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의 특성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휴학상담을 하게 되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휴학을 하는 많은 저학년 학생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럴 때면, 가산점과 영어 등 기본적인 대비상황에 대해서 묻습니다. 그 대비가 소홀한 상태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경우는 합격의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우선은 학교를 다니면서 ‘시험준비를 위한 준비’를 하라고 권합니다. 준비를 위한 준비라니 좀 웃기기는 합니다. 덧붙여 저는 항상 이렇게 물어봅니다.
‘왜 공무원이 되고 싶어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겠다고 휴학원서까지 들고 왔음에도 이 질문은 학생들을 당혹하게 하나 봅니다. 분명한 생각을 가진 학생도 없지는 않지만, 대개 머뭇거리며 대답할 거리를 찾으니까요. 이어서 나오는 대답은 어렸을 때부터 되고 싶었다거나 집에서 하라고 한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작 공무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무엇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있습니다.
이 질문은 하는 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공무원시험준비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실제로 합격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공무원시험준비는 그 힘든 과정을 이겨나갈 수 있는 정신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학생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지 않고 세상의 시선에 따라, 때로는 주입당하고 강요받은 일에 무턱대고 덤벼드는 것이 안타까워서입니다. 물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있는 호락호락한 세상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무언가에 도전하기 전에, 특히 그것이 인생의 큰 부분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면, 우선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저는 이것이야말로 20대 초반이라는 인생에서 제일 빛나고 찬란한 시기를 보내는 이들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좀 더 온전히 누리고 이행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대학생인 여러분은 그래도 되고 또 그래야 합니다. 어쩌면 그러라고 있는 대학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성헌(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