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경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 부임했다. 처음에는 좋은 연구자가 되는 것이 교수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연구를 위해 서울과 마산을 3년 넘게 오가며 실험을 이어갔고, 그렇게 조금씩 연구의 기반을 만들어갔다.
2017년, 처음으로 실험실에 학부 2학년 학생들을 받았다. 학기 중에는 함께 실험하고, 방학이면 서울의 동료 교수 연구실에 학생들을 보내 새로운 실험기법을 배우게 했다. 학생들은 배운 실험방법과 결과를 학교로 가져왔고, 함께 실패하고 도전하며 조금씩 연구자로 성장했다. 그중 한 학생은 여러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석·박사통합과정에 진학했고, 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논문을 들고 찾아온 학생의 편지에는 자신에게 가장 깊은 가르침을 준 사람이 교수님이었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편지를 읽으며 생각했다. 교수에게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일까. 많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학생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꿈을 찾아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아닐까.
또 한 학생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때까지 운동을 했던 학생이었다. 2학년 때 연구원이 되고 싶다며 찾아왔지만 그 꿈은 막연해 보였다. 나는 조금 더 고민해보고 다시 찾아오라고 했다. 그러나 학생은 다시 오지 않았다. 4학년 1학기 종강 무렵, 이번에는 내가 먼저 물었다. “예전에 연구원이 되고 싶다고 했던 생각, 지금도 변함없니?” 그 학생은 아무 준비도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꿈은 여전히 연구원이었다. 방법을 몰랐던거다. 그때부터 함께 연구 분야를 찾고 논문을 읽으며 꿈을 구체화했다. 학생은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했고, 올해 석사학위를 마친 뒤 국립암센터 연구원이 되었다. 얼마 전 그 학생의 지도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교수님은 앞으로 이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만 지켜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은 날 밤, 쉽게 잠들지 못했다.
나는 교수의 역할이 학생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질문하고, 자신도 몰랐던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돕고, 꿈을 향해 나아갈 때 믿어주는 것. 그것이 교육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믿는다. 우리 주변에는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가능성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다. 그런 학생의 막연했던 꿈이 목표가 되고, 마침내 현실이 되어가는 모습을 볼 때면 생각한다. ‘그래,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구나.’ 나는 학생의 꿈을 대신 정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교수가 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학생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기쁘게 바라보고 싶다. 그 과정에서 교수도 성장한다. 학생의 질문에 더 공부하고, 학생의 도전에 함께 고민하며, 때로는 학생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운다. 그래서 나는 경남대학교가 감사하다. 좋은 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꿈이 자라는 과정을 함께하며 나 역시 더 좋은 교수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교수란 학생의 앞에서 길을 정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이 자신의 길을 발견할 때까지 곁에서 작은 불빛 하나를 밝혀주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그 불빛을 따라간 학생이 더 넓은 세상에서 스스로 자신의 길을 밝히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
김기대(식품영양학과 부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