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미스트롯과 올해 미스터트롯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트로트 열풍이 시작되었다. 과거 트로트를 즐기는 연령대가 높았지만, 요즘은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두루 즐겨듣는다. 트로트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생기고 히트곡이 음악 사이트 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인기가 날로 치솟는다. 화제의 중심 트로트에 대해 알아보자. / 문화부
트로트는 영어로 ‘빠르게 걷다’ 등을 뜻한다. 4분의 4박자를 기본으로 중독성 강한 멜로디를 사용한다. 트로트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 당시 일제의 잔재라는 비판 때문에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트로트는 1960년부터 대중음악이 되면서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트로트 역사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 시대별로 알아보는 트로트 역사
1960년대에서 1970년대는 트로트 시대 시작이다. 신인이었던 남진과 나훈아가 국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우리나라 가요계를 점령했다. 하지만 둘의 스타일은 정반대였다. 남진은 빠른 템포의 신나는 스타일 곡을 주로 했다면, 나훈아는 정통 트로트를 선호하였다. 트로트는 이처럼 정통과 그 외의 스타일로 세분화 되었다. 1970년 말엔 조용필, 김연자가 활동하며 트로트 음악 장르가 다양해졌다.
1990년대는 트로트의 암흑기였다. 태진아, 설운도, 송대관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가수들이 대거 등장했지만, 댄스 힙합 그룹이 나오면서 트로트는 점점 잊히기 시작했다. 음악 프로그램의 주 시청자인 젊은 층이 힙합 그룹에 열광하게 되었고, 트로트는 자연스럽게 쇠퇴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장윤정의 ‘어머나’, 홍진영의 ‘사랑의 밧데리’ 등이 큰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지만 그런데도 중장년층이 선호한다는 편견을 깨지 못했다.
* 트로트 열풍 속으로
작년에 방영한 미스트롯은 시청률이 18%가 넘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여성들이 출연하여 맛깔나게 트로트를 불러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를 통해 중장년층, 젊은 층 너나 할 것 없이 트로트의 진정한 매력을 느꼈다. 또한, 트로트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감상하며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장르가 되었다. 시즌2인 미스터트롯이 방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시즌1이 히트 친 만큼 시즌2인 미스터트롯에 기대했다. 미스터트롯은 많은 관심과 사랑에 힘입어 최고 시청률 35.7% 기록하면서 트로트 열풍을 가중시켰다. 미스터트롯에 경연곡이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음악차트 100위안에 머무르면서 대세를 입증했다. 미스터트롯이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이 편성되기 시작했다.
SBS는 <트롯신이 떴다>를 편성했다. 처음 SBS <트롯신이 떴다> 제작 소식이 알려졌을 때, 일부 시청자들 반응이 마냥 좋진 않았다. 남진, 설운도, 주현미 등 인기 트로트 가수들이 베트남 공연을 다룬 신선함보다 기존 예능인 익숙함이 먼저 떠올라 진부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방영 이래 <트롯신이 떴다>는 기대 이상 선전을 펼치면서 한 달 만에 수요일 밤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해외공연이라는 큰 줄기 중심에 두면서도 트로트 가수를 주인공 삼은 여행, 관찰, 토크 예능 요소 등 매회 적절히 배치했다. 다양한 형식과 예능을 적절히 버무린 트롯신이지만 프로그램 핵심이 되는 장면은 공연이다. 각종 행사들을 경험한 가수이지만 트로트와 관련 없는 외국 길거리 공연은 그들에게도 큰 부담이 되었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현지 관객들도 흥겨운 멜로디에 심취하면서 라이브밴드와 함께 멋진 음악을 들려준 트로트 가수들에게 박수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그들을 바라보며 울컥하는 가수들 모습은 가볍게 흘려듣기만 했던 정통 트로트의 위대한 힘을 느끼게 해준다.
* 방송편성변화 및 k-트로트 타국 시선은 어떨까?
트로트 업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역 방송사 전용 소재였던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을 각 지상파 방송사가 앞다투어 제작하기 시작했다. 지금 준비 중인 프로그램도 여럿이다. 종편 프로그램이 틈새 전략으로 선택해 뜻밖에 인기를 끌어 지상파도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또한, 트로트는 각종 음원사이트에 상위권으로 진입하며 고루 자리 잡았다.
우리 국민이 사랑하는 트로트는 타국에서도 통할까 궁금증은 높아졌다. 트롯신 프로그램은 외국에서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 없는 k-트로트를 펼쳤다. 현지인과 외국 관광객들은 큰 호응을 보이며 관심 갖고 가수들 노래에 맞추어 손뼉을 치고 즐거워한다. 외국인들에게 생소한 장르이지만 생각보다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트로트는 이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존재한다. 존재하는 건 드러날 때, 빛을 발한다. 그동안 우리 대중문화 속에 잠재되어 있었다. 드디어 때를 만나 전면에 드러났을 뿐이다. 트로트 열풍에서 우리 고유한 장르가 이제야 제자리를 찾았다. 이처럼 트로트 열풍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낸다. 앞으로 우리나라에 트로트가 어떤 영향을 더 끼쳐 위상이 높아질지 지켜볼 만하다.
강화영·김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