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부문 가작 : 조연수(미디어영상학과·1)
내 삶은 책이 되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영화 같은 삶을 꿈꾼다. 그러나 그 ‘영화 같은 삶’의 기준은 개인마다 각각 다르다. 누군가는 세계적인 사업가가 돼서 아무나 누릴 수 없는 돈과 명예를 얻는 삶, 또 다른 누군가는 유명 연예인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팬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자신의 콘서트에 와주는 그런 상상을 하며 그것이 영화 같은 인생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형편이 딱한 사람들은 어쩌면 어딘가에 놀러가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거조차도 당연하지 않아서, 맛있는 걸 가족끼리 같이 먹거나, 학교에 다니는 것과 같은 당연한 일상마저도 그 사람들에게는 기적과 같은 영화 같은 삶이 될지도 모른다. 앞에서의 예처럼 나는 유명한 사업가가 돼서 큰 성공을 거둔 것도 아직 아니고, 또 연예인도 아닌 일반인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나의 삶은 아주 화려하진 않지만 또 그렇다고 후회랑 절망만 가득한 삶도 아니었던거 같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나는 나의 하루하루를 내 손으로 책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 정식으로 출판된 것도 아니고, 별 것 없는 내용에다가 다른 누군가가 보면 유치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나의 손으로 하루하루 적어 완성한 온전한 나만의 책인 일기를 꼭 완성하고 싶었다. 적기 시작하게 된 이유는 딱히 없었다. 굳이 지금 생각해서 꺼내보자면 추억들이 잊혀지는 게 싫어서 시작하게 된 것 같다. 기억은 기록을 못 이긴다는 말 들어봤을까? 그 말처럼 항상 기억은 흘려보낸 시간을 완벽하게 회상하진 못한다. 기억이 난다고 쳐도 임팩트가 있었던 날만.
먹구름이 낀 것처럼 답답하고 잘 안 풀렸던 날, 너무 속상하고 울적해서 혼자 떠나고 싶었던 날, 매일 밤 울면서 베개에게만 숨겨놓았던 내 마음을 털어놓은 그런 날들마저도 전부 적어놓고 싶었다. 괜히 적었다가 다시 떠올라서 기억하기 싫은 날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결국 그날도 부정할 수 없는 나 자신의 기나긴 인생의 하루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일기에는 항상 그날의 날씨를 작성하는게 따라붙는다. 날씨는 참 변덕쟁이다. 어떤 날은 눈부시게 맑으면서 어떤 날은 우울하게 먹구름이 끼고 비가 주르륵하고 내리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어떤 날은 화가 너무 나고 주체하지 못해서 그날은 마음의 크레파스 속 분노의 색깔인 빨간색으로 칠하지만, 어떤 날은 사랑에 빠져서 분홍색 설렘으로 가득 채워지는 날이 오기도 하고, 우울함에 빠지고 자기 자신을 인정하지 못해서 마음의 부정 표시를 달면서 마음의 바다처럼 우울한 파란색과 검은색 사이의 어떤 알 수 없는 오묘한 색이 덧칠된다. 날씨와 색깔이 다양한 이유는 사람의 감정과 닮아서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또한 우리는 매일매일이 똑같은 일상이라고 지겹다고들 많이 이야기한다. 나도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누구나 밥 먹고 밥 먹으면 학교에 가고 학교가 끝나면 집에서 쉬고 자고 나면 다음 날이 와 있는 그런 무한반복의 삶이 지루하다고 느끼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그 하루의 가치를 바꾸는 건 나 자신이었다는 걸 결국 깨달아야 한다. 학교에서 열리는 새로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본다거나, 가족들과 새로운 장소에 같이 여행을 가본다거나, 새로운 친구들과 친해져서 같이 이야기를 해본다거나, 갖고 싶었던 무언가를 얻게 되었을 때와 같이 우리 주변에는 늘 새로운 행복이 공존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요즘 시대는 미디어와 인간이 아주 밀접하게 붙어있다. 그래서인지 손으로 직접 적어서 무언가를 전달하는 게 미숙한 사람들이 참 많다. 요즘 사람들이 소통하는 휴대폰 대화창은 사실 오래 간직하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 폰을 바꾼다거나, 연락처가 사라지면 대화창도 따라서 사라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같이 시간을 보낸 날은 더더욱 일기로 기록하는 습관이 생겼다.
언젠간 시절 인연이 될지도 모를 그들이기에 지금이 더 소중하단 걸 난 알고 있으니까. 정말 친했었지만 이젠 생사여부도 모르는 예전 친구들, 가끔씩 얼굴 뵐 때마다 아이같이 웃으시며 항상 따듯한 손길로 반겨주신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1년 동안 철이 없던 나를 챙겨주셨던 교수님들 이 모든 인연이 언젠간 추억이 된다. 그 시절로 잠시나마 돌아가는 방법은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한 장씩 채워졌던 일기를 정주행하면서 훑어보는 것이다.
나의 일기에는 사실 엄청나게 특별한 내용이 없다. 밥을 뭐 먹었는지, 무슨 드라마를 봤는지, 어떤 공부를 새로 해보았는지 등과 같이 아주 평범한 학생의 하루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지만 뭐 어떤가. 나의 페이지에서 단 하루도 빛나지 않은 날은 없다.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건 하루하루 발전하면서 성장의 길을 걸어간다는 것과 같아서. 기쁜 날도, 슬픈 날도, 그저 그런 날도……… 전부 그날 하루의 색을 입혀가다 보면 마음속의 무지개가 서서히 나도 모르는 새 그려지고 있었다.
아무도 들여다볼 수 없는 나만의 책, 시간을 거슬러 나를 찾아가는 작은 타임머신, 오늘도 꼬박꼬박 그 페이지를 채워나간다.
10·18문학상 수필 부문 심사평
이전에 TV 뉴스시간에 하버드대학의 졸업식을 보았던 적이 있다. 기자가 세계 최고의 대학 졸업생들에게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우리들의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대부분의 학생들이 ‘글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답을 했다. 이 장면은 작가로 살아가는 나에게 긍지와 자부심, 책임감을 심어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은 글쓰기와 무관하게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 특히 학생들의 삶에 글쓰기가 미치는 영향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글쓰기는 단순히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수단을 넘어서 삶을 풍요롭고 깊게 만드는 핵심적 요소 중 하나이다. 우리는 글을 쓰고 읽으며 인간으로 성숙해가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게 된다.
10·18문학상은 경남대학교 학생들에게 진지하게 도전해 볼 수 있는 좋은 글쓰기 기회이다. 수필은 진솔한 삶의 기록이며 스스로 정화하고 성장해 가는 수단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숏폼에 길들여진 청년 세대들은 시보다 긴 글은 아예 회피하려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응모작이 예년에 비해 현저히 적었던 점이 올해 공모전의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모작들을 청춘의 고뇌와 사유를 빛나는 보석처럼 보여주었다.
‘내 삶은 책이 되었다’를 가작으로, ‘사람의 방향’과 ‘너의 세상에서 나는 살아남았다’를 입선으로 선정했다. 수필은 구호가 아니기에 좀 더 문학적인 완성도가 높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계속 정진하다 보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여긴다.
글쓰는 청년, 당신이 미래의 주인공이다. 건투를 빌며 내년에 더 많은 작품들의 응모를 기다린다.
윤은주(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장)
10·18문학상 수필 가작 수상 소감
이번 10·18문학상 공모전에서 이렇게 가작을 수상하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항상 저의 글은 써도 써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이렇게 인정받는 날이 오니까 무척 뿌듯한 순간이었습니다. 정말 뽑힐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이렇게 수상을 하니 그날 하루가 더욱 빛났습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처음 받아보는 상이라 감회가 남다릅니다. 이번 글쓰기를 통해서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비록 당선작이 아닌 가작이지만 더 올라갈 계단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내년 공모전에서는 가작 수상자에서 당선작의 주인공이 될 각오로 하루하루 열심히 필력을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매일 적어도 10페이지 이상의 책을 읽고, 한 문장이라도 더 써보는 자신을 만들어간다면 분명 가능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나를 위해, 또 다른 사람을 위해 글을 쓰며 걸어갈 저의 길을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더 저의 글을 예쁘게 봐주신 심사 위원분들과 이런 소중한 경험을 만들어주신 주최자분들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조연수(미디어영상학과·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