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주화와 ‘2022 대통령 선거’의 메시지: 반성과 기대
한국의 민주화와 ‘2022 대통령 선거’의 메시지: 반성과 기대
  • 언론출판원
  • 승인 2022.03.3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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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민주 항쟁   / 사진 제공: ⓒNathan Benn, (사)이한열기념사업회
6월 민주 항쟁                             / 사진 제공: ⓒNathan Benn, (사)이한열기념사업회

  들어가면서

  2022년 3월 한국의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사상 초유라 할만한 수많은 에피소드를 남기고 범상치 않았던 대선이 끝난 것이다. 1퍼센트 미만, 역대 최소인 0.75퍼센트 차이로 검찰총장 출신의 야당 대선후보인 윤석열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선거 유세 기간 중 연일 드러나던 상상을 초월한 후보들의 비리로 넘쳐난 선거전. 아군과 적군으로 나눠져 상대만 저격하던 심각해진 ‘진영 논리’의 대결이 이번 선거의 한 특징 같았다. 이러한 음습한 선거판 가운데 한줄기 빛이라도 찾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것은 우리 국민들의 선택의 결과가 아찔할 정도로 절묘했기 때문이다.

  독재정권과 선거민주주의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절실하고도 절묘한 국민들의 선택과 행동이 주요한 역사적 변곡점마다 계속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유신체제와 3선개헌으로 치닫기 직전의 1971년 4월 제 7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는 당시 신민당이던 야당 후보 김대중에게 90만표 차이로 가까스로 당선되었다. 이 선거에 이후락의 중앙정보부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게 공공연한 소문이다.
  박정희 정권이 몰락하고 국민 모두 ‘민주주의의 봄’을 앙망하던 그때, 전두환 일당들은 12·12 군사쿠테타에 이어 군부의 재집권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전두환 일당이 무자비하게 평화적이던 광주시민들의 시위를 총검으로 학살하고 결국 정권을 잡았다. 전두환 정권 말기, 1985년 2월, 12대 총선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야당 인사들은 여전히 정치 규제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제도권의 제1야당인 민한당과 창당된 지 한달도 안 된 신한민주당(신민당)의 대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갔다. 당시 미국에 망명 중이던 김대중이 선거일 4일 전에 귀국하면서 독재의 ‘동토’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김영삼의 죽음을 각오한 23일간의 단식 투쟁이 밑거름이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총선거 결과는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웠다. 민정당 87석, 신민당 50석, 민한당 26석으로 나타났다 총득표율에서도 야권이 민정당을 크게 압도했다. 이 두 사례만 보더라도 국민들이 진정으로 희구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진보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의 오만과 ‘내로남불’

  이번 대선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어떻게 보면 양 세력에게 보낸 국민들의 불신임 경고다. 그간 여권은 기득권 세력임에도 자기 성찰이 너무 부족했다. 결국 이들도, 이들이 그렇게 비판하고 투쟁해왔던 상대 진영처럼 권력에 중독되어 갔던 것으로 보인다. 이전 권위주의 정부의 보수세력의 치명적 문제였던 부패 탐욕에서도 그리 자유롭지 못했다.
장하성 현 주중대사의 동생인 장하원은 사모펀드 ‘디스커버리 펀드’를 만들었다. 문제는 이 사모펀드가 2019년 4월 환매 중단사태가 발생해 약 2,562억의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는 데 있다. 최근에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던 장하성이 60억여 원,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이던 김상조가 4억여 원을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다. ‘장하성 동생 펀드’ 환매중단이 4년째로 접어들었지만 그 어떤 제재도, 피해자 구제책도 발표된 것이 없다. 이 정도 같으면, 대단한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김원웅 광복회 회장과, 위안부 문제 관련 시민단체 출신의 윤미향의 후안무치 행태는 논평할 가치도 없다.
  광주 민주화운동이나 민주화 관련 보상법에 관해서도 일부 집권 세력들의 태도는 낯이 뜨겁다. 2021년 2월, 더불어민주당 설훈을 포함한 범여권 72명의 국회의원들이 민주화 운동 이력을 가진 이들을 유공자로 지정해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 취업 혜택 등을 주는 내용으로 하는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려 했으나, 여론에 밀려 철회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요컨대, 정치가들이 보상받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그들의 기여에 대해 선거를 통해 이미 보상했기 때문이다. ‘진영 논리’의 늪 속에서 국민들의 정서로부터 한창 벗어난 행위임을 자각하지 못한 처사다.

  뒤돌아보면, 이러한 불길하고도 불행한 조짐은 문재인 정부 초창기부터 있었다. 소위 ‘문빠’들의 과잉 정치 행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척박한 이 땅에서 진보의 씨앗을 소중히 성장시켜 가야함에도 전반적으로 권력에 취해 몰락의 길을 향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조금의 비판도 인정하지 않고 비판한 사람들을 괴롭히면서 ‘공포감’을 자아내던 미성숙한 그들을 방관한 책임은 문재인 정부의 몫이다.

  검찰 출신 초유의 윤석열 정부의 난제들: 사법부 개혁으로부터

  그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처지는 어떠한가? 당선자의 장모 최인순의 혐의와 그간 검찰이 조직적으로 비호해온 정황을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 윤우진 전 세무서장을 전방위적으로 비호한 것에 대해서도 상식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당선자와 인연이 적지 않은 박영수 특검의 드러나는 비리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손절해야 한다. 최근에는 ‘대장동 비리 혐의’ 등에 심심찮게 여러 대법관들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 가히 사법부의 총체적 부패다. 여기에는 망국병인 ‘전관예우’ 정확히는 ‘전관불법특혜’라는 심각한 관행이 도사리고 있다. 이러고도 그들이 ‘공정’과 법 앞의 평등, 심지어 ‘정의’를 말하는 것은 대국민 사기다. 몇 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정운호 게이트’에 특수통 검사로 검사장 출신의 홍만표와 부장판사 출신의 최유정이 엄청난 액수의 비리 혐의로 구속되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법원이 그들이 비리로 거둬들인 불법적 자금의 일부 혹은 대부분을 면제해 주고, 또 그들은 나중에 변호사로 ‘화려하게’ 재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예전의 네이버 주식을 뇌물로 받아(법원은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횡재한 진경준 사건, 광주의 기업회장인 허재호에게 일당 5억(이 5억도 최초 선고된 벌금액을 반으로 깎아주면서 설정된 액수임)의 황제 노역을 판결한 광주의 장병우 향판 판사 등의 사례는 국가의 초석이 되어야 할 사법부 전체의 부패 연결 구조의 단면을 보여준다. 윤석열 정부가 자신이 몸담았던 이러한 사법부에 대한 과감한 개혁 없이는 국가 개혁의 첫 삽도 뜰 수 없을 것이다.

  나가기

  2022년 대선은 60년대 이후 등장한 산업화 세력과 80년대 이후 등장한 민주화 세력에 대한 퇴각 명령으로 읽힌다. 가난을 벗어나려는 국민들의 여망을 독재 권력으로 화답한 개발독재 세력의 억압적 탐욕, 그리고 이들의 반인권 반민주 부패 비리를 비판하면서 정의와 공정을 기치로 등장한 민주화 세력의 위선적 탐욕에 대한 응징으로 이해된다. 이제 민주주의가 이념이 아니라 실용적 혁신과 공정의 코드로 해석되고 실천되는 ‘시대정신’이 우리를 앞으로 밀어가고 있다.

강문구(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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