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교권, 생존을 위협받는 교실
무너지는 교권, 생존을 위협받는 교실
  • 전은주 기자
  • 승인 2023.08.18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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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회복은 물론 인식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원인으로는 ‘교권 추락’, ‘학부모 갑질’ 등이 지목되는 상황이다. 현재 서울 서이초등학교 1학년 6반 교실 외벽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추모 메시지가 쓰인 메모지가 빼곡하게 놓여있다.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과 교권 추락 문제에 대해 알아보자. / 사회부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 이후 매주 주말마다 교권 보호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8월 5일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5만여 명의 교사가 거리로 나왔다. 이날 집회에는 처음으로 서이초 교사의 유족도 동참해 교육 당국의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교권 침해 실태를 알렸다. 또, 지난 8월 12일에는 서울 종각역과 을지로입구역 일대에서 ‘안전한 교육환경을 위한 법 개정 촉구 집회’가 열렸다.

 

-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자살 사건

  서울 서이초등학교(이하 서이초)에서 근무하던 교사 A씨는 1학년 담임 및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 권한 관리 업무를 담당하였다.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 6일 전인 지난 7월 12일, 오전 수업 중 이른바 ‘연필 사건’이 발생했다. 교사 A씨의 학급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에 앉은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었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교사 A씨의 개인 휴대 전화로 수십 통의 민원 전화가 이어졌다. 여러 차례의 민원 전화 외에도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교사 A씨는 학부모가 개인 휴대 전화 번호를 알게 된 출처를 모르겠다며 불안함을 내비쳤다. 연필 사건에 연관된 학생 2명 외에도 또 다른 학생 2명의 문제행동 때문에 학기 초부터 생활 지도에 어려움을 겪었고 민원과 많은 업무량을 감당했다. 동료 교사들은 교사 A씨가 평소 속이 깊고 힘든 일을 내색하지 않았는데 작년보다 10배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며 황망한 마음을 전했다. 서울교사노조는 “고인의 죽음은 학부모의 민원을 오롯이 담임 교사 혼자 감당해야 하는 현재의 제도와 무관하지 않다.”라며 참담한 심정으로 교육청과 교육부의 진정성 있는 대응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교육부·서울시교육청 합동조사단이 서이초에 재직 중인 교원 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월 1회 이상 학부모의 민원·항의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한 달에 많게는 7번 이상 경험했다는 교원도 6명 있었다. 또 응답자의 49%는 교권 침해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이에 서이초 구성원들은 학교 업무경감을 위한 출결 처리 민원 전자 시스템 도입과 ‘교권 보호’를 위한 민 원처리반 도입 등을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부적응학생 지도를 위한 학부모 책임 강화 및 보조 교사 및 특수 교육 보조 지원 확대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하였다.

 

- 무너진 교권, 그 이유와 개선 방향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의 ‘2022년도 교권 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교권 침해 심의 건수는 520건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437건보다 83건이 늘어난 수치이며 최근 6년간의 교권 침해 심의 건수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주체별 상담 건수에서는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가장 많았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는 2021년 148건이었지만 이듬해 93건이 늘어 241건으로 집계되었다. 이어 ‘교직원에 의한 피해’ 127건, ‘학생에 의한 피해’ 64건이 뒤를 이었다. 학부모와 학생에 의한 피해가 절반 이상(59.7%)을 차지하는 셈이다.

  아동복지법 제3조에는 ‘아동 학대란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이라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법문에는 정신적 가혹행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아동복지법은 ‘저승사자 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행 공무원법은 아동복지법 제17조에 따른 금지행위(아동 학대)를 한 경우 직위 해제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상당수 경우 아동 학대 신고 접수만으로도 교사는 즉시 직위가 해제된다. 수사와 재판을 거쳐 무죄 판결이 나온다고 해도 무고죄가 성립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기에 무분별한 아동 학대 신고에도 교사는 수년간 소송전을 마냥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에 교총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아동 학대 신고 등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교권 보호 5대 정책’을 요구했다. 5대 정책에는 ▲문제행동 학생 대책 ▲무분별한 아동 학대 신고에 대한 학생의 학습권 및 교권 보호 대책 ▲학부모 교권 침해 및 악성 민원 대책 ▲학교 폭력 예방법 조속 개정 ▲교권 보호 여건 및 학교 환경 개선 등이 포함되어 있다.

 

-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방안들

  서울시 교육청은 이번 2학기부터 ‘교사 면담 예약제’를 시범 도입하기로 밝혔다. 이는 9월부터 희망 학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되며, 해당 학교에는 민원인 대기실에 CCTV도 설치된다. 교사 면담 예약제가 도입되면 교사와 전화 통화·면담을 원하는 학부모는 ‘서울학교안전 앱’을 통해 예약해야 한다. 일반적인 민원의 경우 챗봇이 답변해 준다. 이는 시스템에서 일차적으로 분류해 무분별한 민원이 교사에게 바로 전달되는 걸 막는다. 또, 교사가 악성 민원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교내 업무용 전화기도 녹음이 가능한 제품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교원 공적보험인 서울시교육청 ‘교원안심공제’의 소송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지원 절차 간소화와 더불어 지원 범위도 ‘교권 침해 피해를 본 교원’에서 ‘교육 활동 소송 중인 교원’으로 확대된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교사가 아동 학대로 신고되면 수사 단계부터 변호인 선임비를 지원받는다. 교사에게 일부 과실이 있더라도 일정 부분 지원이 이뤄진다. 더불어 학부모나 교원이 법적 분쟁으로 가기 전 조정하는 ‘분쟁조정 서비스’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 8일 강민정 국회의원은 ‘교권 보호 3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원지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학생이 교권 침해 행위를 지속적으로 행한 경우, 해당 학생을 즉시 분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분리된 학생에게는 별도의 공간 및 전담 인력을 두고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태규 국회의원도 교권 보호를 위해 ‘교원지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 는 교권 침해 행위가 은폐·축소되지 않도록 하는 제재조항이 추가 되었다. 만약 각급 학교장이나 교원이 은폐·축소하려 한 경우, 교육감이 직접 징계위원회에 징계 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교권 침해 행위에 악성 민원 추가 ▲피해 교원 요청 없이도 범죄 혐의가 있을 시 고발 의무화 ▲학교에 1인 이상 전문 상담 교사 배치 의무화 ▲교장 사무에 ‘학교 민원 사항 처리’ 추가 및 공적 소통 창구 마련 등의 법안이 추가로 발의됐다.

 

  서이초 교사의 자살 사건 이후 교총을 비롯한 여러 교원단체와 국회의원들은 현재 교권 보호를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와 학생 등 다른 사람들의 제대로 된 인식 변화가 없다면 교권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누군가의 죽음으로써만 상황이 변화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학교가 더 이상 불안과 두려움의 공간이 되지 않도록 사람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전은주·노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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