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회 10·18문학상 현상공모 - 시 부문 가작 ' 다시 나로 공부한다'
제39회 10·18문학상 현상공모 - 시 부문 가작 ' 다시 나로 공부한다'
  • 박성한 기자
  • 승인 2025.11.19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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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가작: 김정아(여가라이프비즈니스학과·2)

 

다시 나로 공부한다

 

아들들이 잠든 밤

식탁위 불빛 하나가 나를 깨웁니다

하루 종일 밥하고 집안일 하던 손이

이제는 펜을 잡습니다

조용한 부엌 한켠

식은 커피를 한모금씩 마시며

나는 아레테고전강독 구운몽 책장을 넘기며

숨은 나를 찾아갑니다

도서관 창가

스무 살 아이들 사이에 앉아

나는 마흔 다섯 살에 노트를 써 내려 갑니다

젊은 웃음소리 사이로

내 연필 끝이 또박또박 꿈을 씁니다

누군가는 지나온 길

나는 이제야 걷는 길

늦었다는 말보다 “그래도 간다”는 말이

오늘의 나를 움직입니다

밤이 깊어도

눈이 시려도

이 길 위에서 나는 다시 학생이 됩니다

출석부에 내 이름이 불릴 때

가슴이 따듯하게 흔들립니다

아이들의 엄마도

누군가의 아내도 아닌

온전히 ‘나’로 불리는 순간

그 한마디가 나를 공부하게 합니다

그리고 나는 압니다

배움이란

다시 나를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을…

 

 

10·18문학상 시 가작 수상 소감

 

  올해 10·18문학상에 응모하면서도 저는 사실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40대 주부인 제가 얼마나 경쟁이 될까 하는 마음이 먼저 앞섰습니다. 그저 성인학습자로서 늦게나마 공부하는 기쁨을 누리고 싶었고 가족들이 다 잠든 밤 저 혼자 시를 쓰는 시간이 제 일상에서 작은 숨구멍이 되어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이번 수상은 제게 예상치 못한 큰 선물처럼 다가왔습니다.

  매일 집안일과 가게 일, 학교 과제를 병행하며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하루일 수 있지만 제게는 하루하루가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얽혀 나름의 고단함과 의미를 가진 삶입니다. 이 상은 단순히 작품 하나에 대한 칭찬이라기보다 다시 공부를 시작한 제 삶 전체에 건네지는 격려처럼 느껴졌습니다. 주부로서의 역할, 엄마로서의 책임, 그리고 이제는 학생으로서의 도전까지… 여러 이름을 가진 제 삶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하나의 길로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를 읽어주신 심사위원님, 강의실에서 함께 성장하는 동기들, 그리고 제가 공부를 지속할 수 있도록 응원해 준 가족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하며 앞으로도 삶의 조각들을 진심으로 담아내는 글을 계속 쓰고 싶습니다. 나이로 늦음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멈출 때 늦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김정아(여가라이프비즈니스학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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