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은 문구류 7종의 색 이름을 변경했다. 문구류 7종은 색종이, 크레용 및 크레파스, 그림물감, 분필, 색연필, 마킹펜, 샤프 연필에 사용되는 심을 뜻한다. 국표원은 문구류 7종 중, 456개의 색에서 듣고 쉽게 유추하기 어렵거나 실제 색과 다른 이름을 가진 172개 색을 변경했다.
● 색이름, 사회적 흐름을 반영하다
색이름에 대한 논란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며, 국제화가 활발히 진행됐다. 국가 인권위원회는 “크레파스 색깔 가운데 특정 색을 살색이라고 표현하는 건 인종차별이다,”라며 색이름 수정을 건의했다. 이후 국표원 KS 표준상 색상 명칭을 살색에서 연주황으로 수정했다. 연주황은 연한 주황색을 뜻하는 한자어다. 하지만 연주황 역시 어린아이들에게 어려운 한자어라며 살구색으로 교체됐다.
최근 사회는 양성평등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에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과 같은 성적 고정관념을 벗어나자는 운동도 활발하다. 이를 토대로 색상과 사회 분위기와도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어떤 색깔이 새 이름을 얻었을까?
‘카나리아색은 뭐지?’, ‘대자색은 뭘까?’ 이름만 보아서는 도무지 어떠한 색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앞서 말한 카나리아색, 대자색 등은 많은 학생이 사용하는 문구류 색이름이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닌 이상 단번에 색을 알아차리긴 힘들다. 또한, 색의 이름과 실제 색깔 사이에서 혼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색은 진갈색이다. 대다수가 진갈색은 갈색보다 진한 것으로 유추한다. 막상 진갈색을 종이에 색칠해보면 갈색보다 밝다. 이에 국표원은 기존의 진갈색에서 밝은 갈색으로 교체했다. 전보다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다.
그렇다면 기존의 어떤 색이 명료하게 바뀌었을까. ‘e-나라 표 준인증’ 홈페이지에 접속해 확인 가능하다. 몇 가지 소개하면, 이전의 카나리아색, 상아색, 크롬노랑색이 각각 레몬색, 연노랑색, 바나나색으로 이름이 바뀌어 색 연상이 쉬워졌다. 실제 색과 차이가 존재하던 진보라, 진녹색 역시 밝은 보라, 흐린 초록으로 변경됐다. 이외에도 여린 풀색은 청포도색, 흰색에서 하양색, 녹색이 초록색으로 새 이름을 얻었다.
우리 대학 미술교육과 박점영 교수는 “기존의 살색을 살구색으로 변경한 건 인권 문제를 포함해 세계인에 대한 아이들의 창의성을 높여준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카나리아색과 크롬노랑색이 각각 레몬색, 바나나색으로 바뀐 것만 보면 학생들이 쉽게 유추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바나나는 노랑색이라는 고정관념을 아이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