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지는 지역대학의 입지, 통합만이 살길인가
좁아지는 지역대학의 입지, 통합만이 살길인가
  • 박성한 기자
  • 승인 2026.03.04 1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령인구 감소 속 국립창원대-경남도립남해대·거창대 통합…지역 고등교육의 명암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압박이라는 이중의 파고 속에서 지역대학들은 구조 재편의 기로에 서 있다. 우리 지역의 창원대·도립대 통합은 지방 고등교육의 향방을 가늠할 시험대로 주목받는다. 통합 추진은 재정과 구조 개편의 문제를 넘어, 지역 고등교육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다만, 기대 효과와 함께 현실적 과제 또한 병행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학부

 

  지방대학의 위기는 통계로 확인된다. 입학 정원은 남지만 지원자는 줄고, 재정은 갈수록 경직된다. 신입생 충원율 하락은 곧 재정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교육 투자 축소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 통합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제시된다. 창원대와 도립대의 통합 추진 역시 행정 효율화와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 ‘규모의 확대’는 해답인가

  통합 추진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학령인구 감소가 지목된다. 학생 수 축소는 등록금 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대학 재정 구조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지방대의 특성상 재정 여력 축소는 곧 시설 투자, 교육과정 운영, 연구 지원 등 여러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통합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완화하려는 방안으로 제시된다. 중복 학과를 조정하고 행정 조직을 통합함으로써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규모 확대를 통해 재정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또한 캠퍼스별 기능을 재정립해 특성화를 추진하고, 지역 산업 수요에 맞춘 인력 양성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되고 있다. 지역 전략 산업과 연계한 학과 개편, 공동 연구 인프라 구축, 국책사업 유치 가능성 확대, 대외 경쟁력 제고 등은 통합이 기대하는 대표적 효과로 거론된다. 일부에서는 통합을 계기로 대학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우수 신입생 유치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접근은 효율성과 규모 확대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통합 과정에서 학생 수가 적은 학과나 기초학문 분야가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취업률이나 재정 기여도와 같은 정량 지표 중심의 재편은 대학이 수행해 온 학문적·공공적 기능을 상대적으로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모 확대가 행정적 효율성으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곧 교육의 질적 향상이나 지역 균형 발전으로 직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런 점에서 통합은 하나의 위기 대응 수단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지역 고등교육 전반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충분조건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학의 규모 확대가 행정적 효율성으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교육의 질적 향상이나 지역 균형 발전으로 직결되는지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 거점 강화 정책, 지역 고등교육의 균형은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은 일부 거점국립대를 전략적으로 육성해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는 지역대학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내세우지만, 동시에 자원의 선택과 집중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논쟁의 여지를 남긴다. 특정 대학에 재정과 연구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은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지원 대상에서 벗어난 대학에는 상대적 위축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창원대·도립대 통합 역시 이러한 고등교육 재편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창원대는 기존의 전통적 거점국립대 범주에 속하지 않지만, 지역 내 중심 대학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맥락 속에서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대학의 규모와 기능을 확대해 지역 내 역할을 재정립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다만 정책 기조가 ‘선도 대학 육성’ 중심으로 고착될 경우, 중소 규모 대학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통합이나 구조조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10개의 서울대’라는 구상이 지역 발전 전략의 상징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그것이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 전반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 통합 이후 운영 체계와 지역 영향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형성해 왔다. 도립대가 수행해 온 직업·실무 중심 교육과 지역 인재 양성 기능은 지역 산업 생태계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통합 이후 이러한 기능이 유지·강화될지, 아니면 상징적 통합에 그칠지는 향후 운영 체계와 재정 배분 방식에 달려 있다. 캠퍼스 간 역할 분담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특정 캠퍼스의 축소 또는 기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한 캠퍼스 재편은 학생들의 이동 부담과 생활권 변화를 동반한다. 물리적 접근성이 떨어질 경우 지역 학생들의 진학 기회는 오히려 좁아질 수 있다. 특히 교통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통합 이후의 통학 여건이 실질적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통합이 명목상 정원 유지로 이어진다 해도, 실제 체감 교육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 다. 대학의 역사와 문화, 동문 네트워크, 지역사회와의 협력 관계 등 무형 자산을 어떻게 계승하고 재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설계 역시 병행돼야 한다.

 

  지방 고등교육의 미래는 단순한 합산이 아니라, 어떻게 차별화된 교육 모델과 지역 맞춤 전략을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통합 이후의 성과를 평가할 때도 재정 지표나 정원 규모뿐 아니라 교육 만족도, 지역 기여도, 학문 다양성 같은 질적 요소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 통합은 수단일 뿐 목적이 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남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지역대학의 생존 전략은 규모의 확대가 아니라, 지역성과 교육의 본질을 지키는 방향 속에서 모색돼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대학로 7 (경남대학교)
  • 대표전화 : (055)249-2929, 249-2945
  • 팩스 : 0505-999-211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샛별
  • 명칭 : 경남대학보사
  • 제호 : 경남대학보
  • 발행일 : 1957-03-20
  • 발행인 : 박재규
  • 편집인 : 박재규
  • 경남대학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2026 경남대학보. All rights reserved.
엔디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