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지역 인물(12)-우수의 황제, 화인(花人) 김수돈 시인(1917~1966)
이달의 지역 인물(12)-우수의 황제, 화인(花人) 김수돈 시인(1917~1966)
  • 언론출판원
  • 승인 2020.01.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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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수돈
시인 김수돈

  김수돈(金洙敦)(1917~1966)은 1917년 3월 21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204번지에서 태어났다. 1931년 일본으로 건너가 나고야중학교를 졸업하고 귀국하여 3년간 창신학교 교사를 지냈다. 이후 다시 도일하여 니혼대학 고등사범부를 다녔으나 가난으로 중퇴했다. 해방 후 경남여자중학교, 동래중학교, 진해고등학교, 마산 제일여자중학교에 재직했으며 경남대학교 강사를 지냈다.
  김수돈의 시적 재능은 일제의 탄압으로 한국문학이 암흑기로 접어들던 시기에 빛을 발했다. 1939년 정지용의 추천으로 『문장(文章)』 5월호에 시 「소연가」, 「고향」을 발표했고, 10월호에 「동면」, 「낙타」로 추천이 완료되어 등단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듬해 우리말글 사용이 금지되고 『문장』지가 폐간됨으로써 작품 발표의 장을 잃게 되었다.
  해방 후 김수돈은 ‘마산문화동맹’에 합류하여 지역의 문화운동에 힘썼고, 김춘수, 조향과 더불어 ‘낭만파’ 동인으로 활동했다. 1947년 첫 시집 『소연가』를 내었고 1953년 두 번째 시집 『우수의 황제』를 내었다. 이후에도 『현대문학』, 『문학예술』을 비롯한 주요 지면에 작품을 활발하게 발표했다. 그 밖에 번역에도 힘써 김춘수와 함께 릴케 시집 『동경』을 출판했고 『모팟상 단편집』, 『톨스토이』를 펴내기도 했다.
  김수돈은 시와 연극, 회화, 음악 등에 두루 타고난 재능을 지닌 예술가로서 지역의 문화예술 전반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특히 연극 연출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여 「청춘기」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들을 연출했고, ‘극예술연구회’를 창립하며 마산, 부산 지역의 연극 발전을 이끌었다.
  시인으로 또 연극인으로 지역 문화운동에 헌신했던 김수돈은 1966년 7월 4일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나 무학산 자락에 묻혔다. 1973년 문우들과 제자들이 힘을 모아 산호공원에 시비를 세웠다.

  탐미와 관능의 낭만주의 시학

시집 『소연가』와 『우수의 황제』
시집 『소연가』와 『우수의 황제』

  김수돈은 꽃과 술과 여인을 절절히 사랑한 낭만적 시인이다. 일제 말기와 해방기, 전쟁기로 이어지는 어둡고 혼란스러운 길에서 그의 삶을 이끌어 간 것은 순정한 시와 깊은 우수와 방만한 취기와 열정적인 사랑이었다. 이러한 삶의 우수와 낭만성은 그의 초기 작품에서부터 후기 작품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꽃과 여인의 이미지로 드러난다.
  김수돈은 ‘화인(花人)’이라는 아호 그대로 남달리 꽃을 사랑한 시인이다. 그가 남겨놓은 거의 모든 시에 은은한 꽃향기가 감돌고 있다. 그는 실제 생활에서도 꽃을 다루는 재주가 특별나서, 화병에 꽂을 꽂아놓으면 그대로 예술적 향취를 풍겨 뭇 사람들을 감탄시켰다고 전해진다.
  시인에게 있어 꽃은 여인의 상징이다. 시인은 꽃의 모습에서 여인을 보고, 여인에게서 꽃향기를 맡는다. 이별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그리움이 깊으면 깊을수록 향기는 더욱 가슴에 사무쳐 시인을 잠 못 들게 한다. 그럴 때마다 시인은 지독한 술로 외로움을 달래거나, 꽃을 잃은 벌처럼 세상을 방황하고 살았다.
  그의 시심 깊은 곳엔 늘 고독한 정서가 들끓고 있고, 마르지 않는 눈물의 샘이 있다. 그는 시에서 굳이 삶의 센티멘털한 심경을 절제하려 들지 않았다. 그렇게 시와 정서의 거리가 너무 가까운 것이 문학적 성취에선 한계가 되었지만, 그는 불안하고 우울한 시대의 한가운데에 아름답고 관능적인 한 다발 낭만의 꽃을 던져 놓았다.
  암울한 세상을 술로 달래며 수많은 일탈의 이야기를 남기고 간 시인의 삶에는 여러 견해들이 따를 일이지만, 꽃과 여인과 새로운 세계를 동경하며 탐미적이고 관능적인 낭만주의의 세계를 추구해 간 문학 혼은 그가 남긴 시집의 제목처럼 ‘우수의 황제’ 그대로다.

 

소연가(召燕歌)

꽃 향(香)이 밤그늘의 품에 안겨
끝이 없는 넓은 지역을
돌고 돌며 펼쳐와
슬픔이 남아 있는 먼 추억을 건드리면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만다.

새 주둥이 같은 입술이
빨간 열매를 쫓으려던 유혹에
너도 여인이므로
타박타박 고개 숙인 채 걸어간 것을

지금은 다시 돌아오렴
열린 창 앞을 쫓는 제비같이
너도 나를 찾아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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