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일. 막연히 멀게만 느껴졌던 나에게 대학 첫 개강 날이 다가왔다. 새롭고 낯선 공간과 사람들. 입학 전부터 적응할 수 있을지, 아싸가 되는 건 아닐지 대인관계를 그렇게도 걱정하며 밤잠을 설쳤다.
낯가림이 유독 심한 나였지만, 적응하기 어렵진 않았다. 입학하기 전부터 유독 친절하게 대해주던 집행부 선배들과 동기들 때문이었다. 입학 전 내심 걱정하던 군기 문제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되려 “우리 학과는 역군기지. 새내기가 최고 아니야?”라며 세심하게 신경 써주었다. 교수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두 열띤 강의를 해주셨으며 학우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보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행복한 대학 생활이다. 나 역시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런 나에게 친한 선배들은 사람을 조심하라며 입을 모았다. “대학에 들어가면 세상에 어디 숨어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상한 사람이 많아.” 처음엔 믿지 않았다. 내가 여태 만난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내 착각이었다. 첫 조별과제가 시작된 그 날, 달리는 자동차에 슬쩍 올라타는 것도 모자라 브레이크까지 밟는 사람을 보았다. 집에 갔다 온다는 핑계로 불참하고, 할 줄 모른다는 핑계로 무장하며 애인이 구해준 주제에 어긋난 자료 한 장을 제출했다. 조장 선배들이 아니었으면 그 사람은 무조건 F였다. “나였으면 네 이름 뺐어.” 성적을 자랑하기에 창피한 줄 알라며 말을 내뱉었다. 지금 와서 후회하지만, 더 심한 소리를 해야 했다. 그 사람은 여전히 무임승차 중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고 시절 말 때문에 큰 피해를 보았다. 여기선 이 얘기, 저기선 저 얘기를 하며 가식을 보이는 동창들이 거북해서 참 많이도 싸웠다. 대학 와서는 그런 사람이 없겠지 생각했지만,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았다. 자신의 편을 만들려 초면부터 뒷말을 하고 얻지 못할 권력욕에 취해 그 권력을 가진 사람을 고립시키려 말을 지어내는 사람도 있었다. 나중에 다른 사람과 대화하다 앞뒤가 맞지 않아서 근원을 찾아보면 늘 그 사람이 시초였다. 화가 나서 따지면 그 사람은 늘 모르쇠로 일관했다. “내가 언제? 너 참 힘들었겠다.” 참 뻔뻔한 행동이었다. 기억 안 난다고 말하는 것도 모자라 위로랍시고 손을 내미는데 속이 뒤집히는 줄만 알았다.
이외에도 참 많은 인연이 스쳐 지나갔다. 손버릇이 안 좋은 사람, 내로남불 논리를 펼치는 사람, 자기애가 넘쳐 타인은 무시하는 사람 등 온통 이상한 사람 천지였다. 우리 학과 교수님들이 들으면 경악할 소리지만, 엄마 친구분이 봐준 사주 얘기가 절로 떠올랐다. “경남대? 사람들 때문에 많이 힘들 거야.” 내 대학 생활의 예고편이었다.
첫인상이 별로였다면 피해야 한다. 물론 아닌 예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첫인상이 맞아 떨어진다. 괜히 뇌에서 경고를 보내는 게 아니다. 지금 내 주위에는 자랑하고픈 지인들이 많지만, 모두에게 대인관계의 악 기능을 한 번쯤은 말해주고 싶었다. 세상은 너무나도 사이좋게 지내는 걸 강조하기 때문이다. 사람 때문에 피해 보질 않길 간절히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