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10·18문학상 현상공모 - 수필 부문 당선 '세모, 네모 그리고 동그라미'
제37회 10·18문학상 현상공모 - 수필 부문 당선 '세모, 네모 그리고 동그라미'
  • 정지인 기자
  • 승인 2023.11.22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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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부문 당선: 안서영(군사학과·1)

세모, 네모 그리고 동그라미

 

  너를 잊지 못해. 난 너를 만나고 싶어. 그때의 풀 내음과 마주 오는 바람을 사랑했다. 동그라미를 그릴수록 원은 중심을 잃어갔다.

  봄이 다가오고 있을까. 흐릿한 하늘이 맑아진다. 피부를 스치는 바람이 부드럽다. 분명하진 않지만 알 수 있다. 느껴진다. 이 끌림의 진원은 너를 향해 있다는 것을.

  잠시 보았던 너에게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망망대해에 버려진 듯한 이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소위 말하는 ‘동그라미’를 좇는 누군가가 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땐 기뻤다. 그 두 친구들은 나의 의지와 위로가 되어 주었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향한다는 건 의외로 의지가 참 많이 되었다. 나와 함께 이 여행을 함께하는 친구들도 같은 마음일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던 길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보다 더한 것들을 요구하였기에 우리는 때론 힘들게, 때로는 슬픔을 이겨내고 나아갔지만 함께이기에 그 과정이 행복했다. 과거 무기력하게 주변이 흑백 사진이 되어가던 날. 무엇을 나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던 상황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눈앞의 휴지보다, 물병보다, 내 머리에 떨어지는 빗방울보다 가치가 없었다. 무수한 동그라미를 그릴 때마다 너는 불쑥 찾아왔다. 물에 빠진 나를 끄집어 올려준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저 모든 것을 다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이따금 동그라미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우리가 찾는 사람의 모습은 매우 유사했다. 항상 밝고 빛나는 표정, 분위기 같은 것들이 말이다. 하지만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세히 이야기를 이어가자 우리는 각자 다른 사람을 찾는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찾아 나서는 길을 향해 가며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시간 속에 우리는 더욱 빛을 발하고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동그라미 말고도 마음을 내줄 수 있는 사람이 늘어 간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을까? 영원한 행복을 쥐어 줄 것 같던 항해에도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한다. 너에게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무작정 걷기, 버스를 타기, 자전거를 타기. 난 면허가 없으니 앞선 방법밖에 없겠다. 가는 방법은 많지만 어디에 있는지, 언제쯤 만날지는 모른다. 끝이 없는 여행이다. 친구들과 차근차근 지도를 펼쳐 아래에서부터 쌓아가는 형식으로 너를 찾기로 했다. 계획을 가지면 만날 가능성이 높아질 테니까. 더욱 희망을 더해간다.

  초반에는 선명히 기억나는 동그라미의 모습에 열정이 불타올랐다. 하지만 지쳐간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은 허망함을 안겨 줄 뿐이다. 지금까지 외면하고 살아갔지만 보고 싶지 않아도 이젠 현실이 보인다. 지금까지 함께해 온 친구가 버스를 타고 내린 곳에서 자신이 찾던 동그라미를 만났다고 했다. 피를 토해내도 결말만 바라는 대로 되면 좋다고 생각할 만큼 힘든 시간을 같이 견딘 세모였다. 그 사실을 듣고 기뻐하였지만 알지 못하 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열등감이다. 내가 무엇이 부족하길래? 나에게 무슨 잘못이 있어서 저 친구는 만났는데 나는 아직도 이러고 있는 걸까. 처음부터 잘못되었을까 아니면 어딘가부터 엇나갔던 걸까.

  나에게서 문제점을 찾고 있다. 모든 것이 커 보이고 두려운 19살의 나에게 가장 만만한 상대는 나뿐이다. 또 다른 친구와 나는 그 가시밭을 걷는 듯한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발이 헐어도 멈추는 건 노력을 하는 사람이 아니란 소리를 듣기 때문에 발바닥을 포기하고 계속 걸어 나간다. 세 명에서 두 명으로 줄어들자 함께 나머지 한 명의 친구에게 더더욱 기대기 시작한다. 기대면 기댈수록 기둥이 빠지면 크게 넘어지는데 말이다.

  “너 너무 미련한 거 아니야? 이 정도 되면 포기 해도 된다고 생각해. 난 인제 그만두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가 입 밖으로 나간다. 눈앞의 친구를 상처 주며 내 안의 무언가도 함께 깎여 나간다. 나의 각이 늘어나며 난 네모가 된다. 나의 모습은 동그라미와 더욱 멀어진다.

  가장 먼저 목표를 이룬 세모가 주저앉은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너 언제까지 이렇게 앉아 있을 거야? 우리는 매일 같이 밖으로 나가 꿈을 이루기 위해 땀을 흘렸어. 새벽같이 일어나 커피를 2잔, 3잔씩 마셔가며 굴렀고, 몸을 부여잡으며 잠에 들었어. 그 과정을 버텨낸 넌 죄가 없다는 걸 왜 몰라. 왜 너를 부수고 있어. 부탁이니 일어나.

 

  나를 바꾸었던 너를 만나기 위해 난 나를 부수고 있었다.

  나를 꿈꾸게 한 꿈을 이루기 위해 난 나를 부수고 있었다.

 

  모든 것을 불태우고 힘이 빠진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힘들어야 하는 것과 달리 오히려 가벼웠다. 너를 향해 달려가는 나의 모습만 으로도 삶의 이정표가 생겼고 이는 다른 친구들 보다 앞서 나간다는 마음이 들었다. 동그라미 너는 새로운 세계로 나를 끌고 가게 하는 힘이다.

 

  동그라미, 너를 만나고 싶어.

 

  모든 것이 명확해진다. 동그라미, 너는 나이다. 내가 꿈꾸는 나의 모습. 지금의 내가 없어서는 꿈꾸는 나도 있을 수 없다. 네가 변할 수 있다는 걸 난 왜 몰랐을까. 꿈은 변화해갔다. 동경, 존경, 우러러보는 모습에 따라 쉽게 변화할 수 있는 거였다. 동그라미의 모습이 변한다. 예전 너의 모습이 아니라도 이젠 상관없다. 수십 번의 계절이 돌아 언젠가 우린 만날 수 있을 거야. 기다려 줘, 나는 다시 너를 찾으러 갈 거야. 그때야말로 마음속에서만 그려왔던 내가 동그라미가 되는 거야. 

 

 

10·18문학상 수필 당선 소감


  다들 꿈을 꾸며 살아간다. 꿈은 어린 나에게 삶의 이정표이자 전 부가 되었다. 네모(현재의 나)라는 각을 지닌 나는 각이 없이 완벽 한 동그라미(꿈)에 매료되어 한없이 끌렸다. 이성과 생각을 무시하 고 마음이 이끄는대로 원의 모습이 되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선다. 나의 수필은 그런 이야기이다. 미숙한 나는 비록 나 자신을 망가지 고 자존감이 깎여 나가더라도 계속해서 노력하는 방법밖에 알지 못했다. 내가 ‘동그라미’가 된다면 이러한 고통 쯤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 믿었다.

  이 과정 속에서 꿈을 포기하지 못했던 이유는 단연 ‘삶의 의미’라 고 하는 철학적인 이야기의 답을 주었기 때문이다. 모든 행동들에 는 의미가 있고 한 곳으로 일관적으로 흘러가야 한다 생각한다. 그 것을 보편적으로 목표라고 부르는데 나의 꿈은 바로 나의 목표가 되었다. 장래 희망과 꿈은 좀 다르다. 장래 희망은 앞으로 무슨 직업을 가질지 그러한 작은 범위의 의미이다. 꿈은 그보다 더 크게 내가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노력을 하며 행복을 가질 건지 라는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목표는 좋다 하지만 바라는 모습도 ‘행복’의 방식을 찾은 나 자신이지 타인 이 아니다. 그럼 더 이상 나를 괴롭히면서까지 나를 바꿀 필요는 없다. 이 글을 읽은 사람들도 이 결론에 함께 도달하여 건강한 미래를 그려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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