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은 온갖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소리는 당연히 나야 하는 곳에서도 들리지만, 들리지 않아야 하는 곳에서도 울린다. 이 소리 중에는 학우, 교직원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소음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과연 그 소음 중 몇몇 개는 이게 정말 소음 인가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든다. 우리 대학에서 꼭 필요한 소리를 알아본다. / 대학부
소리, 물체의 진동 때문에 생긴 음파가 귀청을 울리어 귀에 들리는 것이다. 소음은 그런 소리에 포함되며 불규칙하게 뒤섞여 불쾌하고 시끄러운 소리를 뜻한다. 우리 대학은 곳곳에서 소리와 소음이 생겨난다. 시계 초침 소리, 자동차 경적, 강의 소리, 행사 소리, 공사 드릴 소리 등 갖가지 소리가 스쳐 지나간다.
학우들은 이런 소리를 듣고 듣기 좋은 소리와 듣기 싫은 소리로 나누곤 한다. 듣기 싫은 소리, 즉 우리 대학에서 발생하는 소음에는 질문하는 소리, 축제 및 행사 소리, 한마관 피아노 소리, 춤추는 소리, 공사 소리, 군사학과 아침 구보 소리 등이 있다. 하지만 이를 과연 소음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다. 분명 시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 대학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 소음이라고 생각할까
소음은 청력을 저하하게 만들고 자기 일에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든다. 신체적, 정신적 모두 피해를 받는다. 환경소음기준에 따르면 소리가 40dB 이하일 때는 인체에 별 이상이 없으나 60dB을 넘으면 독서에 집중이 안 된다. 100dB 이상이 되면 입맛이 없는 등 인체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며 140dB 이상일 때는 고막이 찢어질 정도의 고통과 통증을 느끼게 된다. 물론 사람 신체에 따라 개인차가 있을 수는 있으나 대체로 그렇다.
기본적으로 어떤 소리로 인해 집중되지 않거나 인체에 변화가 일어나거나 귀에 통증을 느끼면 그 소리를 소음이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적정 데시벨을 넘어가더라도 어떤 장소에서는 그 소리가 꼭 일어나야 할 때도 있다. 앞으로 설명할 예시가 바로 그러하다.
질문 소리, 강의 시간을 늘리는 주범?
“교수님 질문 있습니다.” 꼭 교수가 다음 분야로 넘어갈 때, 강의 마치기 3분 전에 질문을 하는 학우가 있다. 그런 학우를 보며 내심 흘깃 쳐다보게 되고 배려가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질문이 빨리 끝나야 하는데 언제 끝날지 원망스럽기만 하다.
분명 질문은 강의 중 적합한 태도이며 열심히 강의를 들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는 질문 소리가 소음이 아니란 걸 아주 잘 안다. 하지만 강의 도중 질문하기가 쉬운 행동은 아니다. 질문하는 순간 적게는 수십 개의 눈과 많게는 수백 개의 눈이 동시에 집중되고 대부분 원망의 눈길을 보내온다. 따가운 눈길에 등이 뜨거워져 용기를 냈다가도 손을 다시 내리게 된다.
학우들이 질문을 소음으로 여기는 가장 큰 원인은 적절 데시벨을 넘겼기 때문이 아니다. 다른 소음들과는 달리 질문 소리는 심리적 원인 때문에 소음으로 인식한다. 빨리 강의를 끝내고픈 마음, 별로 궁금하지 않은 마음, 진도를 빨리 빼고 싶은 마음 등이 뭉쳐 그런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질문은 오히려 강의에 필요한 부분이다. 질문함으로써 부족했던 설명이 보완되며 몰랐던 사실 역시 깨우치게 된다. 교수 역시 질문을 들음으로써 학우가 열의를 지녔다는 걸 깨닫고 더욱더 열띤 강의를 펼친다. 윈윈전략(win-win strategy)과 다름없다. 소음이라면 절대 이런 결과를 불러오지 않았을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음악 소리
매년 행사 기간이 되면 한마관 복도와 거울 앞은 음악에 들썩이는 학우들로 북적인다. 음악을 있는 대로 크게 틀어놓고 박자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신입생 OT, MT, 축제, 동아리 행사 등 공연을 나가기 때문이다. 이를 대비해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소리가 너무 커서 눈살이 찌푸려지고 귀가 아프다. 심지어 머리까지 지끈거린다. 공연 참가자가 아닌 한마관을 이용하는 학우, 교직원들이 그 노래 가사를 전부 외울 정도로 많이 들린다.
“저희도 신경 쓰이긴 해요. 하지만 다 같이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아요. 소리를 또 줄이면 다른 소리 때문에 묻혀서 잘 들리지도 않고요. 저희도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 한마관 1층 거울 앞에서 한창 춤 연습을 하던 A 학우는 막막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다른 소리 때문에 소리를 더 키우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으며 연습 공간이 마땅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한마관에는 거울이 있어 동작 하나하나를 체크하기 편리하다. 학우들은 한마관을 포기할 수 없는 실정이다.
행사가 진행될 때도 문제다. 음악 소리와 학우들 함성이 워낙 커서 가까운 건물은 강의 시간에 불편함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연습이 끝나면 찾아오는 행사를 보며 학우들은 즐기고 신이 난다. 이런 행사들은 대학에서 없어서는 안 될 행사다. 행사를 100% 만족하고 잘 마무리하려면 공연하는 학우들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당장은 불편해도 금세 모두의 행복으로 바뀔 수 있는 음악 소리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공연 준비하는 소리 외에도 한마관 로비는 음악에 관한 소음 민원이 넘쳐난다. 바로 피아노 때문이다. 시시때때로 학우들은 피아노를 연주하곤 한다. 결국 피아노 음량을 줄이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피아노 소리는 크게 들린다. 1층에서 연주하면 최소 3층까지 들린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연주 소리를 1층~3층 사람들 모두가 듣고 있어야만 한다.
불편함을 줄이고자 학생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로 피아노 이용 시간을 정해두었다. 민원이 들어온다고 해서 피아노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정해진 시간 안에서 연주한다면 아무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한마관 피아노 연주는 학우들에게 때론 웃음과 때론 감동을 전해준다. 못 치면 못 치는 대로 잘 치면 잘 치는 대로 연주하면 된다. 우리 대학 모든 학우가 누릴 수 있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아침을 깨우는 공사 소리와 구보 소리
최근 한 달간 제2 한마생활관 관생들은 알람 소리 대신 공사 소리로 아침을 맞이했다. 4월 11일에 마무리된 외벽 수리 공사 때문이었다. 돌이 부서지고 쇠가 부딪히는 소리에 관생들은 예민해졌다. 하지만 이는 관생들을 위한 공사였다.
보통 공사는 방학 때 이루어지지만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건물 점검 당시, 뒤틀린 곳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방치하면 붕괴까지 이어질 위험이 있었다. 관생들이 불편해하겠다는 예상은 했지만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한마생활관 측은 큰 결단을 내렸다. 대신 최대한 일찍 공사를 마무리 했고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로 공사 시간에 제한을 두어 관생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했다. 현재 제2 한마생활관 외벽은 깔끔하고 튼튼하게 수리가 완료되었다. 시끄러웠던 대신 관생들은 안전한 보금자리를 되찾았다.
공사 소리 외에도 관생들을 깨우는 소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군사학과생들의 구보 소리다. 이들은 새벽 6시 20분에 집합해서 구보를 하곤 한다. 발맞춰 뛰고 동시에 외치는 말로 인해 간혹 잠에 깨는 관생들이 있다. 어설프게 깨서 다시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관생들의 불만은 이만저만 거센 것이 아니다. 하지만 구보는 군사학과 학우들이 의도적으로 관생들을 깨우고자 한 행동이 아니다. 구보는 군사학과 학우들의 훈련 과정으로 꼭 필요한 일정이다. 학우들이 전공 강의를 듣는 것과 다를 게 없는 행동이다. 관생들의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렇듯 학우들이 소음이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잘 살펴보면 우리 대학에서 꼭 필요한 소리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정말 듣기 싫은 소음도 발생한다. 강의 중 떠드는 소리, 지나가는 차에서 나는 음악 소리, 밤늦게 떠드는 소리 등이 해당한다.
강의 도중 자신은 옆 사람에게 속삭이듯 말해서 안 들린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학우들에게는 매우 크게 들려온다. 교수 말이 잘 들리지 않고 집중도가 떨어져 크게 지장을 받는다. 강의는 대학을 다니는 목적이자 학점과 가장 크게 직결된다. 그런 강의를 주위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떠드는 행위는 정말 듣기 싫은 소음이다. 차 음악 소리 역시 소음이나 다름없다. 이런 차들은 특별한 행사가 열리지 않는데 대학 곳곳을 달리며 창문을 활짝 열고 음악 볼륨을 키운다. 차가 지나가기 100m 전부터 학우들은 이미 귀를 두 손으로 틀어막는다. 틀어막아도 한동안 귓속에서 계속 맴돈다. 또한, 밤늦게 울려 퍼지는 소리는 학우들을 제일 예민하게 만든다. 술을 마시고 부르는 노랫소리, 고함, 전화 소리 등 안 그래도 적막한 새벽에는 그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특히 기숙사처럼 공동으로 생활하는 곳에서는 더 조심해야 한다. 말 그대로 공동생활 구역이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에서 꼭 필요한 소리, 듣기 좋은 소리, 듣기 싫은 소음 모두 대학 구성원들의 배려와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대학 구성원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아낀다면 소음에 대한 불만은 줄어들어 언젠가 듣기 좋은 소리만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꼭 필요한 소리로 이해한다면 듣기 좋은 소리로 바뀔 테고 듣기 싫은 소음은 의식해서 줄여나가면 된다. 우리 대학 안에서 듣기 좋은 소리만 울려 퍼질 그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