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대면 개최되는 경남퀴어문화축제
3년 만에 대면 개최되는 경남퀴어문화축제
  • 원지현 기자
  • 승인 2023.11.22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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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와 지지자 모두가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
제3회 경남퀴어문화축제 공식 포스터
제3회 경남퀴어문화축제 공식 포스터
제1회 경남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제1회 경남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세계 많은 나라에서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높이고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행진인 ‘퀴어 퍼레이드’가 매년 진행된다. 이 행사는 국내 여러 지역에서 퀴어문화축제라는 이름으로 열리고 있는데, 경남도 그중 한 곳이다. ‘경남퀴어문화축제’는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2020년 온라인으로 처음 열린 이후 중단되었다가 다가오는 11월 25일 3년 만에 대면으로 다시 개최하게 되었다. 창원광장 남측도로에서 곧 만나보게 될 경남퀴어문화축제에 대해 알아보자. / 문화부

 

  한국의 퀴어문화축제는 2000년 ‘퀴어문화축제-무지개2000’이라는 명칭으로 서울에서 처음 시작했다. 이후 2009년에는 대구, 2017년에 들어서는 부산과 제주 등 전국 여러 도시로 퍼져나갔다. 이에 따라 퀴어문화축제의 경남 개최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이어졌고, 2018년 경남퀴어문화축제 추진위원회가 발족하며 2019년부터는 경남에서도 축제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경남퀴어문화축제는 ‘무지개로 물들여라’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다.

 

# 퀴어 퍼레이드란?

  퀴어 퍼레이드는 1969년 미국에서 일어난 성소수자 인권 운동인 ‘스톤월 항쟁’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당시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배타적인 분위기가 만연하던 시대에 스톤월의 주점은 그들을 포용하던 몇 없는 장소였으며, 경찰은 이러한 장소를 집중적으로 단속해왔다.

  1969년 6월 28일에도 경찰은 주점에 난입해 손님들을 난폭하게 수색했다. 그들의 신분증을 요구하며 주류 젠더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 옷차림을 한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해 갔다. 성소수자들은 그러한 경찰에 맞서 돌과 술병을 던지며 6일간 저항했고, 이는 성소수자 인권 운동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되었다. 이후 성소수자들은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기 위해 1970년 퍼레이드를 개최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현재까지도 전 세계에서 이어오는 퀴어 퍼레이드의 시초가 되었다. 한국 역시 이러한 퍼레이드의 영향을 받아 2000년 서울을 시작으로 매년 퀴어문화축제를 열고 있다.

 

# 경남퀴어문화축제에서는 무엇이?

  오늘날 한국의 퀴어문화축제는 기존의 퍼레이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즐길 거리가 동반되는 종합적인 문화 행사로 자리 잡았다. 경남퀴어문화축제에서도 마찬가지로 공연과 부스 등 여러 요소를 함께 찾아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경남퀴어문화축제 기획단원 까꿍(활동명)을 만나보았다.

  곧 개최를 앞둔 제3회 경남퀴어문화축제에서는 우선 다채로운 분야의 부스가 돋보일 예정이다. 성소수자 가족과 친구, 지지자를 지원하고 연대 활동을 해오고 있는 ‘성소수자부모모임’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동성혼 법제화 캠페인 ‘모두의 결혼’ 등 많은 인권 단체가 부스를 세워 참여자들을 반기게 된다. 더불어 캐나다 대사관 역시 함께하며 축제의 다양성에 힘을 보탠다.

  부스에서는 퀴어문화축제를 비롯한 여러 인권 운동의 후원을 겸한 굿즈 행사도 진행되는데, 경남퀴어문화축제에서는 경남 각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캐릭터 ‘지앤프랜드’가 디자인된 키링이 준비되었다.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을 모티브로 한 ‘장경’ 키링과 진해의 벚꽃을 본뜬 ‘블라썸’, 거제 조선 산업을 상징하는 ‘케이블’ 등이 선보여질 예정이다. 더불어 일상생활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슬리퍼나 포스트잇 역시 함께 마련되었다. “단순 기념품으로써의 용도를 넘어 실용적이면서도 의미를 줄 수 있는 리워드를 고민했습니다.” 기획단원 까꿍은 행사를 준비하며 고심한 내용들을 설명했다.

  부스 행사 이후에는 일반적인 행사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색다른 무대들이 준비되어 있다. 고정된 성적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패션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드랙 아티스트 ‘허리케인 김치’와 ‘왕자’의 공연이 축제 참가자들 앞에 선보여진다.

  축제의 막바지는 과거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던 행사에서부터 이어져 온 대표적인 활동인 퍼레이드로 마무리된다. 창원광장 인근 축제장을 시작으로 상남동 일대를 참가자들이 모두 함께 행진하며 피날레를 장식한다고 한다. “축제에 방문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퍼레이드 참여를 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창원의 대로를 다 함께 걸으며 해방감을 느껴보세요!” 기획단원 까꿍은 퍼레이드의 의미를 소개했다.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차례인 만큼 안전 대비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설명 역시 덧붙였다.

 

# 축제를 반대하는 목소리

  스톤월 항쟁이 일어나던 과거에 비해 나아졌을지언정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정서는 여전히 사회에 만연하다. 이는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닌데,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집회에서도 그 모습이 흔히 관찰된다.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되는 날에는 행사장 인근에 반대 세력이 맞불 집회를 열며 축제를 방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반대 집회는 단순 방해를 넘어 범죄 수준의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2018년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 현장에서는 반대 집회 관계자들이 퍼레이드 차량의 바퀴와 깃대를 훼손하고 참가자들을 집단으로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번 경남퀴어문화축제의 경우에도 약 한 달 전부터 반대 단체들이 축제를 진행할 만한 창원 주요 지역 5곳에 선점을 목적으로 한 집회 신고를 해 개최에 많은 차질이 빚어진 적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방해에서 끝나지 않는다. 2018년 폭력사태 당시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는 축제를 폭력과 불법으로써 방해한 혐오세력을 경찰이 방관했다며 규탄 입장문을 발표했다. 많은 참여자들이 폭력에 노출되어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고, 물질적 피해 또한 심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조직위 측에 축제를 빨리 끝낼 것을 종용했다는 내용이다.

 

  많은 난항에도 불구하고 조직위원회의 노력과 더불어 축제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응원으로 오랜만에 경남퀴어문화축제의 대면 개최가 성사되었다. 퀴어문화축제와 퀴어 퍼레이드는 여전히 성소수자들에게 배타적인 한국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들이 자유롭게 권리를 외치고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순간이다. 더불어 성소수자가 막연하게만 느껴지거나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들 역시 우리의 삶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동등한 주체라는 점을 알게 해주는 순간이기도 하다. 성소수자이든 아니든, 이번 기회에 경남퀴어문화축제에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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