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 국립대학교 신입생에게 등록금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으로 쏠리는 지역 인재를 붙잡아 지역소멸을 막고, 흔들리는 지방대학의 기반을 지키겠다는 취지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 방지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대의에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대로 정책이 추진된다면, 지방 고등교육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사립대 학생들은 이번 정책의 직접 지원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학교 설립 주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등록금 지원 여부가 갈린다면, 형평성 논란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지역 인재 유출을 막고 지방을 살리자는 것이 정책 목적이라면, 지원의 기준은 대학의 설립 주체보다 대학이 소재하는 지역이어야 한다. 실제로 지역의 사립대학은 대부분 지역의 고등교육기회를 확대하고 지역 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길러내면서 지역발전에 기여해 왔다. 이들을 배제한 채 국립대에만 혜택을 집중한다면, 등록금 경쟁력 때문에 정원 미달과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방 사립대는 신입생을 더 잃고 더 빠르게 위축될 수 있다.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는 국립대 중심으로 재편되고 오히려 황폐해질 위험이 크다.
헌법이 요구하는 평등은 모든 지원을 똑같이 나누라는 뜻은 아니다. 합리적 근거가 있다면 차등 지원도 가능하다. 다만 그 차등에는 학생과 국민이 인정할 만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주거비와 생활비를 부담하며 공부하는 사립대생이 설립 주체가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에서 배제된다면, 그 정책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등록금 지원과 같은 대학생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누가 설립한 대학에 다니냐보다 학생이 처한 현실과 교육 기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헌법 제11조의 평등 원칙과 제31조의 균등한 교육 기회 보장도 이러한 방향을 요구한다. 국립대생에게만 전액 지원을 집중하는 방식은 지원 기준의 타당성과 정책 수용성에 의문을 남긴다.
지역균형발전과 지역소멸 대응이라는 목표에 충실하려면 지역에 남아 배우고 일하려는 청년이 어느 대학에 다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역에서 자라나 지역 소재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한 뒤에도 지역에서 미래를 설계하려는 청년에게는, 그가 국립대에 다니든 사립대에 다니든, 지원의 길이 열려야 한다. 국립대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반쪽짜리 지원으로는 반쪽짜리 지방밖에 살릴 수 없다. 지방 소멸을 막고 지역의 미래를 지키려면, 그곳에서 청춘을 보내는 대학생 모두를 품어야 한다. 정부는 국립과 사립을 가르는 좁은 기준을 넘어서서 등록금 지원 정책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