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당선 : 변다온(체육교육과·3)
최근엔 눈물을 흘린 적이 없다
관절와순 파열입니다 수술을 하셔야겠네요
MRI 사진을 보더니 의사는
하루에 세 번 식후 30분에 복용하세요
처방전을 보더니 약사는
으이구 잘한다 홍삼은 좀 먹나
네 전 괜찮아요 홍삼도 잘 먹고
오랫동안 잊었던 냉장고 한 편을 보더니 내 혀는
고스란했던 마음을 담은 홍삼 대신
연질캡슐
고스란히 말과 함께 삼켜졌다
비싼 마음은 단데 쓰고
값싼 위로는 쓴데 달다
엄마는 몸에 좋은 게 씁쓸하다더라
엄마 마음에 좋은 건 무슨 맛이야
배불렀던 나의 미뢰는
삼키고 나서야 씁쓸한 약이 있다
점점 미지근한 가루가 가슴에선 뿜어지고 있다
10·18문학상 시 부문 심사평
투고한 66편의 시 중에서 5편의 작품을 올해 10·18문학상 수상작으로 뽑는다. 먼저 수상한 학생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투고한 모든 학생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당선작으로 선정된 ‘최근엔 눈물을 흘린 적이 없다’는 매우 정교한 작품이다. 오랫동안 시를 써온 계산법이 돋보였다. 이른바 MZ세대의 발상법 그대로를 보여주는 수작이어서 쉽게 당선의 영광이 돌아갔다. 주제를 선명하게 찾아가는 노력을 통해 좋은 시를 계속 탐구해 가길 바란다.
가작에 오른 ‘할머니의 오봉’과 ‘다시 나로 공부한다’는, 전자는 할머니에게 남은 말인 오봉이란 일제강점기의 말을 통해, 할머니의 생을 긍정적으로 이해하는 점에서, 후자는 만학도의 입장에서 공부를 통해 온전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 돋보여 수상이 돌아갔다. 사실 이번에 만학도 분들의 투고가 여러 편 보였다. 젊은 친구들과 경쟁상대는 아니지만, 도전하는 자세에 높은 점수를 주었고, 그래서 수상의 기회도 돌아갔다.
장려에 오른 ‘독수리자리 42’와 ‘갈망 속 잉어’는 둘 다 시를 만들어 내는 시선이 젊은 생각으로 돋보였다. 그러나 시의 영토를 확장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충분히 다음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믿어지기에 장려로 격려한다. 시는 계속 쓰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사유하는 선물이라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내년 문학상에서 그런 작품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정일근(한국어문학과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 원장)
10·18문학상 시 당선 소감
처음 글을 쓸 땐 무언가 거창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좋은 글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글은 그렇게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익숙한 것에서 깊은 맛을 우려내는 것도 좋은 글이라는 것을 이제 조금은 알 것만 같습니다.
올해 여름 제 인생의 첫 수술을 겪었습니다. 어깨 연골이 찢어져 봉합하는 수술이었는데, 사실 수술을 할 땐 마취를 해서 통증이 없었고 오히려 보조기를 풀고 재활을 하는 기간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입원을 하고 무채색의 환자복을 입고 있는 동안 파스텔 톤의 시집에 더 손이 많이 갔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검은색 책가방 안에도 파스텔 톤의 시집 한두 권은 꼭 넣어두고 다녔는데, 무채색의 바탕이 다른 색을 더 돋보이게 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릴 때부터 눈물이 많지 않았고, 성인이 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는 그냥 원래 눈물이 없는 사람”.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퇴원을 하고 자취방에 도착했을 때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경상도 스타일로. 그 통화는 아마도 제게 ‘무채색의 환자복과 파스텔 톤의 시집’처럼 ‘눈물을 흘릴 일이 없도록 곁에 있는 마음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시를 사랑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써 보이는 글도 단맛이 있고, 달아 보여도 쓴맛이 있는 게 참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옅은 맛의 글을 천천히 곱씹어 보고 맛 봐주신 심사위원 분들에게 감사하고, 곁에서 마음을 내어주시는 가족과 모든 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변다온(체육교육과·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