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채원 기자의 콘텐츠 리뷰] 로맨스와 언어 너머의 이해
[배채원 기자의 콘텐츠 리뷰] 로맨스와 언어 너머의 이해
  • 배채원 기자
  • 승인 2026.02.2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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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랑 통역 되나요?』 포스터 일부분
『이 사랑 통역 되나요?』 포스터 일부분

  넷플릭스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글로벌 스타 차무희와 그녀를 전담하는 통역사 주호진의 만남에서 시작되는 로맨틱 코미디다. 여러 언어가 오가는 해외 스케줄 현장을 배경으로, 겉으로 보기엔 스타와 통역사의 로맨스라는 익숙한 설정이지만 드라마는 ‘말을 옮기는 사람’의 위치에 서사를 집중시킨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통역사는 대화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철저히 배제된 존재다. 그는 모든 감정을 듣지만, 자신의 감정은 드러낼 수 없다. 이 모순된 위치가 두 인물 사이의 긴장과 설렘을 만들어낸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통역 과정의 디테일을 비교적 섬세하게 포착한다. 직설적인 표현을 완화해 전달해야 하는 순간, 감정이 격해진 말을 걸러내야 하는 상황은 통역이 단순한 언어 교환이 아님을 보여준다. 특히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에서 통역사는 화자의 분노를 온전히 담으면서도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조율한다. 이때 언어는 중립적 도구가 아니라 관계의 방향을 바꾸는 힘으로 작용한다.

  드라마는 이러한 순간들을 통해 통역을 하나의 ‘감정 노동’으로 그린다. 통역사는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목소리로 전달해야 하는 동시에 그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이처럼 통역사는 늘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 미묘한 차이를 다루는 장면들은 로맨틱한 분위기 속에서도 현실적인 무게를 더한다.

  또한 차무희와 쿠로사와 히로의 관계를 통해 다문화 환경 속 연애의 현실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글로벌 연애 예능 프로그램 촬영을 계기로 처음 만나 통역사 주호진을 사이에 두고 관계를 이어간다. 이들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면서도 통역사 주호진 없이는 일상적인 대화조차 온전히 나누기 어렵다. 세계화가 일상이 된 시대이지만 언어의 장벽은 여전히 관계의 가장 현실적인 장애물로 남아 있다. 같은 상황을 두고도 문화적 배경에서 비롯된 해석이 어긋나고 통역을 거친 말이 오히려 오해를 낳는 순간이야말로 이 작품의 아이러니다.

  이러한 장면들은 시청자로 하여금 ‘전달’과 ‘이해’ 사이의 간극을 체감하게 한다. 통역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관계는 쉽게 어긋난다는 점은 작품이 던지는 질문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결국 문제는 언어의 부재가 아니라 언어 너머의 감정과 맥락을 얼마나 읽어내느냐에 있음을 드러낸다.

  결국 이 작품은 묻는다. 우리는 과연 같은 언어로 말하고 있는가. 사랑은 통역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진정한 이해는 번역 이상의 노력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드라마는 조용히 상기시킨다. 수많은 언어가 실시간으로 오가는 글로벌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오해하고 때로는 이해했다고 믿는 순간조차 각자의 해석 속에 머무른다. 이 작품은 로맨스의 외피 아래,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소통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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