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접근성 OECD 1위, 그 속에서 소외된 환자들
의료접근성 OECD 1위, 그 속에서 소외된 환자들
  • 김민준 기자
  • 승인 2023.10.1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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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의료 붕괴 현실화, 개선하지 못하면 가속돼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OECD 보건 통계’ 발표를 통해 국내 의료접근성이 OECD 국가 중 1위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국민 1인당 의사 외래 진료 횟수가 OECD 평균 5.9회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14.7회를 기록하면서 독보적인 1위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역 언론에서는 연일 지역의료 격차와 관련한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방에는 병원과 의사가 부족해 원활하게 진료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의사 수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 정치권에서 크게 주목하고 있으나, 여전히 지방 의료 불균형 현상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사회부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지역의료 격차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지방에 의대를 증설하거나 모집 인원을 늘려 의사 수를 늘리자는 식의 이야기는 꾸준하게 나왔다. 그러나 그 무엇도 실현되지 않으면서 지방 의료접근성을 개선할 골든타임을 놓친 모양새다. 인구 10만 명당 치료가 효과적으로 이뤄졌다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던 조기 사망자의 수를 의미하는 치료 가능 사망률은 서울과 대전을 제외하곤 전부 40명대 이상이다. 서울에서 사는 것이 특권이라고 여겨지는 오늘날의 기조에서, 이제는 목숨의 경중마저 지역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 외면받는 지방의 환자들

  보건복지부가 올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17개 시도별 치료 가능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51.49명을 기록한 인천이다. 인천에 이어 ▲강원 49.61명 ▲경남 47.28명 ▲ 부산 46.9명 ▲충북 46.41명 순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치료 가능 사망률 하위 5곳은 ▲서울 38.56명 ▲대전 39.21명 ▲제주 41.1명 ▲경기 42.27명 ▲세종 42.43명 순이었다. 수치가 높을수록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시도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확인하면 서울은 4.70명으로 나타난다. 반면 울산, 세종, 충북, 충남, 경북, 경남은 전국 평균인 2.55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광역시급 도시는 3명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상급 종합병원이 더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타지에서 방문하는 환자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병원 수가 부족한 것도 문제이지만, 교육·생활 여건 문제로 의료진이 지원을 꺼리게 되면서 지방 의료 붕괴에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실제로 경남 산청군은 지난해부터 세 차례에 걸쳐 채용 조건을 연봉 3억 6천만 원에 2년 계약으로 내걸어 내과 전문의 채용에 나섰으나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재 산청 보건의료원은 원장 1명과 군 복무를 대신해 의료 취약 지역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 7명이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 우리 지역 의료 현황은

  그렇다면 우리 지역의 의료 현황은 어떨까. 응급의료기관은 권역센터 3곳(창원·양산·진주), 지역센터 7곳(창원 3·진주 2·김해 2), 지역 기관 27곳(나머지 시군) 등 37곳이 있다. 응급의료기관은 시설 및 장비, 인력 등을 기준으로 분류한다. 하동군과 함안군은 지역 기관조차 없는 ‘의료 취약 지역’으로 꼽히며 골든타임을 연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응급처치도 받기 어렵다.

  한편 우리 지역은 응급실 병상도 부족한 상황이다. 도내 18개 시군 가운데 창원, 진주, 김해, 양산 등 4개 시 지역을 제외한 14개 시군이 응급의료 분야 취약지에 해당한다. 응급의료 분야 취약지는 지역응급의료센터로 30분 안에 도달이 불가능하거나, 권역 응급의료센터로 1시간 안에 도달이 불가능한 인구가 지역 내 30% 이상인 지역이다. 이 때문에 도내에서 최근 3년간 응급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했다가 의사와 병상 부족으로 다른 병원으로 다시 이송되는 사례는 1,112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발병 후 2시간 이내 응급실 도착 환자 비율’을 보면 경남이 31.4%로 광주, 대전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낮다. 특히, 중상을 입은 환자는 1시간 이내에 응급치료를 받아야 생존율이 올라간다.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이 시간을 ‘골든타임’이라 일컫는다. 불행하게도 경남은 3대 중증 응급질환으로 꼽히는 심혈관, 뇌혈관, 중증 외상 사망률이 전국 1위다. 모두 이송 시간에 영향을 크게 받는 질환들이다. 지역 내에 중증 응급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적어 그만큼 우리 지역의 골든타임은 타 지역보다 짧은 셈이다.


- 의료 붕괴 개선 방안?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우리 지역을 비롯해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의사와 병원이 부족한 현상을 몸소 겪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공공 의대 개설, 의대 인원 증설, 공공병원 정년 연장 등 정치권에서도 해결법을 논의 중이지만 마땅한 타개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남도는 지난 4월 응급의료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도청에 응급의료지원단을 출범해 소방, 경찰 등과 유기적으로 연계한 응급의료 서비스 지원을 시작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기관이 응급환자 불수용 사례 분석, 재발 방지를 위한 현장점검 등 사후 조치 역할에만 머물러 있고, 응급환자 수용 거부에 개입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규 의과대학을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창신대의 경우 창원 한마음병원과 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창원대 역시 마찬가지로 의대 신설을 위한 간담회, 포럼을 올해 들어 꾸준히 개최하는 등 의대 설립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불안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생활하지 않으려 한다. 이 때문에 각 지역의 의료 붕괴는 지방 소멸을 가속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의료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충분히 흘러버린 상황이다. 과연 대한민국의 지방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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