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 개봉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7관왕을 기록하며 그해 주목받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멀티버스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끊임없이 분기되는 가능성 속에서 길을 잃은 현대인의 불안과 공허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무수히 많은 다른 삶을 상상하게 만드는 세계를 펼쳐 보이면서도 결국 시선은 현재의 나에게 돌아온다.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흔들리는 우리의 모습처럼 영화는 끝없이 이어지는 가능성보다 현재 자신이 마주한 감정과 선택에 집중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분명하게 전한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파트 3부 구조로 나뉘어 전개된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라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며 각각은 단순한 구분을 넘어 주인공의 감정과 인식의 변화를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첫 번째 파트 Everything은 수많은 가능성과 선택지 앞에서 주인공이 혼란을 겪는 상태를 그린다. 두 번째 Everywhere에서는 그 가능성이 폭발하듯 확장되며 주인공은 모든 세계를 넘나드는 혼란 속에 빠진다. 마지막 All at Once에 이르러서는 그 모든 혼란을 끌어안은 채 결국 지금, 이 순간과 곁에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결말로 나아간다.
이 세 가지 파트를 통해 우리는 수많은 선택지 중에 붙잡아야 할 건 현재의 삶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는 끊임없이 더 나은 미래와 다른 가능성을 고민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더 나은 삶을 상상하는 것과, 지금의 삶을 받아들이는 것 사이에서 우리는 늘 흔들린다. 영화 속 인물들의 모습은 어쩌면 고민 속에 놓인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비록 각자가 처한 환경과 삶의 형태는 다르지만, 현재의 자신을 부정하거나 책망하기보다 지금의 순간과 주변을 바라보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서로를 이해 하려는 마음이 쌓일 때 비로소 수많은 우주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 역시 안정을 찾고 회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
수많은 세계와 수많은 삶이 존재하더라도,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곳은 지금, 이 순간뿐이다. 특히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이야기는 더욱 깊게 와닿는다. 불확실한 미래와 끝없는 선택지 앞에서 흔들리기 쉽지만 그럴수록 지금 내가 느끼는 기분과 현재의 시간을 소홀히 흘려보내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거창한 답을 찾기보단 주어진 순간을 다정하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의 작은 감정들을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이 복잡한 세계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가장 단순하고도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