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90년 동안 풀지 못한 문제를 인공지능이 88시간 만에 풀었다고 한다. 오픈AI는 약 1만 개의 AI 에이전트를 동시에 투입해 수학계의 ‘밀레니엄 난제’ 가운데 하나인 ‘나비에-스토크스 문제의 증명’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88시간. 사흘하고도 열여섯 시간이다. 한 인간이 평생을 바쳐도 풀지 못할 문제 앞에서 1만 개의 인공지능은 서로 다른 길로 달려갔다. 어떤 AI는 실패했고, 어떤 AI는 우회했으며, 또 다른 AI는 앞선 AI가 찾아낸 단서를 넘겨받았다. 마침내 하나의 답을 만들었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시 AI가 나서 그 답이 옳은지 검증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88시간’보다 ‘1만 개’인지 모른다. 그동안 인간은 천재 한 사람의 탄생을 기다렸다. 뉴턴이 나타나고, 아인슈타인이 나타나고, 수많은 수학자와 과학자가 자신의 생애를 걸고 미지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AI 시대의 천재는 한 사람이 아닐 수 있다. 동시에 움직이는 1만 개, 10만 개의 지능이 하나의 거대한 두뇌처럼 작동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자리는 어디인가. 나는 오히려 여기서 인간에게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답을 찾는 능력이 기계에게 넘어간다면 인간에게 남는 것은 좋은 질문을 만드는 능력이다. 무엇을 풀 것인지, 왜 풀어야 하는지, 그 답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AI는 물의 소용돌이가 어느 순간 무한히 빨라질 수 있는지를 증명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지식을 사람을 살리는 데 사용할 것인지, 사람을 해치는 데 사용할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 지식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방향을 정하는 인간의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이번 사건에는 또 하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다른 연구자의 미공개 연구자료가 AI 개발 과정에서 이용됐을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다. 사실 여부는 더 밝혀져야 하겠지만 중요한 경고다. 인류의 지식을 먹고 자라는 AI가 누구의 땀과 생각에서 왔는지 우리는 반드시 물어야 한다. 성과가 위대할수록 과정은 더 투명해야 한다.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난제를 풀고도 오픈AI는 상금을 받을 뜻이 없다고 밝혔다. 어쩌면 상금보다 훨씬 큰 것이 이미 우리 앞에 놓였다.
88시간 만에 문이 하나 열렸다. 그 문 너머에는 인간이 수백 년 동안 풀지 못한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의학도, 기후도, 우주도 그 문을 통해 새로운 답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문을 여는 힘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로 걸어갈 것인가이다. AI가 답을 찾아내는 시대가 왔다. 이제 인간은 더 좋은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을 어디에 쓸 것인지 책임질 준비도 해야 한다.
우리 대학에 인공지능학과가 있다. 청춘들의 열정이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인간과 인류의 미래가 청춘의 색깔처럼 푸르고 건강하길 기대한다.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