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꽃과 열매 사이에 내일이 있다
[정일근의 발밤발밤] 꽃과 열매 사이에 내일이 있다
  • 언론출판원
  • 승인 2024.03.0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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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입니다. 춘하추동(春夏秋冬)의 봄으로 또 한 해가 시작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월영 캠퍼스’에 봄이 오고 꽃이 핍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듯이, 올해 새내기로 입학한 신입생들에게서 향기로운 꽃향기를 맡습니다. 캠퍼스가 해마다 젊어지는 이유는, 해마다 저처럼 새로운 새내기란 꽃이 피기 때문입니다. 설렘으로 가득한 꽃들이 지금 월영 캠퍼스에 피고 있습니다.

  꽃이 피는 시간이 영원한 것은 아닙니다. 꽃이 피고 지는 사이에 세월이 갑니다. 멈추지 않는 시간이 지나갑니다. 모든 꽃은 피면 반드시 집니다. 사람들은 어리석어 꽃이 지는 내일을 잊어버리고 삽니다. 사람은 못 느끼지만, 지구의 자전 속도가 적도에서 시속 1,660km라고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빠른 속도입니다. 더구나 지구의 자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답니다. 그건 하루의 길이가 짧아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지구의 자전 속도를 측정한 1973년 이후 지난 2020년 7월 19일이 가장 짧은 하루였습니다. 지구가 8만 6,400초보다 1.4602밀리초 빠르게 회전했다고 합니다. 지구가 빨리 도는 일, 하루가 짧아지는 일은 이 봄 피어나는 꽃에까지 유효한 영향입니다. 지구에 탑승한 이상 우리는 이 속도대로 살아갑니다. 지구, 또는 인생은 내리고 싶어 내릴 수 있는 버스가 아닙니다.

  ‘대학’이란 배움터 역시 마찬가집니다. 모든 곳에서 평등한 시간이 존재합니다. 입학에서 졸업까지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갑니다. 오늘 꽃인 새내기에게 졸업이란 열매의 시간이 반드시 찾아옵니다. 꽃의 전제조건은 열매를 맺기 위한 것입니다. 꽃에서 시작해 열매까지 누구에게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법입니다. 그 노력인즉, 시간을 아껴 쓰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신은 사람에게 균등하게 하루에 24시간을 선물합니다. 누가 더 받고 누가 덜 받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 24시간을 48시간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고, 12시간으로 허비하는 사람의 차이는 있습니다. 사람의 노력에 따라 시간이, 하루의 길이가 달라지는 법입니다. 저는 오늘 꽃인 우리 새내기들에게 가능한 시간을 자신을 위해 투자하길 바랍니다. 그래야 열매의 질과 수확량이 달라집니다.

  전후세대며 베이비 붐 세대인 저에게, 요즘처럼 대한민국의 미래가 불투명한 때가 없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가 여러분 앞에 놓인 길고 긴 터널입니다. 그 터널 다음에 어떤 세상이 기다릴지는 새내기가 보내게 될 4년에 따라 달라집니다. 인생의 주인공은 자신이며, 그 대본 역시 스스로 쓰는 일입니다. 오늘에 따라 내일이 달라지는 것이 인생입니다.

  오늘 꽃이라고 해서 영원한 꽃은 없습니다. 꽃일 때 열매를 생각하는 새내기가 되길 권합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이 있습니다. 꽃은 10일 이상 붉지 않다, 는 말입니다. 영원히 피는 꽃이 없다는 뜻입니다. 꽃으로 핀 이상 자신이 원하는 열매로 맺기 위해 지구의 자전 속도보다 빠르게 달려가야 할 때도 바로 지금입니다.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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