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3·15청년문학상 현상 공모 - 시 부문 당선작 '꽃다발을 오래 보관하는 법'
제6회 3·15청년문학상 현상 공모 - 시 부문 당선작 '꽃다발을 오래 보관하는 법'
  • 언론출판원
  • 승인 2025.07.2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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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당선: 정진호(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2)

 

꽃다발을 오래 보관하는 법

 

멀어지는 사람의 손에는
커다래지는 꽃다발이 있다.

집으로 가는 길,

향기와
향기가 섞인 향기 조각들

꺼내어 보게 된다.

아무리 쌓아도 견고해지지 않는다. 조각조각

번진다.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걸어가다가도 

너무 커다래져서 결국 두 팔로 그러안고 가야 한다.

작고 무수한 흔들림,

하나하나가
작별인지 마중인지 알 수 없었지만,
잦아들 것만 같아서. 이유도 없이 
덜컥 두려워져서.

이 꽃다발에 대해 무엇 하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없는 것 같아서.

쌓는 일이 쏟는 일처럼 느껴지는 날이구나.

멀어져서 온 곳이 고작 여기라니.
이것들은 어디에서 멀어져 온 걸까.

여기가 앞으로 너희가 있을 곳이야. 이유도 없이
없는 이유보다도 더 작게 속삭이면서

줄기를 다듬고 물을 채워주었다.

쉽게 부서지는 것들을
정성스레 꽃병에 담아
파도치게 하는 일.

매일같이 물을 갈아주었다.
으스러지다가
언젠가 흩어져 버릴 줄 알면서도, 나는

물결 잔잔해진다.

꽃잎들은 서랍 한편에 담긴다.

두고 다시 꺼내 보아도
향기를 품고 있다.

이미 충분히 멀어졌다는 듯
머문다.

 

 

제6회 3·15청년문학상 시 부문 심사평

  제6회 3·15청년문학상 시 부문 응모작에는 시적 실험을 하는 시가 주를 이뤘다. 산문적 서술 또는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세계관. 즉,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내기 위해 시의 형식에서 벗어나는 작문을 활용하는 작품이 눈에 띄었다. 이미 옛것이 되어버린 창작법을 그들 나름의 해석을 더 해 서정을 노래하는 청년세대의 발견이었다. 이에 「종묘에서」, 「성장통」, 「꽃다발을 오래 보관하는 법」 3편의 시를 놓고 심사숙고했다.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이를 문학을 통해 드러내는 일은 중요한 과제다. 「종묘에서」는  자신이 느낀 감정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현실과 괴리는 느끼지만 거기서 끝나버려 핵심 메시지의 선명도가 다소 아쉬웠다.

  「성장통」은 일상에서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감정을 감각적인 표현을 통해 서사를 만들어 낼 줄 아는 능력이 있었다. 그러나 성장통을 통해 보다 희망을 노래하는 메시지가 부족했다.

  「꽃다발을 오래 보관하는 법」 은 자신의 감정 변화를 꽃다발을 보관하는 법을 통해 표현하면서 연 간 문장에 대한 호흡이 다소 부자연스러움이 있으나 시적인 문장을 통해 서정을 표현했다.

  그 결과 당선작을 「꽃다발을 오래 보관하는 법」으로 가작에는 「성장통」을 각각 선정했다. 3·15청년이 구축하는 시적 세계관에 보다 선명한 사건 또는 주제 의식이 함의되길 바란다.

안도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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