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의 대표작 인생은 인간 존재와 삶의 본질을 깊이 있게 성찰하는 장편소설이다. 반복되는 상실과 고통 속에서도 계속 이어가는 삶의 모습을 통해 성취나 결과가 아닌 살아간다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강조한다. 읽는 이로 하여금 삶의 가치에 대해 질문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주인공 푸구이는 원래 부유한 지주의 아들이었지만 도박에 빠져 집안 재산을 모두 잃고 몰락한다. 이후 그는 가족과 함께 가난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게 된다. 국공내전에 휘말려 군대에 끌려가고, 가까스로 살아 돌아오지만, 가족들은 계속해서 비극을 겪는다. 아들 유칭은 사고로 죽고, 딸 펑샤는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아내 자전 또한 병으로 죽어 사위와 손자마저 잇따라 세상을 떠난다. 결국 푸구이는 가족을 모두 잃고, 늙은 소 한 마리와 함께 살아가는 외로운 노인이 된다.
이 작품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점은 비극의 반복이다. 보통의 서사라면 한두 번의 큰 시련 이후 극복이나 반전이 제시되기 마련이다. 독자는 고통 이후에 찾아오는 보상이나 회복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러한 기대를 철저히 저버린다. 푸구이의 삶에는 보상이 없다. 노력이나 선함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도 않거니와, 소중한 것들은 예고 없이 사라진다. 이러한 전개는 독자에게 일종의 허탈함과 무력감을 안겨주지만, 현실과 닮아 있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인생이 언제나 인과응보의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푸구이의 태도다. 그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거나 자신의 삶을 극적으로 바꾸려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러한 모습이 체념처럼 보였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종의 버팀으로 읽힌다. 극단적인 불행 속에서도 살아남는 그의 모습은 삶의 의미가 반드시 특별한 성취나 성공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우리는 종종 성공과 성취를 과도하게 좇곤 한다. 그래서 그런 탓일까, 더 많은 것을 이루는 것이 곧 삶의 가치라고 믿기 쉽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러한 통념에 균열을 내 반박한다. 삶이 반드시 노력에 비례해 보상받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예기치 않은 상실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현실을 비춰준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자꾸만 냉담한 현실에 부딪히는 푸구이가 안쓰러웠고, 뜻대로 되지 않는 그의 삶에서 왠지 모를 동질감도 느꼈다. 계속해서 소중한 사람을 잃고도 하루를 버텨내는 그의 모습은 쉽게 넘길 수 없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크고 작은 좌절을 겪으며 살아간다. 그런 점에서 푸구이의 삶은 결코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화려한 결말이나 위로는 없지만, 그저 버티며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