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자전거를 처음 배우던 날을 기억하십니까? 어린 시절, 보조 바퀴를 뗀 후, 뒤에서 잡아 주던 부모님께 의지해 첫 페달을 밟기 시작합니다. 몇 번을 넘어지고 실패를 거듭한 후에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자전거의 중심이 무너지지 않는 방법은 끊임없이 전진하는 것이라는 간단한 요령을요. 만약 중간에 페달을 밟지 않으면, 속도가 점점 느려지며 균형을 잃고 쓰러지게 되지요.
우리는 불완전한 시기에 살고 있습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표를 살펴보면 청년 실업자의 수가 42만 6천여 명에 달합니다. 물론 이 또한 믿을만한 수치는 아닙니다. 계약직, 인턴, 아르바이트 등을 다 포함한다면, 훨씬 높은 수치가 되겠지요. 매일 같이 뉴스에서 떠드는 청년실업이라는 영화에 주연의 역할이 바로 우리인 셈입니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채용에 경쟁률은 35:1이 넘어서고, 일반 대·중견기업에서는 경기 하락에 따른 신규 채용 인원을 감축하는 실정입니다. 그런 상황이니,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 자체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의 위기는 청년들의 문제라기보단 정책의 문제점을 포함해, 한가지가 아닌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물입니다.
그런데 일례로 제 경험을 하나 들려드리자면, 저는 졸업 이후 한 건설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중소기업 협력업체 사장님이 젊은 사람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입니다. 각종 언론에는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 이야기만 듣다가 인력난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실제로 필드에는 나이 지긋하신 협력업체 소장님과 60세를 넘긴 기능공들이 많은 게 현실이었습니다. 공공기관, 공무원, 대기업의 경쟁률은 믿기 힘들 정도로 높은 편인데 반해, 건설 회사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현장에서 뛰는 기능직의 비율은 매우 낮았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높은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청년들을 데리고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시키며, 최저임금을 주니 기피하는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사실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과 처우의 차이는 항상 뜨거운 화두였습니다. 임금이 많게는 2배 이상 차이가 나고, 근무 환경과 강도가 또한 높습니다. 누구도 바보가 아닌 이상 공공기관, 대기업 근무를 꿈꾸지 중소기업의 열악한 환경에 놓이고 싶지는 않은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그런데 안타깝지만, 취준생 대부분이 곧 만나게 될 사회의 현실은 공공기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기업 종사자 중 ‘82.9%’가 중소기업 직장인이라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나는 아닐 거라 부정하고 싶지만, 통계가 말해주는 진실이 현실이지요. 이처럼 불합리한 사회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사회지도층이 만들어 놓은 규칙에 우리는 순응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현실이 이러니, 탄식하고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양질의 일자리 ‘17.1%’에 입사하지 못한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버리는 건 아닌데 말이죠. 잘할 수 있고, 남들이 모르는 성공의 다른 코스가 있을 수 있는데도 말이죠. 우리는 지금부터 장기레이스를 준비해야 합니다. 처음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간다고 그것이 완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1등이 아니더라도 인생의 레이스는 완주가 중요하니까요. 지금도 누군가는 묵묵히 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지금 보이는 코스는 앞이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오르막길이겠지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올라가다 보면 그 끝이 곧 보이게 됩니다. 그리곤 그 정점에서 가속도를 붙여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레이스를 즐길 수 있는 날이 곧 오게 되겠지요. 대학생 여러분! 정말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라도 괜찮아요. 그 모든 게 인생의 정답은 아니니까요.
이유준(전자공학과 졸업 동문)