과 방화를 동반한 물리적 행동과 총격 사건으로까지 이어지며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심각한 상황도 있다. 미국 일부 도시에서는 야간 통행금지령(이하 통금령)을 내렸고, 워싱턴D.C. 와 캘리포니아주 등 12개 주는 나라를 방위하는 군대를 소집 했다.
지난 6일 기준으로 미국 전역의 시위는 대부분 평화롭게 진행되었다. 워싱턴 D.C.에 주둔했던 군대가 철수하고, 미니애폴리스의 통금령도 종료되었다. 워싱턴 D.C.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통금령은 4일, 뉴욕시는 9일에 해제하였다. 미니애폴리스시는 플로이드의 사망 원인인 목 조르기와 목 압박과 같은 체포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캘리포니아주도 경찰의 목 조르기 기술 훈련을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 전역에 시위가 퍼진 이유
단순히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 아니다. 사건의 내막엔 흑인에 대한 편견이 존재했다. 흑인을 향한 백인의 고질적인 인종 차별 행위가 불만에서 분노로 축적 되어 시위로 곪아 터졌다. 한 흑인이 공원을 걷다가 부당하게 신고 당한 사례가 있었다. 사례는 공원 규정에 따라 개에게 목줄을 채우라는 흑인 남성의 요구를 백인 여성이 거절하면서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백인 여성은 엉뚱하게도 흑인 남성이 자신의 목숨을 위협한다며 신고하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백인 여성이 흑인 남성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해당 영상이 소셜 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와 퍼지자 백인 여성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다. 백인 여성은 그제야 자신의 언행이 인종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되었다며 사과했다.
백인 경찰의 인종 차별에서 비롯된 과잉진압으로 인해 희생자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살았던 스테판 클라크가 백인 경찰에 의해 희생되었다. 클라크는 마당에서 핸드폰을 들고 있었는데, 마침 들이닥친 경찰이 그가 총을 들었다고 착각해 총격 20발을 가했다. 그러나 클라크의 범죄 혐의가 없어서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또 지난 3월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응급의료 요원으로 일한 브리오나 테일러는 경찰의 무리한 체포 시도 와중에 총을 맞고 숨졌다. 마약 사범 체포를 위해 경찰이 새벽에 들이닥쳤으나, 테일러는 전과조차 없는 무고한 시민이었다. 모두 미국 백인 경찰관이 ‘흑인은 잠재적 범죄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다. 경찰이 과잉진압을 반복하는 데에는 경찰의 면책권도 한몫한다. 1967년 확정된 대법원판결에서 미국 공무원은 인권 침해했더라도 ‘선의’를 위함이었음을 증명하면 책임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인종 차별을 중단하라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관련한 시위 현장에서 시위대와 경찰 모두 무릎을 꿇었다. 제스처의 원조는 미국프로풋볼(NFL) 선수인 콜린 캐퍼닉이다. 지난 2016년 흑인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다. 캐퍼닉은 경기 전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은 채 국민의례를 거부해 미국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200명이 넘는 NFL 선수들이 국가 연주 때 무릎 꿇거나 주먹을 들어올리며 동조하여 논란이 커졌다. 이듬해인 2017년 9월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무릎 꿇는 행동이 비애국적이라며 NFL 구단주들에게 무릎을 꿇는 선수들의 해고를 요구했다. 이후 무릎 꿇기는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가 중대한 일에 대해 침묵하는 순간 우리의 삶은 종말을 고하기 시작한다.” 미국 흑인 해방 운동 지도자 마틴 루터 킹이 말했다. 1992년 LA 폭동에 이어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까지, 흑인은 인권을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싸워왔다. 이제는 인종 차별에 대해 미국 전역에서 흑인뿐만 아니라 백인, 한인까지 함께 분노한다. 침묵 대신 큰 소리로 “Black Lives Matter”를 외친다. 더는 유색 인종이 피부색으로 평가되지 않아야 하며, 인격으로 평가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