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침묵하는 사회
[기자의 눈] 침묵하는 사회
  • 문정호 기자
  • 승인 2023.06.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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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수업에서 발표를 하려는 사람도 잘 없을뿐더러 교수님의 질문에 대답하는 이들도 드물다. 조별 과제를 하다 보면 의견을 내는 특정 사람만 말한다거나 조원들이 의견을 내지 않아 곤란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요즘은 사람들이 점점 해야 할 얘기조차 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의 말이 점점 줄어드는 이유로는 모르는 것을 물어보거나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에 있어서 익숙하지 않은 문화나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이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말할 이유라 생각한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사회적 고립을 회피하고자 하는 성향을 보인다. 그렇기에 논쟁적 이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 다수 의견과 반대라고 인식하는 경우, 의견 표명을 꺼리게 된다. 상대적으로 자신의 입장이 소수인 경우, 의견이 다수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침묵한다. 많은 개인이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매우 활동적인 소수를 제외한 다수가 의견 표명을 하지 않는다. 또한 타인이 제공하는 정보를 소비하기만 하는 이른바 잠복 혹은 무임승차 경향도 많이 나타난다.

  서구 사회에서는 침묵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대화하는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 행위라고 여긴다. 서구인들은 자신의 주변에서 늘 소통하기를 원한다. 그렇기에 침묵을 기호의 부재나 경멸, 게으름, 분노, 이해 부족, 무능력 등 좋지 않게 바라본다. 반대로 아시아인들은 침묵을 대화의 한 부분으로 여긴다. 특히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유교적 사상의 영향으로 말을 아끼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말을 아끼는 문화는 언어보다 비언어적 수단 즉, 주변 상황을 통해 의미를 이해 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와 문화 교류가 많은 일본의 경우에도 침묵은 일부 일본인에게 중요한 덕목이다. 그렇기에 소수의 일본인들의 대화에서는 종종 긴 침묵의 시간을 통해 다른 사람의 느낌과 생각을 감지하게 한다는 특징이 있다.

  일상생활을 할 때 우리는 타인에게 부정적인 발언을 하지 않고 통제하여 대인 관계 악화를 피하고자 한다. 그렇기에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거나 다른 의견을 제시할 때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간접적으로 돌려 말함으로써 불편한 상황을 최소화하려 한다. 이러한 행위를 자가 통제라고 한다. 자가 통제는 자기 스스로 감정과 생각을 조절하여 자기 행동을 결정하려는 경향이다. 침묵 또한 자가 통제의 정도가 높아지면서 행동의 제약성으로 인해 의견표현을 억제하려는 체념적, 방어적, 친사회적인 행동이다.

 침묵이 말하는 것보다 더 좋을 때도 있다. 그러나 침묵과 말을 적절히 사용 해야한다.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점점 타인과 함께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침묵하며 상대방의 말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만 말고 자신의 의견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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