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 유행보다 깊이를 선택하라
[교수칼럼] 유행보다 깊이를 선택하라
  • 언론출판원
  • 승인 2026.09.0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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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변화가 일상이 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세상은 곧바로 그것을 미래의 해답이라 말하고, 사람들은 앞다투어 그 흐름에 올라타려 한다. 대학 캠퍼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전공이 유망한지, 어떤 기술을 배워야 취업이 잘되는지 묻는 학생들을 자주 만난다. 미래를 고민하는 젊은이라면 너무도 자연스러운 질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질문보다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유망한가’가 아니라 ‘나는 무엇을 오래 탐구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미래는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지금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 십 년 뒤에도 중심에 있을지, 오늘은 조용한 학문이 언젠가 세상의 주목을 받을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시대는 끊임없이 변하고, 유행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바뀐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은 유행을 따라가는 능력이 아니라 한 분야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힘이다. 유행에 이끌려 관심 분야를 자주 바꾸다 보면 여러 분야를 조금씩 알 수는 있어도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실력을 갖추기는 어렵다. 반대로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분야일지라도 스스로 의미를 찾고 꾸준히 파고든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게 된다. 학문의 세계는 속도보다 깊이를 요구한다. 깊이는 짧은 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없이 실패하고, 성과가 보이지 않는 시간을 견디며, 같은 질문을 끝없이 붙드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쌓인다. 그런 시간은 때로 더디고 외로워 보이지만, 결국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전문성을 만들어 준다.

  우리는 종종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하던 연구가 시대의 변화와 만나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는 모습을 본다. 사람들은 그것을 행운이라 말하지만, 그 행운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오랜 시간 한 길을 걸으며 실력을 쌓아 온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젊은 시절에는 남들과 비교하기 쉽다. 친구의 선택이 더 좋아 보이고, 사회가 주목하는 분야가 더 안전해 보인다. 그러나 비교는 방향을 흐리게 하고, 유행은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다. 자신의 길을 잃은 채 시대의 흐름만 따라가다 보면 결국 어느 곳에서도 깊이를 만들지 못한다.

  학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이 되려 애쓰지 말고, 어떤 시대가 오더라도 필요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것은 유행을 가장 빨리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분야를 끝까지 사랑하며 묵묵히 실력을 쌓아 온 사람이다.

  유행은 경쟁자를 늘리지만, 깊이는 경쟁자를 줄인다. 유행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지만, 깊이는 평생을 남는다. 세상이 무엇을 원하는지 묻기 전에, 내가 무엇을 평생 탐구할 수 있는지를 먼저 묻기 바란다. 그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며 걸어간 시간은 어떤 시대가 오더라도 여러분을 지켜 줄 가장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이다. 오늘 흘린 땀의 가치는 당장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걸음씩 쌓인 시간은 결국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실력이 되고, 그 실력은 여러분의 삶을 가장 단단하게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다.

이재곤(전기공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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