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사회 문제가 많다. 그중 창원에 존재하던 지역사회 문제 중 하나로 ‘전업형 성매매 집결지’를 꼽을 수 있다. 주로 성매매는 창원 마산합포구 서성동 83~84번지에서 행해졌는데, 이곳은 경남 지역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성매매 집결지이다. 서성동은 서울 미아리 텍사스, 인천 옐로하우스, 대구 자갈마당, 부산 완월동과 함께 전국 5대 사창가로 알려졌다. 해당 집결지들이 하나씩 철거 작업을 거치고 있는 가운데, 창원 역시 2023년에 성매매 집결지 완전 폐쇄를 목표로 두고 있다. 창원 도심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불법 성매매의 시작과 철거 과정에 대해 알아보자. / 사회부
일제강점기 때부터 시작된 마산합포구 서성동의 성매매는 1960년대 이후 성매매 업소가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운영됐다. 이처럼 성매매 집결지가 형성된 지 약 11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사회 이슈로써 떠오르게 된 건 2019년부터다. 화제의 이유는 집결지의 위치가 마트와 교회, 주거 단지로 구성된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에 위치하지만, 수년간 모른 채 운영되어 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집결지 200m 근방에는 초등학교가, 집결지 바로 옆에는 어린이집이 두 개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주었다.
# 창원 성매매 집결지의 시작
경남에서 유일하게 불법 성매매가 군집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는 신포동, 반월중앙동과 서성동 경계 지점에 위치해 속칭 ‘신포동 꽃동네’라고 불렸다. 이곳은 1905년 마산항이 개항된 이후 마산포구와 삼랑진을 잇는 철도가 들어서면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 1970년대 이후 마산 수출자유지역 지정과 더불어 창원 종합기계단지가 지어졌고, 마산항은 국제항으로써 기능하게 되며 그 주변에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그렇게 마산은 부흥기를 맞이했지만 이는 곧 마산에 자리한 성매매 업소의 규모가 커지게 된 원인이 되었고, 결국 ‘경남 최대의 성매매 집결지’라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불법 성매매는 창원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 때문에 정부는 사회 질서를 지키기 위해 2004년, 성매매 알선 등 행위 및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근절하고, 성매매 피해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성매매방지특별법을 시행했다.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서성동에만 40여 곳의 업소와 300여 명의 성매매 종사자가 있었다. 법이 시행된 이후인 2009년부터 약 2년간의 경찰 조사에 따르면, 집창촌 내 업소 자체는 27개로 감소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여인숙의 형태로 명맥을 지키며 손님을 맞이해왔다. 성매매방지특별법을 통해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지만, 신포동 꽃동네는 아랑곳없이 법을 어기고 암암리에 성매매 업소를 운영해온 셈이다.
이전부터 창원시 지자체는 신포동 꽃동네를 철거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으나,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다. 2013년에 성매매 집결지를 민주공원으로 바꾸려는 계획은 결국 예산 부족으로 연기되었다. 뒤이어 2015년에는 재건축으로 도시를 정비하겠다고 했지만, 사업성의 이유로 무산됐다. 시민 연대는 계속해서 미루어지는 철거 작업에 “서성동 성 착취 현장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년 동안 진행됐던 집결지 재정비가 무산된 이후 경찰과 지자체의 외면 속에서 단속의 손을 놓치고 방치되고 있다.”라며 불안감을 표했다.
# 창원시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및 철거 작업
2004년 9월 23일 ‘성매매방지특별법’이 만들어짐에 따라 전국에서 성매매 집결지 폐쇄가 추진되었다. 창원시의 경우, 2019년 6월에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강력한 폐쇄의지를 밝힌 이후 정책이 본격화됐다. 이후 그해 10월에는 불법 영업 근절 대책 TF팀을 만든 뒤,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입구 CCTV 설치 작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성매매 업주 및 종사자들의 거센 반발과 함께 격렬한 몸싸움과 저항 등의 무책임한 행동이 이어졌고, 3차례에 걸친 설치 계획은 무산되었다. 이에 따라 창원시는 업주와 여러 차례 간담회를 하며 공무 집행 방해 고발과 성매매 피해 여성 자립 자활 지원 대책 마련 등으로 그들을 설득했다. 4차례에 걸친 시도 끝에2019년 12월 말 방범용 CCTV 6대가 설치되었다. 이로써 지난 2011년부터 9년 동안 별다른 성과 없이 흐지부지돼왔던 폐쇄 논의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CCTV를 설치한 지 3개월 뒤인 2020년 3월엔, 문순규 창원시의 회원이 ‘창원시 성매매 피해자 등의 인권 보호 및 자립·자활 지원 조례안’을 발의하면서 폐쇄·정비 사업이 탄력을 받았다. 이번 조례안에는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해당 집결지의 성매매 피해자 등의 탈성매매 및 자립, 자활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는 그해 6월 통과되었는데, 성매매 종사자가 집창촌을 벗어나고자 할 때 창원시가 생계유지, 주거 안정 등의 비용을 예산으로 직접적인 지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작년 12월 초 창원시는 성매매 집결지 내 건물 중 하나를 철거했는데, 이는 집결지 내 가장 큰 규모(5개 건물, 43개 방)로 성매매가 이루어진 곳이기에 철거의 의미가 컸다. 실제로, 김영철 전 마산합포구청장은 “이번 최대 규모 점포 철거와 임시 공영 주차장 조성은 성매매 집결지 주변 환경 정비와 지역 주민 생활 환경 개선을 위한 시발점이다.”라고 전했다. 이는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성매매 집결지 폐쇄 요구가 수년간 잇따른 가운데 처음으로 눈에 띄는 성과였다.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2024년 ‘문화공원’ 조성의 의지를 밝힌 창원시의 계획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문화공원으로 탈바꿈
창원시의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및 철거 작업의 최종 목표는 서성동 집결지를 ‘문화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함이다.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는 아파트와 어린이집과 같은 주거지와 보육 시설과 가깝다. 그리고 주변에 3·15 의거탑과 몽고정 등 문화 유적 등이 있어 공원 조성의 최적지로 꼽힌다. 창원시는 성매매 집결지 일대 1만 1,144㎡의 용도를 문화 공원으로 바꾸기 위해, 2023년까지 성매매 업소 부지 매입과 동시에 폐쇄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2024년을 목표로 한 문화 공원 조성 절차 또한 속속 이뤄지고 있기에 시민들의 기대감 또한 크다.
지난 5월 27일 창원시는 철거 작업뿐만 아니라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일원에서 성매매 근절과 청소년 보호를 위한 캠페인도 펼쳤다. 이 캠페인에는 경찰, 창원교육지원청 청소년 지도위원 등 35명이 참여해 성매매 근절과 청소년 보호 홍보물을 배부로 시민들의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다. 성매매는 명백한 불법 행위이다. 하지만 이를 알고도 외면해온 창원 성매매 집결지는 창원시의 아픈 역사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홀연히 노력 중인 수많은 사람이 있기에 이러한 문제점은 해결된다. 우리 또한 우리가 사는 지역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정희정 기자, 송경조·이산희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