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MBTI가 면죄부가 돼버린 시대
[월영지] MBTI가 면죄부가 돼버린 시대
  • 전보미 기자
  • 승인 2026.10.14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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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TI는 사람의 성향을 네 가지 기준으로 나눠 16가지 유형으로 설명하는 성격 유형 검사로, 이제는 일상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는 처음 만난 사람과도 MBTI를 자연스럽게 주고받는다. 오늘날 MBTI는 서로를 알아가는 하나의 방식이 됐다. 자신의 성향을 설명하거나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할 때 MBTI를 참고하기도 한다. “나는 I라서 혼자 있는 게 편해.”, “나는 T라서 네 말에 공감하기 어려워.”와 같은 말도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MBTI가 편리한 이유는 사람의 복잡한 성향을 몇 가지 유형으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잘 설명하기 어려울 때 MBTI를 빌리면 더 쉽게 표현할 수 있다. 상대방과 성격이 다를 때도 ‘저 사람은 나와 다른 유형이구나.’라고 생각하면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 된다. 특히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차이를 이상하다고 받아들이기보다 서로 다른 성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MBTI는 꽤 유용한 도구다.

  하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문제가 생긴다. MBTI가 자신을 설명하기보다 행동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나는 T라서 공감을 잘 못 해.’, ‘내가 P라서 계획을 지키는 게 어려워.’와 같은 말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말들은 자신의 성향을 설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뒤에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내향적인 사람은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렇다고 ‘나는 I니까 먼저 연락하지 않아도 돼.’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연락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먼저 해보려고 노력할 수 있다.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려운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P라는 이유로 계획을 지키지 않는 것보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조금씩 실천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단점을 발견했을 때 이를 고치기보다 설명하려고 한다. ‘원래 낯을 가린다.’, ‘원래 표현을 잘 못 한다.’라고 말하면 지금의 모습을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MBTI는 이런 설명을 더욱 그럴듯하게 만들어준다. ‘내가 원래 그래.’라고 말하는 것보다 ‘내가 T라서 그래.’, ‘P라서 그래.’라고 말하면 명확한 이유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알고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중요하다. MBTI는 행동의 이유를 이해하는 데 참고 할 수 있지만, 그 행동에 대한 책임까지 대신 져주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성향을 보이고 있든 더 좋게 행동하려 노력할 수 있다. 말 한마디를 더 조심할 수 있고, 먼저 연락할 수 있으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다.

  오늘도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기 전에 한 번쯤 생각해 보자. MBTI가 나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인지, 아니면 내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인지 말이다. 나를 설명하는 네 글자가 나를 제한하는 것이 되지 않았는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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