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1850년대 이후 세계는 인류 부흥기를 맞이했다. 문명은 급속도로 발전했으며 하루가 다르게 첨단 기술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개개인의 생활 수준과 안녕은 밀려났고 높아진 건물만큼 삶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게 됐다. 그중 ‘고독사’는 1980년대 일본에서 ‘고립사’란 단어로 처음 떠오른 후, 현재까지도 사회가 여전히 앓고 있는 문제로 손꼽힌다. 이제 단순히 노년층만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청년 고독사에 대해 지금부터 알아보자. / 사회부
고립사(孤立死) 혹은 고독사(孤獨死)란 주변 사람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의미한다. 2020년 3월, 고독사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고자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고독사예방법)’을 제정했으며, 지난해 4월 본격 시행됐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장관은 매년 정책의 수립과 실행을, 각 시·도별 행정 기관들은 원인과 실태를 조사하여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또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노인복지법과 사회복지법에 따른 조처가 요구된다.
# 외로운 죽음, 고독사
2013년 60대 A 씨가 대구에서 숨진 지 한 달이 지나서야 대구지법 공무원에 의해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같은 해 부산에서 70대 B 씨의 죽음은 밀린 월세를 받으러 온 집주인에 의해 발견됐는데, 이는 그가 사망한 후 40일이 지난 뒤였다. 지난 1월 올해도 어김없이 70대 C 씨가 평소 앓고 있던 심장 질환으로 인해 숨졌으며, 4일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이처럼 고독사가 처음 문제로 떠올랐을 당시부터, 타인과 단절된 삶을 살았던 무연고자 독거노인의 사례는 좀처럼 끊길 줄을 모르고 현재까지 꾸준히 문제 되어 왔다.
고독사로 생을 마감한 이들은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 등 외부와 왕성한 교류를 이어가는 경우가 드물다. 서로 왕래가 없다 보니 그들의 생사를 알길은 좀처럼 없다. 즉, 가정에서 발생한 사고는 쉽게 발견되지 않기에 더욱더 어렵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재난 사고나 응급 의료 등의 상황에서 생존 가능성이 큰 시간인 ‘골든타임’을 넘겨 안타까운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더러 발생한다.
고독사는 가족 해체 현상이 발생하면서 급속도로 일어난 핵가족화로 문제가 가속화되는 추세다. 또, 1인 가구의 증가와 사회적 단절은 그들이 외로운 죽음으로 내몰리게 된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4월 기준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2015년 약 34%, 2019년 약 37%, 2021년 약 40%에 달했다. 가장 최근인 올해 3월의 경우 1인 가구 비율은 약 41%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1인 세대 가구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근래에 그 추세가 급격해졌음을 보여준다.
# 청년층에게 드리운 고독사라는 그림자
일부는 고독사가 ‘독거노인’만의 문제라고 단정짓는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편견이다. “4일에 1명씩 청년이 고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보건·의료계 공동행동은 청년 고독사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젊은 층의 쓸쓸한 죽음 역시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과거에 이는 독거노인에게 특히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그 그림자가 중장년층을 비롯한 청년층까지 드리우며, 특정 연령층만이 아닌 모두의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40세 미만의 무연고 사망은 2017년 63건, 2018년 76건, 2019년 81건, 2020년 100건으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그 가운데 통계청이 발표한 ‘2020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20대가 전체 1인 가구의 18.2%, 30대가 16.8%를 차지했다. 50대와 60대가 각각 16.3%, 15.2%를 차지함을 고려했을 때, 젊은 세대의 1인 가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그들의 홀로서기는 자꾸만 증가하는 중이다. 그러나 그중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무관심은 청년들을 죽음으로 내몰게 되었다.
근래 급속도로 증가하는 청년 고독사 현실을 직접 맞닥뜨리고 있는 이가 있다. 특수청소업체 스위퍼스 길해용 대표는 사업 초기 중장년층의 고독사 의뢰가 70%에 달했지만, 현재 청년층이 거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들의 보금자리는 취업 준비서를 비롯한 희망찬 문구가 적힌 쪽지들과 함께 치열했던 삶을 보여준다. 길 대표는 이러한 현장을 토대로 청년 고독사의 원인을 ▲취업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우울 ▲취업 후 현실과 이상 간 괴리감 등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 실질적인 고독사 예방을 위하여
지난해 4월 체계적인 관리와 예방을 위해 고독사예방법이 시행되었지만. 그 기준은 여전히 모호한 실정이다. 법률상 고독사는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발견된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3일 후 발견된 죽음을 고독사로 보지만, 정확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적 고립’의 여부 역시 난관이다. 사례로 지난 1월 부산에서 70대 노인이 홀로 거주지에서 숨진 채 4일 후에 발견됐다. 그러나 부산시의 경우, 사망 전 전화 여부와 외출 등을 추가적인 기준으로 고려해 판단하고 있어 그를 고독사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처럼 불명확한 기준은 고독사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조사 및 통계에 어려움을 주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혼란을 준다.
경상남도는 지난해 1월 합천군의 ‘합천 안심서비스 앱’을 ‘경남 안심서비스 앱’으로 확대 개편했다. 창원시 역시 ‘2021년 고독사 예방 종합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해당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정책 대부분이 주로 독거노인만을 겨냥하거나 효율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경남도의회 입법담당관실 김찬미 정책지원관은 경상남도에 아직 고독사 예방을 종합 계획 및 총괄할 부서의 미개설에 대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더불어 효과적인 예방을 위해 ‘경상남도 고독사 예방 및 사회적 고립 가구 지원 조례’ 제정 검토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고독사로 추정되는 무연고자 사망이 지난해3,159명으로 집계되었다. 2016년 1,820명이었던 수치와 비교해 5년 사이 두 배로 늘어난 값이다. 특히 코로나19가 도래한 이후, 고독사 위험군 관리의 사각지대가 더욱 확대되면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는 이가 더욱 증가했다. 고독사는 무관심이 만들어 낸 안타까운 산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 및 지원도 못지않게 중요하지만, 청년층에게까지 폭넓은 관심 역시 필요하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실 속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이웃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