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10·18문학상 현상공모 - 시 부문 가작 '유연성 테스트'
제37회 10·18문학상 현상공모 - 시 부문 가작 '유연성 테스트'
  • 정지인 기자
  • 승인 2023.11.22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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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가작 : 원지현(심리학과·3)

유연성 테스트

 

까마득한 막대자 끝으로 손을 뻗는다

허리부터 손톱까지 저려온다

선생님이 등을 밀어대며 말하기를

사람이 유연해야 안 다치고 건강하게 늙는다고

 

전과할 학과 리스트를 훑어본다

개론부터 심화까지 어느 세월에 다 들을까

졸업은 할 수 있을지

그래도 자유롭게 학과 옮길 수 있는 거 아니겠냐

학교도 유연해야 건강해지나보다

 

엄마가 회사에서 잘렸다

화장실에는 못 보던 에쎄 체인지가

회사도 유연해야 한다더라

 

엄마도 건강해지겠지

흰머리를 뽑아달라 보채며

 

 

10·18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소감

  대학 문학상에는 무슨 글을 내야 할까. 풋풋함이 느껴지는 연애 이야기를 써야 하나. ‘MZ 세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낯선 시를 끄적여야 하나. 그런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 보 아도 그런 것들이 딱히 제 얘기는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청년에게 기대하는 글이란 대개 그런 것이라고 짐작은 하고 있습니다만, 제 얘기가 아닌데 청년이 무슨 소용일까요. 이런 고지식한 고민을 하다 보면 “그래서 청년이 뭔데?”라는 요상한 자문에 이르곤 했습니다. 지금도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유연성 테스트>는 그런 자문의 연장으로 볼 수 있는 시입니다. 끊임없이 되뇌어도 청년이나 MZ 세대의 이야기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도무지 알 수 없다. 다만, 사람들이 나를 청년이나 MZ 세대라고 호명하긴 하니까, 내 경험이 곧 청년 서사고 MZ 스토리일텐데 굳이 전형성에 골몰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에 쓴 저와 제 주위 이야기가 내용입니다. 사는 게 궁핍하고 친구들의 학과가 당장 사라지려 하는데 풋풋한 MZ 사랑이 낄 틈이 어디 있겠나요. 새롭지는 않지만 가장 솔직할 수는 있겠다 싶었던 글입니다.

  운이 좋아 가작으로 선정된 점 알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더 나은 결과물을 내어보고 싶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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