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백(望百)’은 91세를 나타내는 말이다. 풀이하자면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라는 말이다. 예로부터 망백 잔치는 큰 잔치였다. 사람의 수명이 지금보다 짧았던 옛날에는 100세란 나이는 바라보는 일만으로 큰 잔치였다. 신라시대 때 나이 든 신하가 퇴직을 청할 때 왕이 지팡이와 등받이를 선물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것이 ‘청려장’인데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였다.
이 청려장이 조선시대에는 장수하는 노인의 상징이었다. 우리나라 정부는 1992년부터 세계 노인의 날인 10월 2일에 100세를 맞는 노인들에게 청려장을 선물했다. 2018년 100세가 된 할아버지 할머니 1,343명이 청려장을 받았다. 그 이후 코로나 때문에 이 행사는 중단된 것 같아 아쉽다. 2020년 8월 말 현재 우리나라 100세 이상 인구가 2만 1,411명으로 나온다. 남자가 5,203명, 여자가 1만 6,208명이다. 우리나라가 100세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는 통계다.
필자가 다닌 고교는 올해로 개교 101주년을 맞이했다. 100세를 ‘상수(上壽)’라 하는데, 학교의 역사가 상수를 지나왔다. 최근 동창회에서 모교의 역사에 맞춰 원로 동문을 모시는 망백회를 가졌는데 말석에 하객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행사 주인공으로 최고령 원로 동문 중 존경을 받는 두 분이 주인공으로 초대되었다. 그중 K 원로 동문은 올해 만 97세였다. 그 연세에도 현직 보험설계사로 45년째 근무하는 ‘평생직업 100세 시대 롤모델’로 선정된 분이었다.
후배들이 준비한 오찬 상을 받고, 만세무강을 빌며 정성껏 준비한 다양한 선물들이 전달됐다. 행사를 지켜보며 효가 상실되고 있는 요즘 세태에 의미가 깊었지만, 우리 가까이에 다가와 있는 100세 시대를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다.
고령화 시대에 만 60세로 정년을 맞는 현실은 사실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베이 붐 세대인, 한국전쟁 이후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는 올해로 모두 은퇴하는 셈이 된다. 한 해 출생아 수가 90만 명이 넘던 베이비 붐 세대는 한국의 발전을 이끌고 서서히 노인인구로 편입 중이다. 여기에 1960~1969년생의 86세대도 물러나는 중이다. 이들 모두 인구는 2022년 기준으로 1,400만 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1/4 수준이다.
필자 역시 베이비 붐 세대다. 이미 고령화로 접어든 부모와 MZ 세대 자식 사이에 ‘낀 세대’로 고민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직장에서 물러난 친구들이 여전히 일하거나, 일자리를 찾고 있다. 퇴임하면 보장되는 편안한 노후는 사실 불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100세 시대가 사람에게는 축복이지만, 준비가 되지 않으면 그 100세는 불행일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100세 노인으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있다. 1920년생이니 올해 103세이다. 그의 100세 인생이 정정한 것은 60 이후 살면서 받은 것을 나누고, 정신이 늙지 않기 위해 독서, 예술,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나보다 세상을 먼저 생각하라고 한다.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