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딜 가든 ‘MZ 세대’라는 단어가 쉽게 들려온다. 뉴스, 예능, 심지어 강의실에서까지 온통 MZ 세대 이야기가 자리를 꿰차고 있다. 자기중심적이라고 여겨지는 특성을 풍자하거나, 기성세대와 차별화된 취향을 분석 하는 등 내용도 다양하다. 또, 많은 사업이나 정책 준비 과정에서 MZ 세대의 여론에 주목하려는 모습 역시 자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마냥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MZ 세대라는 분류법 자체가 가진 많은 허점 때문이다.
현재 MZ 세대로 묶고 있는 연령대의 범위는 매우 넓다. MZ 세대는 1980년대 초반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M 세대)부터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 세대를 통칭한다. 즉, 10대 에서부터 40대까지를 단일한 세대로 본다는 의미다. 이는 정작 MZ 세대에 속한 당사자에게마저 공감받지 못하는 상황을 발생시킨다. 실제로 작년 2월에 한국리서치에서 진행한 세대 구분 인식 조사에 의하면, M 세대와 Z 세대를 하 나로 묶어 지칭하는 것에 대해 Z 세대 의 61%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광범위한 포괄의 문제 말고도 나이만으로 개개인을 묶는 정의 방식도 과도한 일반화라는 문제가 뒤따른다. 비슷한 나이의 사람이라도 자라온 환경과 관심사, 처한 상황 등 많은 부분에서 전혀 다른 경험을 가진다. 이들을 연령이라는 요소 하나에 환원시키는 세대 분류법은 적절하지 않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사회학과 필립 코헨 교수는 세대를 구분하는 행위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는 사실이라 밝혔다. 더불어 세대 구분이 대중에게 잘못된 고정관념을 심고 사회과학 연구를 방해 하는 요인 중 하나라 전했다.
MZ라는 단어가 정말 세대 구성원을 아우르며 발화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지난 16일, 근로 시간 제도 개편 방향을 토론하기 위해 열린 국회 의원회관에서 명문대 출신의 대기업 및 공기업 사무직 사원으로만 구성된 ‘MZ 노조’의 목소리만이 MZ 전체의 의견으로 공론화 됐다. 또한, 높은 소득과 구매력을 갖춘 일부가 언론과 기업으로부터 대표성을 부여받는 현상도 보였다. 이러한 사례들을 보며 MZ라는 단어가 특정 이들의 이해관계에 맞는 의견을 부각하기 위한 편리한 표현이 되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생긴다. 또, MZ 세대에 속하기 위해선 연령 말고도 더 많은 조건에 부합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개개인을 단어로써 묶는 일은 대상을 이해하겠다는 맥락에서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MZ 세대가 호명되는 모습은 그런 점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들을 납작하게 정의하고, 타자화하는 형태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MZ 세대의 뒤를 이을 ‘알파 세대’를 조명하려 하고 있다. 정말 동료 시민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번잡한 조어에 집착하기보다는 더 섬세한 소통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