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시인 엘리엇(1888~1965)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4월이 되면 자주 인용되는 표현이다. 이 표현은 엘리엇 시인이 쓴 ‘황무지’라는 장시의 첫 구절이다. 엘리엇은 이 시로 1948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미국 출신이지만 영국으로 귀화했다.
그 시는 이렇게 이어진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요즘 나 역시 4월은 ‘잔인한 달’이다. 집안일로 ‘동가식(울산) 서가숙(창원)’ 신세인 데다, 일찍 잠을 깨는 나에겐 새벽과 아침이면 파란 하늘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두 집 다 산을 등에 지고 있지만 하늘은 늘 우울하다. 외출을 하려면 모바일 폰으로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상태를 확인해야 하니. 애국가 후렴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은 틀린 가사가 됐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하늘을 쪽빛 하늘이라 했다. 쪽빛은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인 ‘쪽풀’에서 나오는 색이다. ‘인디고 블루’라고 하고, 청바지 파란색을 생각하면 된다. 이웃이 좋으면 멀리 있는 사촌보다 낫다고 했지만, 등지면 ‘불구대천’인데 이웃 나라도 잘 만나야지. 서해를 사이에 둔 중국과 동해를 사이에 둔 일본은 참….
우리나라 사회지표 중 미세먼지가 환경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방사능과 유해물질에 앞서고 있다. 대기 환경에 대한 국민의 체감 나쁨 수준이 2012년 16.8%였는데 최근 36%를 차지다. 몇 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런 환경은 육아 환경을 심각하게 공격하는데 어찌 젊은 부부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놓겠는가.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대기 청정 국가로 이민이 늘고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때의 피해는 ▲어린이는 폐렴, 축농증, 원인불명의 고열 ▲노인에게는 폐 기능 저하 ▲그 외에 혈관을 타고 뇌로 들어가면 치매가, 심장으로 들어가면 동맥경화증에 사이렌을 울린다고 한다. 외출 시 마스크는 필수고 돌아오면 세수와 손 씻기는 필수다. 공기청정기가 좋다지만 국가가 무상공급하지 않는다면 없는 살림에 가당찮은 일인가!
중국 속담에 ‘백년하청’(百年河淸)이란 말이 있다. 중국의 황하는 백년이 지나도 맑아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중국이 변하지 않으면 중국발 미세먼지 여기 21세기에는 해결이 어렵다고 본다. 해결책이 시급하다. 국가가, 지방자치단체가, 국민 스스로가 대책에 나서야 한다. 그 중의 하나가 나무고 숲이다. 숲은 맑은 공기를 만들어주는 ‘허파’다. 시멘트 도시에 허파인 숲을 조성하면 더위를 피하고 미세먼지를 저감시킨다.
더 늦으면 안 된다. 마스크 대신 전 국민이 방독면을 쓰는 일이 생길지 모른다. 다행히 우리 월영캠퍼스에는 나무가 많고 숲이 있어 다소 안심 지역이지만 더 많은 나무 심기가 필요하다. 오는 식목일엔 총학이 나서 나무를 심으면 어떨까 싶다. 나무는 미래를 위한 투자다. 아름다운 월영캠퍼스를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일에 대학과 총학생회가 고민하길 바란다.
시인,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