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피해자보다 범죄자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월영지] 피해자보다 범죄자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 정지인 기자
  • 승인 2023.09.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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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잔혹한 흉악 범죄로 많은 이들이 희생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범죄를 줄이기 위해 많은 제도와 조치를 취했으나, 완전한 근절은 이뤄지지 않으며 아직 우리 사회의 큰 숙제처럼 남아 있다. 특히 흉악 범죄의 피해자들은 사건에 대한 강한 트라우마가 남아 이후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범죄자의 보복이나 2차 가해에 대한 불안감 등 신적 피해 못지않게 정신적인 상처도 크게 입는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서는 사건 이후에 피해자들의 아픔보다 잔혹한 범죄자들에게 집중하며, 피해자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고 있어서 문제다.

  언론은 대부분의 강력범죄를 다룰 때 피해자가 아닌 범죄자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보낸다. 범행이 잔혹할수록, 가해자가 정상적이지 않을수록, 더 자극적인 문구로 보도한다. 지난 5월 부산에서 과외 애플리케이션으로 알게 된 또래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 훼손 및 유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후 초반 언론과 대중은 잔혹한 살해 방법과 치밀한 살인 계획에 모두 주목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해당 사건의 범인 정유정의 어릴 적 외롭고 불우하게 자란 삶이 크게 화제가 되며, 피해자 유가족들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가해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피해자는 더 깊숙이 숨었다. 가해자가 드러나면 날수록 피해자는 2차 가해에 쉽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범죄 사실이 많이 알려질수록 일상 회복은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실제로 전 남자친구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고 신고한 피해자에게 “연인인데, 왜 그렇게 당했나”라는 2차 가해의 시선으로 피해자를 힘들게 만든 사건도 있었다. 이렇듯 많은 범죄 피해자들은 수천만 원의 치료비를 충당하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동안 우리 사회에서 피해자의 아픔보다 가해자의 범행 동기나 잔혹한 범행 수법에 주목하고 있다.

  피해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범죄 발생 초기에 신변 보호 요청을 하면서부터 즉각적인 지원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현재 정부에서 지원하는 생계비나 주거 이전비 등의 피해자들을 위 한 지원금은 검찰청에서 집행하는 사례가 많기에 별도로 신청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범죄 피해자들이 모든 절차를 거치기에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존재할 것으 로 생각된다. 그렇기에 까다로운 절차를 간편하게 개편해 피해자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지원받을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피해자보다 가해자가 주목받는 현실,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흉악 범죄자들보다, 우리와 다름없는 삶을 살던 피해자들을 기억해야 한다. 피해자들도 누군가에게는 가장 소중한 가족이자 친구일 수 있다. 그들이 빠르게 아픔을 딛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오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더 이상 가해자들을 향한 스포트라이트로 피해자들이 더 아파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인식이 개선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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