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을 둘러싼 블랙리스트 의혹
쿠팡을 둘러싼 블랙리스트 의혹
  • 박성한 기자
  • 승인 2024.03.06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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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무엇 때문에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는가

  ‘쿠팡’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전자상거래 기업이다. 2010년 창립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해 현재는 온라인 쇼핑몰 중 매출 1위에 자리하고 있다. ‘로켓배송’이라는 전례 없는 익일 배송 서비스로 이용자를 끌어들인 덕분이다. 이후 ‘쿠팡이츠’, ‘쿠팡 플레이’를 통해 음식 배달업과 OTT 서비스까지 사업 분야를 확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쿠팡이 근로자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최근 MBC의 의혹 제기 보도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쿠팡을 둘러싼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에 대해 알아보자. / 사회부

 

  지난 2월 13일 MBC는 쿠팡의 블랙리스트로 추정되는 ‘PNG 리스트’라는 엑셀 파일로 된 문서를 입수하여 단독으로 보도했다. PNG 리스트의 PNG는 ‘Persona Non Grata(페르소나 논 그라타)’를 줄여 쓴 외교 용어로서 ‘기피인물’을 뜻한다. 즉, 이 문서는 쿠팡 측에서 기피하는 인물들을 담은 리스트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쿠팡의 근로자들은 무슨 이유에서 이름이 올랐던 것일까.

 

- 사건의 개요

  MBC는 쿠팡이 작성, 관리하는 블랙리스트 16,450명의 명단을 입수했다. 이 문서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년간 꾸준히 작성되었다. 리스트에는 등재자의 개인정보 및 등록 일자와 근무지 그리고 등재 사유까지 세세히 항목이 나뉘어 있다. 이 중 눈에 띄는 항목은 사유이다. 사유 1, 2로 나누어져 있는 해당 항목 중 1에는 대구 1센터, 대구 2센터, --(두 개의 점선)으로 된 세 가지의 암호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2에는 폭언, 욕설 및 모욕, 도난 사건, 고의적 업무방해 등 총 48종류의 사유가 적혀있다.

  문서가 블랙리스트임을 추론할 수 있는 이유가 사유 2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명시된 인물들은 앞서 말했던 사유로 쿠팡 입장에서는 채용을 꺼리고 싶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명단에 이름이 올랐던 사람은 다시는 쿠팡에 채용되지 못했다. 하지만 사유 1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 글로만 보고는 알아차리기 어렵다. 우선 대구 2센터는 2023년 5월에 처음 등장했다. 여기에 적힌 사유 2는 ‘6개월 내 윌컴데이 중복지원’으로 모두 동일하다. 웰컴데이는 쿠팡 물류센터 근무 첫날 받게 되는 4시간의 안내 교육을 뜻한다. 물류 센터를 옮겨가며 중복으로 지원하면 실제로는 4시간만 일하고 하루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쿠팡에선 이들을 얌체 지원자로 분류해 1,653명의 사람의 채용을 6개월간 제한했다.

  가장 많은 사람의 이름이 올라와 있는 사유 1은 대구 1센터다. 대구 1센터로 분류된 사람들의 숫자는 무려 7,791명에 달한다. 2017년 9월 가장 처음 파일에 이름이 올랐던 사람을 살펴보면 이날 이 후 단 한 번도 쿠팡에서 근무하지 못했다. 등록 사유는 폭언, 욕설 및 모욕이다. 하지만 당사자는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그런 적이 없고 관리자의 지적에 해명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두 개의 점선)은 2021년 10월부터 등장했는데 6,826명의 이름이 등재되어 있다. 이날 이후 최대 2년 이상 리스트에 이름이 남아있었다. 이렇게 사유 1에 쓰인 세 가지는 채용 제한 기간을 등급화한 암호로 추정된다.

  이 리스트에서는 뜻밖의 인물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다. 2021년 6월 쿠팡의 물류센터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 화재의 원인은 에어컨이 없던 작업장에 24시간 선풍기를 돌리기 위해 설치한 멀티탭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이후 열린 한 토론회에서 이탄희 의원은 쿠팡 일용직 체험 사실을 공개하며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했다. 이뿐만 아니라 쿠팡의 근무 환경을 체험하기 위해 탐사보도를 했던  취재기자의 이름도 나왔다. 그 이외에도 쿠팡에 비판적인 기사를 적거나 프로그램을 만든 기자와 언론인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하물며 유튜브에서 쿠팡의 노동환경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를 한 대학생들도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 문제가 되는 점

블랙리스트에는 절대적이며 일관적인 기준이 없었다. 근무지에서 사소한 다툼을 벌인 직원을 심한 폭언 또는 성희롱 등 임의의 사유로서 관리자 단 1명의 자의적 판단만으로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다툼도 아닌 단순히 건의했다는 이유만 가지고 위의 사유로 블랙리스트 등재가 되었다는 인터뷰도 있었다. 리스트에 올라간 대상자들은 한결같이 본인들이 사전에 블랙 대상인지, 리스트에 등재되었는지 인지하지 못했다.

  근로기준법상 일반적인 근로자라면 근로자가 어떠한 잘못을 했더라도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사용자 측에서 일방적 업무배제가 불가하게 되어있다. 또한, 이런 블랙리스트는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근로기준법 40조에도 위배된다. 여기서 쿠팡은 사유 1의 대구센터를 근로기준법이 금지한 비밀 기호로 활용한 것이다.

 

- 각계각층의 반응

  쿠팡은 보도 다음 날에 즉각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서 블랙리스트를 직원에 대한 인사 평가로 회사의 고유권한이자 안전한 사업장 운영을 위한 당연한 책무로 규정했다. 더불어 회사 내의 규칙 위반 행위를 일삼는 일부 사람들로부터 함께 일하는 직원을 보호 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못 박았다. 쿠팡은 MBC의 비상식적이고 악의적인 보도 행태에 대해 강력한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 밝혔다.

  정치계와 노동계는 이러한 의혹에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특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는 쿠팡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고용노동부가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언론노조에서는 리스트에 포함된 언론인에는 쿠팡을 직접 취재하거나 보도하지 않은 경찰청 출입기자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자단의 내부 정보를 파악하여 과거에 보도한 기자들뿐 아니라 앞으로 취재 할 기자들까지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다.”라며 이번 블랙리스트 가 노동권과 언론자유를 침해한 중대 범죄라고 밝혔다.

 

  쿠팡은 평소 우리 학우들도 많이 이용하고 실제 쿠팡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학우들과 졸업 후 취직을 희망하는 사람들도 많은 인지도가 높은 회사이다. 아직 진실 공방이 오가는 사건이지만 이러한 불미스러운 의혹이 발생함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유감을 표하고 있다. 쿠팡에 관한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던 만큼 자구책을 강구하고 기업으로서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노경민·박성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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