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나의 연구, 나의 교육] 외로운 길
[교수칼럼-나의 연구, 나의 교육] 외로운 길
  • 언론출판원
  • 승인 2023.12.0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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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professor)의 어원은 ‘pro(권력 앞에서)’와 ‘fess(말하는)’의 합성어이다. 그리고 사회학자 칼 만하임(1893-1947)은 “지식인을 사회의 파수꾼”이라고도 했다. 다시 말해서 “권력 앞에서 말하는 사회의 파수꾼” 정도로 교수라는 단어를 정의할 수 있겠다. 대학교에 처음 부임하던 젊은 풋내기 교수 시절에 ‘교수’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감에 주눅이 든 적이 있었다. 동시에 행복한 시민이 되고 싶었다.

  유학 시절 지도교수님께서는 “박사학위만 취득하면 네 인생의 탄탄대로가 활짝 열릴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조언은 동기부여와 응원 차원에서 내게 하신 말씀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연구와 교육의 길이 ‘마냥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교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행복하지 않다’고만 생각하는 분들도 없을 것이다.

  오늘날은 인간 스스로 존재가치를 따지고 자기 삶의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는 명제를 추구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한 시대다. 인류문명이 발명한 가치인 사랑, 소유, 행복, 정의, 공동체, 개인과 타자, 삶의 의미를 제시하고, 그것을 자신의 관점에서 다시 질문하고, 자기 삶의 의미와 가치로 연결시키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강의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미래 사회에 인간의 가치는 어떻게 바뀔까? 오늘날보다 더 자유로워질까? 아니면 인공지능(AI)에 대체되는 무기력한 존재로 인간은 남을까?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2030년 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진다.”고 예측했다. 전통적인 대학은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다. 교수의 일상적인 강의가 아닌 토론으로 이뤄지는 수업이 핵심 대안으로 부상했다. 스스로 지식을 탐구하고 협업을 통해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수-학습 방법이 대세이다.

  “과거에도 나는 발표하면, 부끄러워 말을 조리 있게 못하여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던 것을 ‘잘 지나갔다’는 일종의 숨기, 도망과 같은 생각을 많이 했었다. 현재는 그러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도망가기보다는 도전하고, 안되면 실패하더라도 더 열심히 하자는 동인이 충분해졌다...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 일이 아무렇지 않게 진행되고 있을 때 나 스스로가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내 수강 학생 중 한 명이 수업을 통해서 이룬 자기 성장의 글 중 일부이다.

  대학의 교원으로 다짐하던 초심을 되새김질 해 본다. 첫째, 생업에 얽매이지 않고 성찰하는 것을 업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에 감사하자. 지식인의 정체성은 “밥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이상과 가치를 위해 사는 것”이다. 둘째, 진리를 추구한다는 것은 객관성과 보편성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내가 속한 특수한 계급의 이익에 봉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셋째, 그리스의 디오게네스는 “대낮에도 등불을 들고 다녔다”고 한다. “진리는 나의 빛이다”는 신념을 잊지 말자. 정의와 진리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까지 걸진 못할망정 최소한 자신의 이름과 양심은 지켜야 하기에 어쩌면 교수라는 신분은 외로운 길이다.

  우리에게 교수란 어떤 의미인가, 가르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어디로 향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교수자인 나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정은상(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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