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5월 달력을 보면 눈에 띄는 날이 많다.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 20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 우린 그 모든 의미를 품은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감사를 표하는 따뜻한 5월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의미 있는 날이 많은 5월이지만, 우리는 대부분 모르고 지나친다. 달력 속 공휴일로 지정된 어린이날과는 달리 조그만 글자가 전부인 다른 날들. 그중 누군가의 자식이라면 잊어서는 안 되는 어버이날, 우리는 무엇으로 부모님께 감사를 표현하고 있나?
미국 ‘어머니날’에서 출발한 세계 어버이날은 전쟁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숭고한 정신에서 기원했다. 미국에서 들여온 이 문화를 169개국에서 기념일로 지정하고 챙긴다. 우리나라는 1956년 국무회의 결정에 따라 국가적으로 ‘어머니날’을 지키게 되었다. 당시 한국전쟁 이후 어머니들이 양육은 물론 생업에도 책임이 무거워졌기 때문에 이를 위로하고 기리기 위해 어머니날을 만들었다. 매년 어머니날을 챙기다가 1973년에 '어버이날'로 바꾸어 지정하였다. 어버이날은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부모님께 감사를 표현하라는 의미로 5월 8일로 정했다.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대부분 어린이집에서 카네이션을 만든다. 아이들은 조그만 손으로 조물조물 만든 카네이션을 만들어 부모님께 가져간다. 그리고 선생님께 배운 대로 부모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린다. 아이는 덧붙여 부모님께 말한다.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린 자식이 의미도 모르고 내뱉은 한마디로 가슴 찡하기도 했던 부모님이지만, 추억으로만 남겨야 했다. 훌쩍 커버린 자식들에게 어버이날은 뜻깊은 날이 아닌 지나가는 5월의 한 부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햄스터가 쉴 새 없이 쳇바퀴를 돌 듯 자식들은 바쁜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취업 준비생은 취업으로, 직장인은 사회 적응으로 각자 개인의 삶에 최선을 다한다. 바쁜 삶을 사는 그들에게 어버이날을 챙기지 못하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여유가 없는 자식은 다음을 기약하고, 정신이 없는 자식은 모르고 지나친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지나치는 어버이날은 한두 해가 아니다. 어릴 때 꼼지락거리면서 만들었던 카네이션 의의는 잊힌 지 오래다.
쉼 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5월은 가정을 챙기라고 우리에게 말해준다. 달력 속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가슴 따뜻한 단어들이 줄지어 적혔다. 자식의 전화 한 통에도 감동할 부모님이다. 큰 선물이 아닌 소소한 챙김만으로 감동을 할 분들이다. 그 점을 알고도 실천하지 않는 이유가 ‘바쁨’은 아니어야 한다. 진정 부모님께 효(孝)를 표현하고자 할 때 그들은 없을 가능성이 더 크다. 효도하지 못한 지난날을 후회하기 전에 전화기를 들고 어린 그 시절로 돌아가 보자.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한마디 말이 부모님께 큰 기쁨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잊어버린 카네이션의 의미를 되찾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