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우륵과 경찰국장
[정일근의 발밤발밤] 우륵과 경찰국장
  • 언론출판원
  • 승인 2022.08.1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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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는 묘연한 나라다.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 ‘가락국기’에만 통사가 전하는 사라진 나라다. 비록 역사에 남아있지 않지만, 가야의 고고학적 실체는 우리 지역을 비롯해 곳곳에서 지금까지도 확인되고 있다.

  이긴 자의 기록인 역사는 가야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현존하는 유물과 유적은 가야의 존재를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시적인 비유를 빌려 말하자면 가야는 ‘어디에도 없고 어디든 있는 제국’이다. 아쉬운 것은 우리는 아직 이 제국으로 가는 정확한 패스워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가야에는 비운의 음악가가 있었다. 바로 ‘우륵(于勒)’이다. 우륵은 대가야 가실왕의 후원으로 가야의 정치적 통합을 꾀했던 악성(樂聖)이다. 우륵은 가야의 금(琴)인 ‘가야금’을 만들었다. 당시 신라는 가지지 못한 가야금을 만들었다. 우륵은 가실왕의 명으로 12 가야의 통합을 위해 12개의 가야금 곡을 지었다고 전한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는 가실왕이 가야금을 만들고 우륵은 가야금 곡을 지었다고 전한다. 이렇듯 소리로 가야를 통합하려 했던 이 두 사람은 가야가 신라에 패망하자 가야금과 12곡을 들고 신라로 망명하게 된다.

  아마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두 사람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나라를 망하게 한 나라인 신라로 투항하는 것은 ‘배신자’라는 손가락질을 당할 것이 뻔했다. 하지만 그 아픈 길을 가게 된 것은 가야금과 12곡을 후대에 전하려는 진실과 열정이 있었다고 나는 믿는다.

  결국 그들은 가야금을 통해 가야란 이름을 오늘에까지 전했다. 역사에서 사라졌지만, 가야금이란 악기를 통해 가야란 제국을 고스란히 전했다. 두 사람의 뜻을 이해한 왕이 신라에 있었다. 진흥왕이었다. 신하들은 가야금은 망한 나라의 악기고 음악이라고 반발했다. 진흥왕은 가야가 망한 것이 음악과는 무관하다며 우륵의 음악을 국가 대악(大樂)으로 삼아 신라의 음악을 화려하게 발전시켰다.

  최근 행안부가 경찰국을 신설하면서 경찰 권력을 통제 감독하겠다는 일로 세간에는 말이 많다. 신임 경찰국장에 임명된 자에 대해 ‘밀정’ 출신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성균관대 민주동문회 등 6개 단체는 ‘신임 경찰국장이 노동운동 동료들을 밀고하고 밀정으로 경찰에 특채됐다’라며 ‘경찰국장 사퇴’를 요구했다. 경찰국장은 이런 주장은 억측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 의혹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나는 이 사건을 보며 우륵과 가야금을 생각한다. 우륵이 가야금을 들고 신라에 투항할 때 그가 가졌던 고뇌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무릇 대의가 아니면 역사나 정의가 될 수 없는 법이다. 

  신임 경찰국장에게 경찰의 특채에 응하게 된 시대적 대의가 무엇인지 묻고 싶어진다. 진실은 스스로 빛나는 별인 행성과 같다. 깊은 어둠 속에서도 감춰질 수 없다. 국민은 진실의 편이다. 그래서 거짓은 반드시 밝혀지게 되는 것이다.

석좌교수·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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