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빨리 가다가는 죽을 만큼 뛰다가는 아 사뿐히 지나가는 예쁜 고양이 한 마리도 못 보고 지나치겠네’ 2009년에 발매된 장기하 ‘느리게 걷자’ 중 한 소절이다. 언젠가부터 참 바쁘게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이기 때문에 대학 커리큘럼을 따라가며 동시에 생활을 유지하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거나 이루기 위해서 생각보다 많은 양의 힘도 소모한다.
사실 인간이 바쁘게 살지 않는다는 것이 썩 좋은 일은 아니다. 삶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행동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너무나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꽤 오래전 시작된 힐링 열풍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6월 6일, 친구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1주일 동안 연락이 안 되고 있었는데 연락이 끊긴 그날 사고를 당했던 것이었다. 소식을 듣자마자 그 친구와의 마지막 대화가 떠올랐다. 그때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요새 뭐가 이리 바쁘노. 어째 맨날 바쁜 것 같다. 뭐만 하면 날 찾아.” 그 말을 들은 게 친구가 사고를 당하기 바로전날이었다.
나는 친구로부터 연락이 끊겼을 때, 처음엔 단순히 바빠서 연락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휴대폰이 고장났겠지하고 지나쳤다. 일주일쯤 지나서야 그 친구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 나는 생활하면서 여유 시간은 있어도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를 가지는 습관은 없었다.
일상의 여유는 억지로 만들어내는 시간이 아니다. 시간을 방학 계획표 만들듯이 쪼개어 만들어 내는 여유는 결국 여유시간에 무엇을 할지 고착화해버린다. 예를 들어 일정을 끝내고 집에 들어오면 항상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시청하는 생활 패턴처럼 말이다. 자신이 여유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일주일에 몇 번이나 그러는지 생각해 보면 몇몇 행동들은 일상이 되어 의무적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렇다면 그런 행동들은 과연 여유를 즐기는 행동들일까에 대해 의문이 든다.
여유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목적지를 향해 길을 걸어갈 때, 굳이 발걸음을 늦추지 않아도 주변을 둘러보며 가는 여유는 있다. 심지어 일하다 잠시 딴생각을 하는 것도 여유의 일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많은 사람이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묶여 이러한 자연스러운 여유들을 미처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당신이 매일 같이 걸어가는 길은 사실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등교나 출근이라는 목적에 가려서 안보였을 뿐. 당신이 의무적으로 침대에 눕는 밤은 사실 조용하게 많은 것을 떠올릴 수 있는 조명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디스플레이의 빛에 가려서 안보였을 뿐.
강동극(사회학과·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